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위층이 시끄러워도 신청서가 안 통한다 — 헌재가 같은 층간소음을 다르게 본 논리

이웃사이센터 156,451건 vs 2,953건, 한쪽 주거 인구가 통계 바깥에 놓여 있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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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보조 이미지로 재구성한 컨셉샷 (각도만 변경, 워터마크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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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위층에서 들리는 발소리, 한밤의 가구 끄는 소리, 새벽의 세탁기 진동. 어떤 사람의 일상에는 이런 소리에 대해 정부의 무료 진단 서비스가 따라붙고, 어떤 사람의 일상에는 그렇지 않다. 사이를 가르는 기준은 소음의 크기가 아니라 거주자가 사는 공간의 '법적 분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1일, 옛 소음·진동관리법 제21조2 2항이 층간소음 지원 대상에서 기숙사 거주자를 제외한 데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했다. 같은 소음에 정부 매뉴얼이 따로 적용되는 현실이 헌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판을 청구한 A 씨는 한 지식산업센터 기숙사에 산다. 2022년부터 위층 거주자가 내는 소음에 시달려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진단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을 받았다. 본인의 환경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 출발점이었다. 매체 보도(YTN)는 이번 결정을 두고 한국의 주거 형태가 빠르게 다양해지는 동안 정부 매뉴얼은 옛 분류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라고 정리했다.

'준주택'과 '공동주택', 같은 소음에 다른 정책

헌재 판단의 핵심에는 한 가지 분류가 있다. 기숙사는 건축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되고, 일상에서 떠올리는 아파트·다세대 같은 '공동주택'과는 별도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헌재는 공동주택이 장기간의 독립된 주거생활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보호 조치를 그쪽에 우선 적용한 것이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은 아니라고 봤다.

그런데 '준주택'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실은 새로 등장한 카테고리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1~2인 가구 급증, 직장과 거주의 결합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분류로, 그 안에는 기숙사·오피스텔·다중생활시설·노인복지주택이 모두 들어간다. 즉 정책 설계자들도 '공동주택만으로는 한국인의 주거 현실을 다 담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인데, 정작 층간소음 매뉴얼은 그 인식을 따라가지 못한 상태로 멈춰 있다는 의미다.

조용한 한밤의 주거 복도와 천장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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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51건 vs 2,953건 — 같은 소음을 다른 통계로 잡는 구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공식 통계는 이 비대칭을 숫자로 보여준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센터에 접수된 전화상담은 총 156,451건에 이른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비중이 70.8%로 110,754건. 한국인의 주거 갈등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깔끔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비공동주택' 카테고리에서 잡힌 층간소음 접수는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합쳐도 2,953건에 그친다. 두 숫자의 차이는 단순한 거주 인구 비율 차이가 아니다. 비공동주택 거주자가 신고를 덜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신고를 해도 지원 대상으로 잡히지 않으니 통계상 '존재하지 않는 갈등'으로 처리되는 구조에 가깝다.

2025년 한 해 이웃사이센터의 총 접수 건수가 약 32,662건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한국 사회의 층간소음 문제는 줄어들기는커녕 매해 갱신되는 일상의 인프라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법률로 충분하다"는 헌재의 논리

헌재가 합헌 결론을 내릴 때 자주 사용하는 논리가 이번에도 등장했다. 정부가 환경권 보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헌재는 건축법 등에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여러 규제가 마련돼 있고, 기숙사 거주자라도 민법상 분쟁 해결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형식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실에서 민법으로 위층 소음을 해결하기까지의 경로는 평범한 직장인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트랙이 아니다. 분쟁 상대를 특정하고, 입증 자료를 모으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합의·소송까지 진행하는 절차는 비용과 시간 모두에서 무겁다. 환경공단의 무료 진단 서비스가 의미를 갖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적은 자원으로 갈등을 1차 진단·중재하고, 본격적인 법적 분쟁 이전 단계에서 풀어 보자는 설계인 것이다.

이 '1차 완충 장치'가 빠진 사람들에게 사실상 남는 선택지는 분쟁 절차 직행이거나, 아니면 참고 사는 것 두 가지로 좁아진다.

지원에서 빠진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

이번 결정으로 기숙사 거주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가지다. 자체적으로 위층과 합의를 시도하거나, 처음부터 민사 절차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양쪽 모두 비용·시간·관계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참고 산다'는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다. 정책의 사각지대가 곧 개인의 일상 비용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특히 지식산업센터 기숙사처럼 직장과 거주가 사실상 결합된 공간에서는, 같은 건물 안에서 일과 잠을 모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소음 노출 시간 자체가 길어진다. '준주택' 한 줄짜리 분류가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행정상 차이로 그치지 않는다. 야간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다음 날 업무 집중력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이것은 개인의 의료비·휴직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사각지대의 비용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빠르게 쌓인다.

'비공동주택 확대'는 이미 부분적으로 시작됐다

흥미로운 점은,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웃사이서비스가 한동안 다가구주택 등 일부 비공동주택까지 확대되는 방향으로 정책 보완을 시도해 왔다는 사실이다.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일부 거주자가 단계적으로 서비스 대상에 포함됐다. 즉 정책 운영 주체 스스로 '공동주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을 이미 일정 부분 받아들이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 확대 흐름은 기숙사·오피스텔 같은 다른 준주택 유형까지는 완전히 닿지 않았다. 입법자가 정해둔 적용 대상의 범위가 한 번 그어진 뒤에는, 행정 차원에서 한 칸씩 넓혀가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헌재가 이번 결정에서 합헌이라고 본 것은 '현재 그어진 선' 자체이지, '그 선이 가장 합리적이다'라는 판단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 보완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망: 법 개정 압박은 다시 국회 쪽으로

헌재의 결정은 위헌은 아니지만, 정책이 그대로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적용 대상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는 입법부의 몫이다. 주거 형태가 빠르게 다양해진 만큼, 환경공단 지원 대상에 준주택 일부를 포함하는 방향의 법 개정 논의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책 운영 현장에서 부분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입법 개정의 명분이 충분히 쌓여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이번 결정이 정책 사각지대를 한 번 더 가시화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156,451 대 2,953이라는 숫자의 격차가 단순한 등록 통계의 차이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한쪽 주거 인구가 사실상 통계 바깥에 놓여 있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원에서 빠진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일상에 노출돼 있는지가 다시 한 번 정책 입안자들의 책상 위에 올라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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