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참나무 1톤 태우는 남자, 20년 연구 끝에 완성한 '무쇠 솥뚜껑'의 맛
검은색 패딩을 입은 여성이 실내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끝이 시린 겨울이면 유독 생각나는 맛이 있다. 매서운 칼바람도 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진한 불향. 전남 담양에서는 매일 아침 1톤이 넘는 참나무 장작을 패며 '불맛'에 인생을 건 한 남자가 있다. E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김춘구 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작을 패왔을 만큼 숙련된 솜씨를 자랑하며, 20년 넘게 무쇠 솥뚜껑을 이용한 요리를 연구해 온 인물이다.
매일 참나무 1톤, 무쇠 솥뚜껑이 버텨내는 1,000도의 화력
김춘구 씨의 주무기는 무쇠 솥뚜껑이다. 그는 스무 살 때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20년 동안 솥뚜껑 하나에 매달려 불맛을 연구했다. 그가 사용하는 참나무 장작은 화력이 매우 강력하다. 영상 속 김 씨는 "다른 쇠는 녹아내릴 정도의 화력이지만, 이 솥뚜껑은 그 열기를 버티며 음식에 열을 고르게 전달해 조화가 기가 막히다"라고 설명한다.
그의 대표 메뉴는 솥뚜껑 닭볶음탕이다. 대파로 숙성시킨 매콤한 양념장에 토종 닭을 넣고, 뜨거운 장작불 위에서 40분 이상 뭉근하게 끓여낸다. 장작불의 강한 화력은 솥뚜껑을 달구고, 그 열기는 국물에 깊은 불맛을 입힌다. 김 씨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내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진짜 희열을 느낀다"며, 그에게 불맛이란 '뜨거운 인생의 맛'이라고 말한다.
그의 연구는 솥뚜껑에 머물지 않는다. 가게 근처 농막에 마련된 '불맛 연구소'에서 그는 부침개, 면 요리, 고기 구이 등 솥뚜껑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실험한다. 최근에는 통돼지 바비큐를 구울 수 있는 전용 그릴까지 제작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맛을 구현해내기도 했다.
70년 세월을 이어온 무안의 비밀, 3년 숙성된 볏짚
불맛의 여정은 전남 무안으로 이어진다. 그곳에는 7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가 있다. 이 집의 맛을 결정짓는 핵심은 고기가 아니라 '볏짚'에 있다. 영상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3년 이상 건조해 수분기를 완전히 뺀 숙성 볏짚을 사용한다.
승대 씨가 이어가는 이 집의 '짚불 석쇠구이'는 순간 화력을 이용한다. 볏짚이 타오를 때 온도는 1,000도 가까이 치솟는다. 이 강력한 열기는 고기를 40초 만에 빠르게 익혀내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잡아준다. 동시에 볏짚 특유의 향이 고기의 잡내를 완벽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짚불 구이의 유래는 흥미롭다. 과거 영산강에서 잡은 숭어를 짚불에 구워 먹던 할아버지의 방식이 며느리와 손자로 이어지며 70년의 역사가 되었다. 여기에 바다의 맛을 담은 '칠계장'을 곁들이면 무안의 산과 바다를 한 입에 담은 듯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멈추지 않는 실험, 120도의 온도에서 찾는 새로운 맛
전통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맛을 향한 도전이다. 무안의 승대 씨 역시 볏짚을 활용한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 중이다. 기존 방식이 1,000도의 고온에서 빠르게 굽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방식은 볏짚으로 초벌을 한 뒤 항아리 안에서 100~120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익히는 것이다.
이는 강렬한 불향보다는 볏짚 향이 은은하게 배어든 담백한 맛을 목표로 한다. "어떤 불과 온도에서 구워내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그의 말처럼, 불맛을 향한 이들의 연구는 오늘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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