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 칸 시상식 직후 한 첫 마디 — "황금종려상은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
한국인 첫 칸 심사위원장이 25년의 칸 이력을 농담 한 줄로 정리했다

칸 — 한국인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던진 첫 마디는 농담이었지만, 안에는 25년 가까운 칸 이력의 무게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박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잠시 눈을 감았다가 "황금종려상은 그 누구에게도 시상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견장은 일순 굳었다.
이어지는 한 문장에서 분위기가 단숨에 뒤집혔다. "왜냐하면 내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기 때문."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고, 박 감독도 같이 웃었다. 이 짧은 농담이 시상식 후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이 됐다는 점이, 이번 회견의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농담의 진심' — 25년의 칸 이력에 비춰서 읽는다
박찬욱과 칸의 인연은 그저 한 번의 출품과 수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심사위원상,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 한국 감독 중 누구도 같은 영화제 안에서 이 정도의 트로피 라인업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도 황금종려상만은 끝내 손에 닿지 않았다. 그 사실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시상식 단상 위에서 본인의 입으로 정리한 셈이다.
박 감독의 농담이 단순한 한 마디로 끝나지 않은 이유는 거기에 있다. 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은 그 발언이 곧 "다음 트로피를 향한 그의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후속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을 안다. 황금종려상은 박찬욱의 필모그래피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비어 있는 슬롯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의 무게
박 감독은 한국 영화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감회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한 발 물러섰다. "국적, 장르, 이념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품으로 공정하게 심사했다"는 것이다.

이 두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일반적인 외교성 멘트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그가 심사위원장으로서 받게 될 첫 번째 의심 — '한국 출신 심사위원장이라 한국·아시아 작품에 편향되는 것 아닌가' — 에 대한 선제 답변이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황금종려상이 한국 작품이 아닌 루마니아 영화에 돌아갔다는 사실이, 그가 그 멘트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됐다.
올해 황금종려상 — 〈피오르드〉가 가져갔다
올해 황금종려상은 루마니아 출신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Fjord)에 돌아갔다. 작품은 루마니아계 노르웨이인 부부가 외딴 마을로 이주하면서 자식의 양육 방식과 종교 문제로 이웃과 충돌하는 이야기다. 문주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오늘날 사회는 분열되고 급진화되고 있다"며 "이 영화는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선언이자, 관용·포용·공감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문주 감독은 이로써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에 이어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손에 쥐었다. 칸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두 번 가져간 감독은 그를 포함해 단 열 명. 이 통계는 박찬욱이 농담조로 풀어낸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 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전망: 박찬욱의 다음 한 수
박 감독이 자신의 칸 이력에서 황금종려상을 '비어 있는 칸'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 영화 산업 입장에서 보면 그의 다음 장편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그리고 그 작품을 어떤 영화제 트랙에 올릴지가 곧 다음 화두가 된다.
심사위원장석에 앉아 다른 감독의 작품을 평가한 경험은, 자기 연출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박찬욱이 칸에서 다시 단상에 오르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이번 농담은 그 길고 묘한 서사의 또 다른 챕터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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