"요즘 등산 안하는 사람 1도 없어" 지리산 편

마음의 휴식, 지리산 둘레길
어디서 시작하든 다시 원점에 이른다. 고민거리 한두 개를 되뇌며 10여 개의 마을을 지나 걷다 보면 어느덧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길. 지리산을 걸어보자.

계절 따라 표정을 바꾸는 길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주변의 3개 도(전북, 전남, 경남),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 읍면 80여 개 마을을 잇는 300여㎞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전북 남원시 주천면 ‘주천~운봉’을 1구간으로 부르며, 함양~산청~하동~구례를 지나 다시 주천으로 돌아오는 21개 코스로 이뤄졌다. 전체를 한 바퀴 도는데 보름 이상은 족히 걸린다.
남원의 둘레길은 운봉 들녘과 백두대간, 이성계가 왜구에 맞서 대승(황산대첩)한 길이고, 구례의 둘레길은 천은사•화엄사•연곡사•운조루 등 유서 깊은 문화재를 품었다.하동의 둘레길은 야생차밭과 형제봉 능선의 산길이자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악양 들녘을 지나는 문화의 길이고, 산청의 둘레길은 남명 조식(1501~1572)의 흔적을 되짚고 웅석봉과 왕산 산길과 경호강을 따라 걷는 운치가 압권이다.

마지막으로 함양 둘레길은 옛 선인들의 발자취와 한국전쟁의 아픔을 조우하게 되는 역사의 길이다. 워낙 방대한 거리이고 지역적, 계절이 따라 특색이 뚜렷하기에 시기에 따라 구간별로 나누어 여행계획을 짜보는 것이 좋다.

매화 향기에 취해 걸음을 멈추면
봄철에는 하동 주변의 구간들이 인기다. ‘하동-대축’ 구간과 ‘대축-원부춘’,‘ 원부춘-가탄’ 이 3개 구간이 봄기운의 충만함 속에서 나를 돌아보며 여행 할 수 있는 좋은 구간이다.


하동-대축 구간은 (사)숲길 사무실이 함께 있는 지리산둘레길 하동 안내센터에서 시작된다. 원래의 지리산 둘레길 구간은 ‘삼화실-대축’이지만 하동 읍내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동안내센터에서 시작해 서당마을에서 지리산둘레길 본 코스와 합류하게 된다.


우계저수지와 신촌마을을 지나고 신촌재를 넘어서면 먹점마을을 만난다. 대략 3시간 정도 거리지만 매화가 흐드러진 철에 걷는다면 그 향에 취해 피로함을 잊는다.
먹점마을은 마을 전체가 매화 꽃밭이다. 양지바른 남향으로 늘 따뜻한 기운이 마을에 넘쳐 흐르고 섬진강과 광양의 백운산을 마주보는 참으로 아늑한 곳이다. 먹점마을을 지나 먹점재에 오르면 섬진강과 악양뜰을 내려다본다. 악양뜰에 다다를 즈음 거대한 소나무 문암송(수령 600년)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대축 마을이다.


<토지> 마을을 지나 화개장터에 이르다
악양뜰에 들어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왼쪽으로는 작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인 무데미 뜰과 최참판댁을 만난다. 마을 전체를 소설 속의 옛 마을로 복원했다. 마을 곳곳에도 매화가 흐드러진다. 멀리서 소설속의 여주인공 서희가 손짓을 하는 듯 하다. 두 갈래로 갈린 지리산 둘레길은 입석마을에서 만나고 형제봉 능선을 넘는다. 3시간 가량 산행을 해야 원부춘에 도착한다.

신비로운 녹차 밭과 쌍계사 10리 벚꽃 길을 만날 수 있는 대축-원부춘 구간도 봄철 인기 코스다. 원부춘에서 형제봉 활공장 삼거리까지 뚝심 있게 걷다보면 화개골의 신비로운 녹차밭들을 만난다. 골골이 가꾸어진 차밭을 지나 가탄 마을에 도착하면 흐드러진 벚꽃 터널을 만난다.
벚꽃길을 따라 화개골로 조금 올라가면 천년고찰 쌍계사를 만나고 그 뒤 숲속으로 올라가면 ‘지리10경’ 중 하나인 불일폭포에 다녀올 수 있다. 반대로 섬진강변으로 조금 내려오면 화개장터를 만난다. 연일 이곳에서는 왁자지껄한 장터가 벌어진다. 전라도와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다. 볼 것, 살 것, 먹을 것,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이곳 화개골에서만도 봄을 만끽하는 데 하루는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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