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2,395명 7년 추적, 보존료 많이 먹은 사람의 결말
햄·음료·과자에 같이 들어 있는 그것이 7년 뒤 혈압을 어떻게 바꿨나

아침 식탁 위 식빵 뒷면, 점심에 데워 먹은 햄, 저녁에 마신 음료수. 라벨을 뒤집어 보면 거의 모두 같은 줄에 한 단어가 적혀 있다. 보존료. 짧고 자주 보는 단어라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넘어갔다면, 이 기사를 끝까지 한 번 읽어 두는 게 좋다.
프랑스 소르본 파리 노르 대와 파리 시테 대 등 연구팀이 성인 11만 2,395명의 식단을 7.9년 동안 추적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의학저널 유러피안 하트 저널 2026년 5월호에 실렸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가공식품 속 보존료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고혈압이 더 잘 생긴다.
매체 보도(하이닥)에 따르면 연구팀이 본 숫자는 직접적이다. 보존료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고혈압 위험이 1.24배 높았고, 특정 보존료군에서는 1.29배까지 올라갔다. 7년 추적 기간 안에 새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만 5,544명, 심혈관질환은 2,450명이다.
11만 2,395명을 7년 따라간 결과
이 연구가 다른 식품 연구들과 결이 다른 이유는, 규모와 기간 때문이다. 11만 명을 7년 가까이 추적했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 비교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제 식단이 시간 위에서 어떻게 그들의 건강 지표를 흔드는지를 본 시계열 분석에 가깝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24시간 식사 기록을 반복적으로 받아 보존료 섭취량을 산출했다. 햄·소시지·치즈 같은 가공육·유제품, 빵·과자·떡 같은 베이커리류, 음료수·홍삼음료 같은 음료류, 절임식품·통조림류까지 사실상 슈퍼마켓 한 바퀴 도는 동안 마주치는 거의 모든 카테고리가 추적 대상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을 보존료 섭취량에 따라 그룹으로 나눈 뒤, 7.9년 동안 누가 새로 고혈압·심혈관질환에 걸리는지를 봤다. 흡연·운동·기존 식습관·체질량지수 같은 다른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보존료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1.29배 —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1.29배"라는 표현은 한 번 풀어 보면 의미가 더 무겁다. 같은 나이대, 같은 생활습관을 가진 두 사람이 있는데 한쪽은 보존료가 적은 식단, 다른 한쪽은 보존료가 많은 식단으로 7년을 살았다고 가정하자. 후자가 고혈압 진단을 받을 확률이 전자보다 29% 더 높다는 의미다.
여기서 핵심은 '한 끼'의 영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끼 먹고 다음 날 혈압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누적된 섭취가 7~8년 단위로 통계 위에 점으로 찍힌다. 그래서 본인이 평소에 어떤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결국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심혈관질환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왔다. 비항산화 보존료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1.16배 높았다.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인구 단위로 환산하면 매년 새로 환자가 되는 사람의 절대 숫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보존료에도 두 갈래가 있다 — 비항산화 vs 항산화
흥미로운 건 연구팀이 보존료를 두 갈래로 나눠서 봤다는 점이다. 비항산화 보존료는 곰팡이·세균·효모의 성장을 직접 막는 종류, 항산화 보존료는 식품의 산화·변색을 막는 종류다. 둘 다 보존이라는 같은 목적을 향하지만, 인체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서 두 갈래 모두 고혈압 위험을 높였다. 비항산화 보존료는 1.29배, 항산화 보존료는 1.22배. 항산화 보존료 쪽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긴 하지만 둘 다 "조금 더 위험"이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한국 식탁에서 자주 등장하는 보존료들의 카테고리를 풀어 보면 이렇다. 소르빈산·소르빈산칼륨은 빵·소시지·치즈·어묵·간장·된장·식초·단무지·오이지에 폭넓게 들어간다. 안식향산·안식향산나트륨은 음료수의 단골이다. 음료베이스·혼합음료·홍삼음료까지 합하면 음료류에서 사용 건수의 81%가 이 계열이다. 아질산염은 햄·소시지의 분홍빛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고, 아황산염은 과자·빵·떡·과실주·절임식품에서 빠지지 않는다.
나는 얼마나 먹고 있나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식탁을 점검해 보고 싶어진다. 점검 방법은 단순하다. 어제 하루 먹은 음식을 떠올리고, 그 가운데 라벨이 붙은 가공식품의 비율을 세 본다. 라벨이 붙어 있다는 것은 곧 식품첨가물 표시 의무가 있는 식품이라는 뜻이고, 그 안에는 한 줄 이상의 보존료가 적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의 평균 가공식품 섭취 비율은 OECD 상위권에 가깝다. 점심·저녁의 1인 가구 비중이 늘고, 편의점·즉석식품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직접 만들기 어려운 음식"의 빈도가 함께 올라간 결과다. 즉, 이번 프랑스 연구의 결론이 한국 식탁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방향성은 충분히 참고할 만한 단계에 와 있다.
같은 시간대, 같은 직장, 같은 나이대의 두 사람이 똑같은 회사원 일상을 보내더라도, 한쪽은 도시락·집밥 비중을 늘리고 한쪽은 편의점 식단을 유지한다면 7년 뒤 둘의 혈압 수치는 비슷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당장 끊을 수 없다면, 어떻게 줄이나
현실적으로 보존료가 들어간 식품을 일상에서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연구진은 결과의 의미를 "당장 모든 가공식품을 끊으라"로 해석하지 않았다. 대신 두 가지 메시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라벨을 한 번이라도 더 보는 습관이다. 같은 햄이라도 보존료가 한 줄 적힌 제품과 두 줄 이상 적힌 제품이 함께 진열대에 놓여 있다. 본인이 자주 사 먹는 카테고리(가공육·치즈·음료·과자)에서 보존료 라벨이 짧은 쪽 제품을 골라 두는 것만으로도, 7년 누적으로 보면 노출량이 적지 않게 바뀐다.
둘째는 가공식품의 '비중'을 조절하는 일이다. 매 끼니에서 가공식품 한 가지를 식탁 위 다른 신선 재료로 교체하는 정도의 변화면 된다. 점심 도시락의 햄 한 줄을 닭가슴살 한 조각으로, 저녁 식탁의 음료 한 캔을 미지근한 물 한 잔으로. 식단 전체를 뒤집지 않아도 7년 후의 통계에 점 하나가 다르게 찍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연구가 일상에 던지는 가장 실용적인 메시지다.
한 번 보고 잊을 뉴스가 아니다
이 연구가 댓글 창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다루는 식품 카테고리가 한국 일상의 거의 모든 끼니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햄·치즈·과자·음료·절임은 매일 한 끼라도 안 마주치기가 더 어렵다. "1.29배"라는 숫자가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 있다.
11만 명, 7.9년, 그리고 5,544명이라는 새 고혈압 환자 숫자. 이 세 가지 숫자가 한 줄로 정렬되는 순간, 이번 프랑스 연구가 단순한 학술지 한 페이지의 사건이 아니라 한국 슈퍼마켓 진열대 앞에서 우리가 라벨을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직접적인 트리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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