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손주 영상 시청 두고 갈등…조부모 46.8% "돌봄 그만두고 싶다"
18개월 손주에게 유튜브를 틀어준 장모에게 사위가 소리를 질렀다는 사연이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됐다. 영유아 스크린 노출을 줄이라는 국제 권고와,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절반이 '그만두고 싶다'고 답한 국내 조사 결과가 맞물리며 돌봄 기준을 미리 합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맞벌이 부부의 18개월 자녀를 돌보던 60대 친정어머니가 아이에게 유튜브를 틀어줬다는 이유로 사위에게 질책을 듣고 돌봄을 그만뒀다는 사연이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영유아 영상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부모의 원칙과, 하루 대부분을 손주 돌봄에 쓰는 조부모의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친 사례라는 반응이 많다.
"하루 12시간 돌봄"…떡뻥·유튜브에 터진 갈등
서울신문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글쓴이 A씨는 결혼 3년 차 맞벌이로,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매달 수고비 120만 원을 드려 왔다. 친정어머니는 부부가 퇴근 후 먹을 저녁까지 준비했다고 A씨는 전했다.
남편은 육아서를 참고해 설탕·과자와 TV·유튜브 시청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 남편이 장모가 아이에게 떡뻥을 주고 유튜브를 틀어둔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질책했고, 장모는 눈물을 흘리며 집을 나가 다시 오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남은 연차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 반응은 남편의 태도를 비판하는 쪽이 다수였지만, 18개월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도 이해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사연은 글쓴이 한쪽의 주장으로, 남편과 장모의 입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 권고는 "만 1세 스크린 권장 안 해"
남편이 지키려던 원칙 자체는 국제 권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내놓은 5세 미만 아동 신체활동·좌식행동·수면 지침에서 1세 미만 영아와 만 1세에게는 TV·동영상 시청 같은 좌식 스크린 시간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 2세부터 4세까지는 하루 1시간 이내로 제한하되 "짧을수록 좋다"고 권고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도 생후 18개월 미만 아이에게는 영상통화를 제외한 스크린 미디어 사용을 피하고, 18~24개월에는 양질의 콘텐츠를 골라 보호자가 함께 보도록 권하고 있다.
| 연령 | 세계보건기구(WHO, 2019) | 미국소아과학회(AAP) |
|---|---|---|
| 1세 미만 | 권장하지 않음 | 영상통화 외 사용 피하기(18개월 미만) |
| 만 1세 | 권장하지 않음 | 18~24개월은 양질의 콘텐츠를 보호자와 함께 |
| 만 2세 | 하루 1시간 이내, 짧을수록 좋음 | - |
| 만 3~4세 | 하루 1시간 이내, 짧을수록 좋음 | - |
스크린 노출이 아이의 언어 환경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다. 호주 텔레손 키즈 연구소가 2024년 국제학술지 'JAMA 소아과학'에 발표한 연구는 호주 220가구의 생후 12~36개월 아이에게 녹음 장치를 달아 분석했는데, 만 3세 무렵 화면 시청 1분이 아이가 듣는 어른의 말 7단어, 아이의 발성 5회, 주고받는 대화 1회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과관계가 아닌 연관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통계도 영유아의 디지털 기기 의존이 낮지 않음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6.0%로, 전체 이용자 평균(22.7%)보다 높았다.
조부모 절반 "원치 않지만 거절 못 해"
반대로 돌봄을 떠맡은 조부모의 부담도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노인의 손자녀 돌봄 실태조사'(지난해 7~8월, 최근 6개월간 주 15시간 이상 10세 미만 손자녀를 돌본 만 55~74세 1,063명 대상)에 따르면 조부모의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은 6.04시간, 주당 26.83시간이었다.
응답자의 46.8%는 손자녀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고, 53.3%는 원하지 않지만 자녀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한다고 했다. 경제적 보상 없이 돌본다는 응답도 48%에 달했으며, 정기적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는 34.6%였다. 0~1세 손주를 돌보는 여성 조부모 가운데서는 54.7%가 그만두는 것을 고민했다.
| 항목 | 수치 |
|---|---|
| 하루 평균 돌봄 시간 | 6.04시간 |
| 주당 평균 돌봄 시간 | 26.83시간 |
| 돌봄을 그만두고 싶다 | 46.8%(여성 49.0%, 남성 42.5%) |
| 원치 않지만 거절 못 함 | 53.3% |
| 경제적 보상 없음 | 48% |
| 정기적 보상 받음 | 34.6% |
"원칙만큼 돌보는 사람의 사정도"
이번 사연은 아이의 발달을 위한 원칙과, 12시간씩 아이를 보는 돌봄 제공자의 체력·휴식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면 돌봄 자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부모가 돌봄을 그만두자마자 부부가 연차로 공백을 메워야 했던 것처럼, 맞벌이 가정의 돌봄 체계는 조부모 한 사람에게 크게 기대고 있는 경우가 많다.
WHO 지침이 화면 대신 보호자와 함께하는 놀이·책 읽기·대화를 권하는 만큼, 맡기는 부모가 대체 놀잇감이나 휴식 시간을 함께 마련하고, 영상 시청 허용 범위 같은 기준을 조부모와 미리 상의해 정해 두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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