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4일 고(故) 변희수 전 하사를 애도하며 서울시교육청이 원래 계획대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과 조희연 교육감은 혐오 선동이 아니라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귀를 기울여라”라고 요구했죠.
혐오 선동?
띵동과 무지개행동은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동성애 의무교육이라고 호도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동이야말로 교육을 망쳐놓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혐오에 동조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온라인으로 조사한 청소년 성소수자 106명의 요구를 취합해 시교육청에 전달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 안에서 교사와 또래 친구들의 혐오발언, 아웃팅(성 정체성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 괴롭힘과 폭력, 혐오 방조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복과 줄 세우기, 남녀로 구분된 활동 등 성별 이분법적 구조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다수 있었어요.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는 성소수자 학생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와 종교계에서는 ‘학교가 동성애를 의무 교육한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어요.
동성애 의무교육?
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외부 전문가와 학생, 교직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는 다음주 중 임시회를 열고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을 심의·확정할 예정이죠.
애초 지난달 15일 열린 정기회에서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을 확정하기로 했으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임시회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신학기가 시작된 만큼 임시회에서 결론을 짓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위원장을 맡는 학생인권종합계획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3월 안에 일선 현장에 확정안을 배포한다는 계획이에요.
학생인권종합계획은 2017년 제정된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의거해 3년마다 새로 수립해 시행하게 돼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제1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이 만료됨에 따라 지난해 12월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을 공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다만 공개된 초안에 Δ민주시민교육 활성화 Δ노동인권교육 활성화 Δ세계시민·다문화교육 강화 등 내용과 함께 Δ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 학생 보호 방안 Δ성평등교육 활성화 등이 포함되면서 반발 여론이 거세졌어요.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종합계획의 골격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성평등이나 성소수자라는 표현도 삭제하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불필요한 갈등에 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이밖의 문구나 표현 등은 다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3일 변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 전 하사는 지난달 28일 이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긴 지역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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