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 고수의 낚싯바늘에는 미끼가 없다, 가을 갯벌의 '백발백중' 사냥법
전남 보성 벌교 갯벌에서 40년째 짱뚱어 낚시를 해온 이화성 씨는 미끼 없는 낚싯바늘을 던져 짱뚱어를 낚아챈다. 무안 갯벌의 정채진 씨는 40년 넘게 가래 삽으로 낙지를 파왔다.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2020년 10월 21일 방송된 EBS '한국기행 - 가을 사냥꾼 3부 갯벌의 고수들'은 찬바람 부는 가을,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과 무안군의 갯벌에서 짱뚱어와 낙지를 잡는 고수들을 찾아갔다.
미끼 없는 바늘로 짱뚱어 낚는 훌치기낚시
벌교에서는 따뜻한 봄에는 맨손으로 짱뚱어를 잡을 수 있지만, 찬바람 부는 가을 갯벌에서 짱뚱어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짱뚱어 낚시뿐이다. 물 빠진 갯벌 위에서 낚시를 한 지 40년째라는 이화성 씨는 이날도 갯벌을 찾았다.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도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뻘배가 있기 때문이다. 뻘배를 밀며 갯벌 위를 종횡무진하던 그는 자리를 잡자마자 채비를 서두른다.
그가 쓰는 훌치기낚시는 분수처럼 솟아오른 4개의 바늘이 달린 낚싯바늘을 줄로 매달아 쓰는 방식이다. 미끼 없는 낚싯바늘을 갯벌 위로 던져 짱뚱어의 몸 일부를 낚아챈다. 떨어지면 머리든 꼬리든 몸통이든 아무 데나 걸려 올라온다고 해서 훌치기라는 설명이다. 화성 씨의 낚싯바늘에 백발백중 잡혀 올라오는 짱뚱어로 바구니는 어느새 한가득 찬다. 아버지가 훌치기낚시를 하던 시절부터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 벌써 40년, 대를 이어 내려온 작업이다. 짱뚱어가 가장 살이 올라 맛이 절정인 시기가 일 년 중 바로 이맘때여서 그는 가을 갯벌을 쉬이 떠나지 못한다.
짱뚱어잡이 고수가 화성 씨라면 짱뚱어 손질 고수는 아내 김정순 씨다. 여름에는 입을 벌리지 않던 짱뚱어가 찬바람이 나면 입을 벌린다고 하는데, 정순 씨는 가을을 맞아 입이 떡 벌어진 짱뚱어의 내장을 순식간에 제거한다. 얼갈이를 넣어 끓이는 짱뚱어탕은 찬바람 부는 이맘때 부부가 즐겨 먹는 가을 별미이자 보양식이다. 남편을 위해 살 오른 몸통 대신 짱뚱어 대가리를 손에 드는 아내 덕분에, 화성 씨는 찬바람 부는 가을 갯벌에서도 끄떡없다.
1초에 2삽, 무안 갯벌의 가래 삽 낙지잡이
전라남도 무안군에는 찬바람 부는 가을이면 매일 삽을 들고 느지막이 갯벌로 출근하는 정채진 씨가 있다. 중학생 때부터 낙지를 잡기 시작해 올해로 40년 넘게 낙지를 팠다. 그는 물이 들어올 때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오히려 갯벌로 들어간다. 물이 들기 시작해야 갯벌 속 공기가 부족해진 낙지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쉽게 낙지를 파기 위한 그만의 40년 노하우다. 그는 물의 움직임을 보면 낙지가 올라올 때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손에 가장 많이 들려 있는 것은 가래라 불리는 삽이다. 일반 삽과 달리 10만 원짜리로, 찍어도 낙지가 잘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비싼 삽의 본전은 진작 뽑았다는 것이 채진 씨의 말이다. 작은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낙지를 잡으려면 1초에 2삽이라는 스피드와 힘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리가 가늘고 긴 무안 세발낙지를 팔 때는 힘 조절이 핵심인데, 팔 때는 벌처럼 강렬하게, 집어 들 때는 나비처럼 부드럽게 해야 한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갯벌에서 날고 기는 그가 마을에서 제일가는 낙지잡이 고수로 통하는 이유다.
그가 하는 모습을 보면 쉬워 보이지만, 직접 도전한 제작진은 낙지잡이는 고사하고 펄에서 다리 한번 빼 걷기도 쉽지 않았다. 채진 씨가 두 시간 남짓 사냥한 수확은 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힘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마을에 둘밖에 남지 않은 가래 삽 낙지잡이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그는 오늘도 갯벌로 나선다.
'낙지 귀신' 아내가 차린 가을 낙지 한 상
채진 씨가 이렇게 낙지를 잡는 것은 아내 최영자 씨가 낙지를 좋아하는 '낙지 귀신'이기 때문이다. 영자 씨는 생각나면 낙지를 잡아둔 대야 속에서 산낙지를 바로 집어 먹는다고 한다. 낙지는 찬바람 부는 이맘때부터 12월까지가 제철이고, 그중에서도 몸값이 높은 것이 펄에서 난 세발낙지로 한 마리에 5천 원이다. 채진 씨는 9월과 10월에 돈을 가장 많이 번다고 했다.
고생한 남편을 위해 영자 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참기름과 간장을 뿌린 낙지탕탕이부터 산낙지를 그대로 넣은 시원한 연포탕, 새콤달콤한 배추 낙지 초무침까지 달고 부드러운 가을 보양식, 낙지 한 상이 차려졌다. 달고 연하기로 유명한 가을 세발낙지는 탕탕이가 그만이다. 별 양념 없이 먹어도 일품이지만 간장에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낙지가 입안에서 순식간에 녹아 없어진다. 살짝 데쳐 감식초에 새콤달콤하게 무쳐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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