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简体中文
2026.09.24 (목) 국내외 이슈 전문지
속보 "1년 만에 투자금 회수" 데이터센터 광풍 속, 미장 주가만 보면 안 되는 이유
홈 › 사회 & 이슈
사회 & 이슈

새벽 2시 30분 출근해 300상 판매, 청량리 시장 냄비밥의 '전쟁 같은 하루'

새벽 2시 30분에 출근해 하루 300상의 냄비 밥을 지어내는 서울 청량리 시장 백반집의 치열한 일상을 담았다. 40년 내공의 불 조절과 직접 만드는 11가지 반찬이 담긴 밥상이 상인들의 하루를 채운다.

임도현
입력
새벽 2시 30분 출근해 300상 판매, 청량리 시장 냄비밥의 '전쟁 같은 하루'
▲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여성의 모습

서울 경동시장 한적한 골목, 밥때만 되면 구수한 냄새가 골목을 채운다. 손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냄비 밥의 향기에 이끌려 식당으로 모여든다. 이곳의 주인공은 11가지 반찬과 함께 갓 지어 나오는 냄비 밥이 포함된 백반이다. 밥과 반찬을 합치면 총 13가지 구성으로 나간다. 하루 평균 약 300상이 판매될 만큼 인기가 높지만, 이 밥상이 차려지기까지는 전쟁 같은 시간이 흐른다.

새벽 2시 30분, 멈추지 않는 칼질과 불 조절

주인장 김영래 씨의 하루는 남들보다 훨씬 이른 새벽 2시 30분에 시작된다. 매일 바뀌는 11가지 반찬을 모두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반찬은 매일 새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차가운 물에 손을 담가가며 간장 양념을 만들고, 꽃게 무침과 버섯 장조림을 준비한다. 숙련된 손길로 양념을 맞추지만, 모든 것은 눈대중과 감에 의존한다. "노트에 적어서 따라 해봐도 안 된다"는 가족의 말처럼, 40년 내공의 손맛은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

밥맛을 결정짓는 핵심은 쌀과 불 조절이다. 이곳은 밥맛을 위해 한 달에 약 1,600kg의 쌀을 소비하며, 청주 지역의 쌀만을 사용한다. 쌀을 약 3시간 동안 불려 최적의 상태를 만든다. 화구 위에는 20개의 양은 냄비가 동시에 올라간다. 양은 냄비는 열전도율이 높아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밥이 타버리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강불과 약불, 중간 불을 오가며 섬세하게 불을 조절한다. 물이 날아가고 하얀 밥알이 보이기 시작하면 재빨리 뚜껑을 덮고 뜸을 들인다. "거품이 없어지면 뜸을 들여야 한다"는 노하우로 완성된 밥은 윤기가 흐르고 찰기가 넘친다. 밥을 푼 뒤 제공되는 쫀득한 누룽지와 구수한 숭늉은 이 집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오전 7시, 폭주하는 주문과 배달 전쟁

오전 7시가 넘어가면 식당은 본격적인 전쟁터로 변한다. 시장 상인들의 배달 주문 전화가 빗발친다. 주문이 들어오면 신문지에 상 수를 적어 분류하고, 배달원들이 이를 받아 챙긴다. 갓 지은 냄비 밥이 식기 전에 전달해야 하기에 시간은 곧 생명이다. 오토바이 한 대에 최대 10상까지 싣고 미로 같은 시장 골목을 누비는 과정은 베테란이 아니면 수행하기 힘든 고된 일이다.

바쁜 시간에는 가족들이 모두 투입된다. 배달을 담당하는 전 남편과 요리를 돕는 친정엄마, 그리고 장모의 손맛을 배우려는 사위까지 합세한다. 사위는 "요리를 배우려면 김치 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며 장모의 내공을 이어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배달이 밀리면 직접 오토바이에 올라타 뛰어가기도 한다. "식기 전에 배고픈 상인들을 향해 달려간다"는 말처럼, 이들의 움직임은 쉴 틈이 없다. 밥이 타버리는 사고가 발생하면 쌀이 아까워 속상함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주방은 멈추지 않는다. 하루에 냄비를 네다섯 개 정도 태울 때도 있지만, 다시 씻어 사용하며 치열하게 일과를 이어간다.

300상의 무게, 그리고 보람찬 마무리

하루 12시간 넘게 이어지는 강행군 끝에 정산 시간이 찾아온다. 오전 6시 30분 오픈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일과 속에서 하루 평균 300상 정도를 판매하며, 고된 노동의 결과가 숫자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허리 디스크를 앓을 정도로 육체적인 부담이 큰 일이지만,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손님들의 인사가 이들을 버티게 한다.

"사람들이 인사하고 가시면 보람차고 행복하다"는 주인장의 말에는 고된 하루를 견뎌낸 이들의 진심이 담겨 있다. 갓 지은 냄비 밥과 정성 가득한 반찬으로 누군가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준다는 자부심이 이 전쟁 같은 일상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다. E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이 치열한 과정을 통해 시장의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경동시장 #청량리 시장 #김영래 #냄비 밥 #백반 #배달
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 ›

관련 기사

106중 추돌 진실 밝힌 블랙박스부터 딥페이크 위협까지, 시민 제보의 두 얼굴

106중 추돌 진실 밝힌 블랙박스부터 딥페이크 위협까지, 시민 제보의 두 얼굴

2026.09.23
"도의적 책임일 뿐" 병원 매뉴얼 뒤에 숨은 의료사고, 조작된 기록과 0.6%의 승소율

"도의적 책임일 뿐" 병원 매뉴얼 뒤에 숨은 의료사고, 조작된 기록과 0.6%의 승소율

2026.09.23
"이기적인 줄 알았는데..." 20년 만에 깨달은 남편의 '자폐 스펙트럼'

"이기적인 줄 알았는데..." 20년 만에 깨달은 남편의 '자폐 스펙트럼'

2026.09.23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