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g 건초 싣고 하루 700km…네 남매 엄마 트럭커의 새벽 3시
충남 부여에서 5톤 트럭으로 건초와 볏짚을 축사에 배달하는 4년 차 트럭커 최유경 씨는 네 남매의 엄마다. 지게차로 상하차까지 직접 하는 그는 하루 700km 넘게 운전하기도 한다.
거칠고 힘든 직업 현장에서 기술로 승부하는 여성들이 있다. 유튜브 채널 'EBS 다큐'에 올라온 '극한직업 - 기술로 승부한다! 여성 트럭커와 타일공, 래핑 전문가'(2023년 12월 9일 방송)는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여성 트럭커와 인테리어 현장의 타일공, 자동차 래핑 전문가를 찾아갔다.
500kg 건초 싣고 5톤 트럭 모는 4년 차 트럭커
충청남도 부여군의 한 대형 창고. 사료로 쓰이는 건초가 보관된 이곳에서 지게차를 능숙하게 모는 사람은 트럭 운전 4년 차 최유경 씨다. 네 남매의 엄마인 최 씨는 대형 트럭으로 건초와 볏짚을 축사까지 배달하는 화물 트럭커다. 건초 하나의 무게가 500kg 정도여서 지게차로 옮기기가 어렵지만, 최 씨는 배송할 건초를 각을 잘 맞춰 싣는다. 다음은 화물 고정 끈으로 짐을 고정하는 작업이다. 높은 건초 위로 끈을 던져야 해 이것도 쉽지 않다. 주행 중 건초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수 있어 단단하게 묶어야 한다.
대형 트럭 면허를 따고 5톤 트럭을 운전한 지 4년째인 최 씨는 면허 시험에서 한 번 떨어진 뒤 두 번째에 붙었다. 여성 트럭 운전사가 많지 않다 보니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 휴게소 같은 곳에 갈 때는 일부러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으로 내리기도 한다고 했다.
수동 트럭으로 좁은 농로 빠져나가는 비결
트럭은 승용차보다 운전하기 어렵고, 최 씨의 트럭은 수동 변속기(스틱)다. 운전 중에는 핸들 옆에 달린 배기 엔진 브레이크를 쓰기도 한다. 짐을 실으면 차가 굉장히 많이 밀리기 때문에 내리막이나 급하게 속도를 줄여야 할 때 쓴다는 설명이다. 농장 근처에 이르자 한눈에 봐도 대형 트럭이 들어가기엔 상당히 좁은 길이 나왔지만, 최 씨는 담담하게 운전해 얼마 안 가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최 씨는 앞바퀴가 자기 엉덩이 밑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감으로 운전한다고 비결을 밝혔다. 농장으로 가는 길은 대부분 울퉁불퉁하고 좁아, 조금만 실수하거나 방심해도 도랑에 바퀴가 빠지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길목에 트럭 두 대가 서 있어 후진해 돌아가야 하는 변수도 생겼다.
농장에 도착하면 최 씨는 주인이 나오기도 전에 스키드 로더에 올라 알아서 짐을 농장 안으로 옮겨 놓는다. 하차를 직접 해 주는 것이 최 씨의 영업 전략이다. 건초 상하차를 직접 하다 보니 지게차는 물론 스키드 로더, 트랙터까지 웬만한 장비는 모두 다룰 수 있다. 충청도 지방에서 건초 배송을 고정적으로 하는 업체는 약 40곳으로, 네다섯 군데를 배달하면 하루 운전 거리가 700km를 넘는다.
새벽 3시 출발, 하루 주유비 40만 원
최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남편이 10년 동안 해 온 건초 운송 물량이 많아지면서다. 일손이 모자라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고 겁 없이 뛰어든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남편이 반대했다고 한다. 최 씨는 봄과 여름에는 수입 건초를 싣는 일을 돕고, 겨울에는 볏짚을 나른다. 추수가 끝난 뒤 모아 건조한 볏짚은 11월부터 2월까지만 유통되는데, 한 개 무게가 400kg 이상 나가 싣는 작업이 까다롭다.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니 주유소는 거의 매일 들른다. 평균 하루 주유비는 40만 원 정도다. 볏짚을 실은 다음 날에는 오전 7시에 도착해 하차를 해 주기 위해 새벽 3시에 일터로 나섰다. 최 씨는 출발 전 긴 막대로 타이어를 두드려 바람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타이어 공기압 점검은 매일 아침 운행 전에 꼭 하는 필수 사항이다. 한 농장에 여러 대의 트럭이 동시에 짐을 내리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면 다른 트럭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러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한두 시간 이상 차이 난다. 최 씨는 이것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볏짚을 배달하는 농장에서 창고까지는 왕복 다섯 시간 반 거리다. 최 씨는 졸음을 깨려 물을 마시면서도 마음껏 마시지는 못한다. 화장실을 참는 일이 많다 보니 평생 한 번도 걸려 본 적 없던 방광염에 걸리기도 했다. 트럭 운전을 하며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졸음이라고 한다.
IT 개발자 출신 타일공, 3년 차 래핑 전문가
방송은 다른 여성 기술자들도 소개했다. 대부분의 작업자가 남자인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눈에 띄는 여성 타일공 김진선 씨는 3년 전 IT 개발자를 그만두고 타일공을 선택했다. 주변 사람들의 염려가 컸지만 지금은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주특기인 타일과 타일 사이의 모서리를 잇는 레진 기술은 타일 업계에서 손꼽을 정도이며,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 소개됐다. 자동차 래핑 경력 3년 차인 황현정 씨는 래핑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차체에 상처 하나 남지 않게 자투리 필름지를 잘라내는 주기술은 오랜 경력자들이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 그 비결은 밤낮없이 잠까지 설쳐 가며 연습한 결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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