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m 첨탑 위에서 내려다본 중세 탈린, 500만 년 된 '카푸치노 폭포'의 비밀
124m 높이의 올레비스트 교회 첨탑에서 내려다본 중세 탈리의 전경과, 마치 카푸치노처럼 갈색 빛을 띠는 에갈라 폭포의 신비로운 풍경을 담았다.
중세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덴마크인이 세운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리(Tallinn)다. 이곳의 구시가지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처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24m 첨탑이 지켜온 중세의 실루엣
탈리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육중한 성벽과 쌍둥이 탑이 버티고 서 있다. 16세기 당시 북유럽에서 가장 견고한 성이었음을 증명하듯, 성벽은 여전히 위용을 자랑한다. 15~16세기 전성기 시절에는 4.7km에 달하는 성벽을 따라 46개의 성탑이 늘어서 있었으나, 현재는 25개의 성탑만이 남아 역사를 전한다.
구시가지의 중심인 광장에는 600년 넘은 고딕 양식의 구시청사가 우뚝 서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수공예품과 용품을 파는 마켓이 열린다. 특히 와인에 오렌지와 계피를 넣어 따뜻하게 데운 '글루이그(Glühwein)'는 이곳의 겨울을 상징하는 풍미를 선사한다.
마을 어디서나 보이는 첨탑 중 하나인 올레비스트 교회는 높이가 무려 124m에 달한다. 1549년부터 1625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이 교회는 오랫동안 탈리 건축물의 높이 제한 기준이 되어왔다. 좁고 가파른 나선형 돌계단을 올라 첨탑 정상에 서면, 산타 모자를 쓴 듯한 구시가지의 전경과 멀리 발트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무역선들의 이정표 역할을 했던 이곳은 지금도 도시의 가장 높은 지점으로 남아 있다.
표트르 대제의 여름 별장과 그리스 신화의 천장
트램을 타고 시외곽으로 나가면 카드리오구 궁전이 나타난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가 부인 예카테리나를 위해 1718년 지은 바루크 양식의 여름 별장이다. 화려한 내부로 들어서면 제정 러시아를 상징하는 쌍두독수리를 중심으로,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를 상징하는 문양들이 거울을 보듯 대칭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다.
궁전의 천장에는 그리스 신화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사슴으로 변한 사냥꾼은 스웨덴의 국왕 카를 12세를, 목욕하는 다아나는 표트르 대제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천장의 그림을 보기 위해 바닥에 눕는 모습은 이 화려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카푸치노를 닮은 갈색 폭포와 2,000개의 섬
탈리에서 차로 40분 거리인 라헤마 국립공원은 1971년 소비에트 연방 시절 지정된 에스토니아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725㎢)이다. 빙하기의 흔적을 간직한 비루라바 습지대는 영양분이 부족해 나무들이 왜소하게 자라 있으며, 이끼와 흙으로 탁해진 물빛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독특한 풍경은 에갈라 폭포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색이 짙은 갈색을 띠는데, 이는 라헤마 습지로부터 흘러 내려온 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누군가 물 위에 커피나 홍차를 부어놓은 듯한 모습이 마치 '카푸치노'를 연상시킨다. 500만 년 전에 형성된 이 폭포는 매년 평균 20cm씩 후퇴하며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고 있다.
발트해를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2,000개가 넘는 섬을 보유하고 있다. '여자의 섬'이라 불리는 나이사르 섬으로 향하는 길은 겨울의 혹독함을 보여준다. 항구가 꽁꽁 얼어붙어 표지판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투어를 위해 대기하던 군용 트럭마저 얼음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얼음을 깨며 나아가는 여정은 에스토니아의 거친 자연을 다시금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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