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팔고 스페이스X로, 4조 달러가 움직인다

6월 12일 SpaceX, 이어 오픈AI·앤스로픽 — 패시브 자금 950억 달러가 재배치되는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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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보조 이미지로 재구성한 컨셉샷 (각도만 변경, 워터마크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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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2일, 미국 뉴욕증시에 한 회사가 상장한다. 회사 이름은 스페이스X, 예상 기업가치는 약 2조 달러. 한국 돈으로 2,700조 원 안팎이다. 같은 해 안에 오픈AI(약 8,520억 달러)와 앤스로픽(약 9,000억 달러)도 줄줄이 뉴욕증시에 올라온다는 일정이 함께 잡혀 있다. 세 회사의 몸값을 다 더하면 약 4조 달러. 한국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전체를 한참 넘어서는 숫자다.

이런 메가급 IPO가 한 해 안에 세 개나 들어오면, 그 자체가 시장의 한 변곡점이 된다. 매체 보도(한국경제)가 이번 사태를 "엔비디아 팔고 스페이스X로"라는 후크로 정리한 이유는, 이 세 IPO를 위해 시장이 기존 주도주를 일부 정리해야 한다는 현실이 뒤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JP모간 "패시브 자금만 950억 달러를 옮겨야 한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IPO 한 두 건이 아닌 이유는 JP모간의 분석 한 줄에 가장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스페이스X가 상장되면 미국 패시브 인덱스 펀드는 이 종목을 새로 편입하기 위해 약 950억 달러 규모의 기존 기술주를 매도해야 한다는 추산이다. 매도 대상 1순위로 거론된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 등 기존 시총 상위 종목들이다.

인덱스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산수다. 새로 들어오는 시총 2조 달러짜리 종목을 지수 비중에 반영하려면, 그만큼의 기존 비중을 다른 종목에서 빼내야 한다. 한 펀드가 그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다른 펀드들도 같은 순서로 따라가게 되고, 그 흐름이 시장 전체에 단기적인 매도 압력을 만든다. '유동성 블랙홀'이라는 표현이 이번 사태를 두고 처음 등장한 이유다.

역사를 보면, 메가 IPO 뒤엔 늘 곡선이 있었다

월가의 기억은 그렇게 짧지 않다. 2000년 초, 닷컴 버블이 절정에 달했을 때 AT&T의 무선 사업부가 약 106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미국 증시 사상 최대 IPO 기록을 세웠다. 그 직후 나스닥 지수는 같은 해 3월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장기 하락 곡선을 그렸다.

2007년 6월에는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40억 달러를 조달하며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S&P500은 그해 10월께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빠져들었다. 한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있다.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상장 전후, 코스피는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물론 모든 메가 IPO가 시장 꼭지의 신호는 아니다. 다만 시장이 한 곳에서 너무 많은 유동성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면, 다른 어딘가에서 같은 양만큼의 자금이 빠진다는 단순한 회계 원리가 시장 전체의 균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번엔 다르다"는 낙관론 — 닷컴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

그러나 이번 세 회사의 IPO가 닷컴 버블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매출 구조다. 2000년의 신생 기업들은 대부분 적자 상태에서 비전만 들고 상장했다. 이번엔 다르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해 이미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 구독·B2B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고, 앤스로픽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생성형 AI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분기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세 회사 모두 '미래 가치'만이 아니라 '이미 들어오고 있는 매출'이라는 또 다른 줄이 함께 평가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증권업계는 세 회사가 무사히 상장하면 미국 증시의 주도주 구성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동안 미국 증시를 끌어 왔던 매그니피센트7(M7) 중심 구도가, '우주 인프라 + AI 원천기술' 중심으로 한 단계 옮겨갈 가능성이다.

스페이스X는 어디까지 갈 수 있나

NYSE 상장 종과 IPO 안내서 더미, 시세판 야경
AI가 보조 이미지로 재구성한 컨셉샷 (각도만 변경, 워터마크 제거)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1조 7,500억 ~ 2조 달러 수준에서 인정받을 경우, 상장 직후 나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즉시 6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DB증권 분석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단숨에 브로드컴, 메타, 테슬라를 제치고 엔비디아·알파벳·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다음 자리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이 한 줄짜리 시총 순위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한국 개인 투자자가 미국 ETF를 통해 매그니피센트7에 분산투자한 자금의 일부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스페이스X로 옮겨가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큰 패시브 자금만 950억 달러 규모로 움직이는 흐름에서, 한국 개인의 인덱스 비중도 같은 방향으로 끌려간다.

다만 시장이 정말 우려하는 것은 다른 지점이다. 상장 이후 세 회사가 기대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비상장 단계에서 매겨진 8,000억~2조 달러 평가가 한꺼번에 의심받을 수 있다. 그 의심은 다른 비상장 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까지 한 줄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이 진짜 리스크다.

한국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것

한국 증시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니다. 한국 개인 투자자의 미국 직접투자 비중은 지난 몇 년 사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매그니피센트7에 묶여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이스X·오픈AI·앤스로픽 상장이 그 매그니피센트7에 일부 매도 압력을 만들면, 한국 개인의 미국 ETF·해외 직접투자 계좌도 단기적으로 같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새로 상장될 세 회사 자체에 한국 투자자가 어떻게 접근할지를 두고 증권사들의 상품 라인업도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페이스X의 경우, 그동안 비상장으로만 노출이 가능했던 종목이 처음으로 한국 투자자에게도 직접 접근 가능한 자산이 된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어떤 형태의 'SPACEX 노출 펀드'를 빠르게 내놓을지가 다음 한 달의 관전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망: 6월 12일이 한 번의 분기점

모든 시선이 6월 12일에 모인다. 그날 스페이스X가 어떤 가격대로 시장에 데뷔하는지, 그리고 데뷔 첫날 거래량이 어느 정도 규모로 형성되는지가 향후 두 메가 IPO(오픈AI, 앤스로픽)의 평가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엔 정말 다르다"는 시장의 낙관과 "역사적으로 메가 IPO는 늘 곡선의 정점에 있었다"는 경고가 한 날짜 안에 부딪치게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다음달 12일을 지나면 미국 증시의 주도주 지형이 우리가 알던 매그니피센트7 시대와는 다른 줄을 그리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 투자자의 ETF 계좌도 같은 줄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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