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까.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단군왕검의 전설이 깃든 전등사까지, 진귀한 보물이 가득한 강화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격전지로도 가장 뜨거운 시절을 보냈다. 강화의 굽이치는 과거는 차라리 한 권의 역사서다.
몽골과 맞선 고려의 옛 도읍지
강화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주요 도시의 관문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종19년(1232)부터 원종11년(1270)까지 39년간 고려의 서울로 분주했다. 고려의 옛 도읍지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고려궁지(高麗宮址, 사적 제133호)는 고려가 몽골을 피해 1234년 준공한 궁궐의 터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규모는 작으나 궁전과 관아의 명칭을 개경과 같게 하고 뒷산의 이름도 송악이라 했다”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고려가 몽골과 7차례의 전쟁을 치른 후 화친을 맺을 당시 ‘강화도의 궁궐과 성벽은 모두 허문다’라는 몽골의 요구 조항으로 인해 대부분 사라졌고,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고인돌 국가
고려산 능선을 중심으로 120여 기의 고인돌이 분포돼 있다. 말없이 3천년을 버텨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전 세계 7만여 기의 고인돌 중 4만여 기가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고인돌은 큰 돌을 받치고 있는 ‘괸돌’ 또는 ‘고임돌’에서 유래한 순우리말로, ‘지석묘’(支石墓)라고도 불린다.
강화에서 유명한 ‘부근리 고인돌’(사적 137호)은 덮개돌 무게만 53t에 달한다. 대형 버스 무게가 11t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만들기 위해 성인 2천~3천 명 정도가 필요했으리라 추정한다. 2000년 유네스코는 강화의 고인돌 70여 기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강화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고인돌 왕국이 됐다.
단군의 세 아들이 지은 전등사
강화에 닿으면 전등사(傳燈寺)를 지나치지 말자. ‘단군의 세 아들이 지었다’는 전설도 화려하거니와 ‘1600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고찰’이라는 수식어도 걸음을 재촉한다. 정족산(鼎足山, 해발 222m)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전등사는 381년(소수림왕 11년)에 아도(阿道)화상이 창건했다. 본래 이름은 진종사(眞宗寺)인데 고려 충렬왕 시절 왕비인 정화궁주가 귀한 옥등을 시주했다 하여 전등사로 이름을 고쳤다.
강화도는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을 보관하는 사고(史庫) 역할을 했고,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범하자 양헌수 장군이 500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삼랑성 안에 진을 치고 기다리다가 물리친 곳이기도 하다. 전등사 대웅전 내부 기둥과 벽에는 당시 병사들이 부처님의 보살핌을 빌며기 자신의 이름을 기록한 흔적이 고스란하다. 또한 전등사에는 3개의 보물이 있는데 원숭이 형상의 ‘나부상(裸婦像)’으로 유명한 대웅전(보물 제178호)과 산 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약사전(보물 제179호), 그리고 중국 송나라 때 만든 범종(보물 제393호)이다.
강화에서 만나는 전쟁의 역사
강화의 역사는 바다와 함께 흘러왔다. 강화읍 대산리~길상면 섬암교 구간(21.1㎞)은 조선 말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지은 덕진진, 초지진, 갑곶돈대, 용진진, 광성보, 연미정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호젓하게 걷고 싶다면 강화나들길 걷기 코스가 유용하다. 20개 코스 중 ‘강화나들길 2코스(호국돈대길)’에 들어서면 해안도로를 걸으며 갑곶돈대, 용진진, 화도돈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등을 접할 수 있다.
덕진진(사적 제226호)은 강화 12진보(鎭堡) 중 가장 강력한 포대였다. 병인양요(1866) 때 양헌수 장군의 부대가 덕진진을 통해 정족산성에 들어가 승리를 거두었고, 신미양요(1871) 때 미국의 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펼친 곳이다. 광성보(사적 제227호)는 신미양요의 가장 격렬했던 격전지다. 강화의 마지막 보루인 초지진(사적 제225호)에는 지금도 포탄 자국이 선명한 소나무가 있다. 이 모든 전쟁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이 강화읍 갑곶돈대(사적 제306호)다.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였던 갑곶돈대 안에는 ‘강화전쟁박물관’이 자리한다.
볼 것 많고 배울 것 많은 강화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강화군 양사면 ‘평화전망대’로 정해봄이 어떨까. 북한과의 거리가 불과 약 2.3㎞이다. 실제 북한의 모습을 육안으로도 바라볼 수 있어 관광객이 붐비는 명소가 됐다. 입장 시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니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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