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1300만 년 전 '바다의 피난처'가 발견됐다, 새로운 화석 8,681점의 충격

중국 후난성 화위안에서 출토된 캄브리아기 화석 무더기, 절반 이상이 신종… 지구 첫 대멸종 직후 '심해 도피처' 가설을 입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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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시기 중 하나인 캄브리아기. 약 5억 4000만 년 전, 갑자기 거의 모든 동물 문(門)의 조상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던 그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끝자락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대한 화석 무덤이 중국에서 발굴됐다. 그것도 무려 8,681점, 153종의 동물 화석이다. 이 중 60%는 인류가 처음 보는 신종이었다.

중국과학원 주마오옌(Zhu Maoya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후난성 화위안(Huayuan) 지역에서 발견한 이 화석군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정식 보고됐고, 5월 1일 과학 전문 매체 콴타 매거진(Quanta Magazine)이 후속 분석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대멸종 직후, 바다는 정말 죽었을까

이번 발견이 흥미로운 이유는 화석들이 묻혀 있던 시점에 있다. 약 5억 1300만 년 전, 지구는 '신스크 사건(Sinsk Event)'이라 불리는 첫 번째 현생누대 대멸종을 막 겪은 직후였다. 이 멸종은 공룡을 사라지게 한 백악기 말 대멸종에 맞먹는 규모로, 캄브리아기에 막 등장한 수많은 해양 생물을 쓸어버렸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시기 바다를 '거의 죽어버린 황무지'로 여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후 약 5000만 년 동안 지구 해양의 생물 다양성은 계속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위안 화석군이 보여준 모습은 정반대였다. 16개 동물 문(門)에 걸친 풍성한 생태계가 깊은 바닷속에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실험실에서 점점 더 많은 동물 종을 확인할 때마다, 이 무척추 생물군의 놀라운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 한정(Han Zeng) 중국과학원 청장 고생물 연구소장

눈, 아가미, 신경계까지 그대로

화위안 화석군이 학계를 흥분시킨 또 다른 이유는 보존 상태다. 이곳은 '버제스 셰일형 화석산지(Burgess Shale-type Lagerstätte)'로 분류되는데, 이는 고생물학에서 가장 희귀하고 귀한 화석 보존 환경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화석은 단단한 뼈나 껍데기만 남지만, 이런 곳에서는 소화기관, 호흡기, 심지어 신경계까지 통째로 보존된다.

화위안에서 발견된 생물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당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였던 '라디오돈트'(거대한 새우 같은 모습의 절지동물)가 발견됐는데, 보통 1미터에 달하던 다른 종들과 달리 5cm도 안 되는 작은 개체였다. 눈과 아가미까지 또렷이 남아 있었다. 그 외에 채찍 같은 앞다리로 사냥하던 시각이 없는 포식자 '메가케이란', 해저를 걸어다니던 '로보포디아', 그리고 오늘날 해양 탄소 순환의 핵심 역할을 하는 멍게의 친척 '원양성 우렁쉥이'의 가장 오래된 화석이 함께 출토됐다.

심해는 생명의 피난처였다

왜 하필 이곳에서, 이렇게 풍부한 생태계가 보존돼 있었을까. 연구팀이 주목한 답은 '깊이'다. 화위안 화석군은 당시 외해(外海)의 깊은 바다 환경에서 형성됐다. 표층 바다가 환경 변화로 황폐해졌을 때, 깊은 바다는 생명체들의 피난처 역할을 했다는 가설이 화석 증거로 입증된 셈이다.

더 놀라운 점은, 화위안에서 발견된 일부 생물(헬메티아, 수루시카리스 등)이 캐나다 로키산맥의 그 유명한 '버제스 셰일'에서도 발견됐던 종이라는 사실이다. 수천 킬로미터, 수백만 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같은 종이 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캄브리아기 바다가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었음을 시사한다.

주마오옌 교수팀은 "심해 환경이 캄브리아기 초기 이래 전 지구 해양 동물 다양성을 구조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5억 년 전, 지구가 첫 번째 대멸종으로 휘청거리던 그 순간에도 생명은 어딘가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새로운 다양성을 빚어내고 있었다. 화위안의 8,681점 화석은 그 침묵의 시기를 깨우는 가장 또렷한 목소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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