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줄 알았는데..." 20년 만에 깨달은 남편의 '자폐 스펙트럼'
20년 동안 배우자의 무심함을 이기심으로 오해하며 고통받았던 지은정 작가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진실을 마주하며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결혼 생활 20년 동안 배우자의 무심함과 이기적인 태도로 인해 이혼까지 고민했던 한 여성이 있습니다. 남편은 영재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교수였지만, 가정 안에서는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벽이 높았습니다. 식사 중 1분 만에 음식을 다 먹고 자리를 뜨거나, 배우자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은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20년 만에 밝혀진 진실은 남편의 성격이 아닌, 그의 뇌 신경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적 성공 뒤에 가려진 고립, '카산드라 증후군'
MKTV 김미경TV 영상에 출연한 지은정 작가는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기 전까지 겪었던 고통을 '카산드라 증후군'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카산드라 증후군이란 배우자의 소통 단절과 무심함으로 인해 배우자가 홀로 고립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배우자가 밖에서는 사회적으로 매우 성공했거나 완벽해 보일 때, 배우자는 자신의 고통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안에서만 앓게 됩니다. 밖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배우자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외부에는 말할 수 없어 홀로 고립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 작가는 남편이 밖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는 교수였기에, 집 안에서 겪는 소통의 부재를 외부로 드러내기 더욱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남편의 행동이 단순한 이기심이 아니라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남편과 함께 연구하듯 대화한 끝에 얻은 결론이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반대되는 자료를 엄청나게 찾아보기도 했으나, 결국 더 깊게 파고들수록 모든 정보가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소리가 똑같은 크기로 들리는 '감각 과감각성'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감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일반인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이를 '감각 과감각성'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은 배경 소음과 미세한 기계 소리, 옆 사람이 걷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이 일반인과 달리 동일한 크기로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지 작가는 남편이 청소기 소리가 날 때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던 행동을 예로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그것이 단순히 회피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남편에게는 배경으로 깔리는 소음들이 모두 똑같은 크기로 들리는 상황에서 청소기 소리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남편이 눈앞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지나치면서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일화는,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을 때 주변 환경이 인지되지 않을 수 있는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남편은 자기 세상에 들어가 있으면 바깥세상이 잘 보이지 않아, 집안에 큰 트리가 있어도 서재를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암묵적 기대 대신 '명시적 대화법'이 필요한 이유
소통의 방식 또한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일반적인 소통이 언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이미지나 패턴으로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 작가는 남편에게 "말을 해봐"라고 요구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오히려 공격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져 있음에도 이를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기본적으로 말이 주된 언어가 아닌 사람이기에,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조차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 작가가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명시적 대화법'입니다.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암묵적 기대'를 버리고, 원하는 행동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남편은 "하겠거니" 하는 암묵적 기대는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구체적인 지침은 머릿속에 기억했다가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관 앞에 둔 쓰레기 봉지를 나갈 때 들고 나가서 버려줘"와 같이 상황과 행동 지침을 명확히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었던 배우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로의 세계를 연결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벌어진 '계란말이 사건' 역시 이러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남편이 맛있게 계란말이를 먹으면서 배우자를 배려하지 않고 거의 다 먹어버리거나, 마지막에 하나를 남기는 행동은 배우자에게 큰 서운함과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 또한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이라는 공감이나 배려의 부재, 즉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함으로써 관계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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