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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5개 한정" 3천 원 대왕 토스트, 베트남 며느리가 지켜낸 40년 손맛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임도현
입력 2026.09.21 11:10
"1인 5개 한정" 3천 원 대왕 토스트, 베트남 며느리가 지켜낸 40년 손맛
▲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전통 시장 입구,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곳에는 단돈 3,000원에 양배추와 달걀,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구워내는 '대왕 토스트'가 있다. 1인당 최대 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가게는 19년째 옛날식 토스트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달걀과 양배추, 부추, 당근 등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구워내는 이 토스트는 저렴한 가격에도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어머니 돌아가시면 안 하려고 했는데" 다시 잡은 철판

토스트를 굽는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 정수현 씨다. 그녀는 40년 넘게 토스트 장사를 해온 시부모님의 뒤를 이어 2대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수연 씨는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가게를 그만두려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절대로 하지 마라, 어머니까지만 고생하면 된다"라며 반대했던 시어머니의 뜻을 따르려 했던 것이다. 시어머니는 수연 씨가 더 이상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늘 근면 성실함을 몸소 보여주며 그녀를 격려해 왔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시장으로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단골손님들이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몇 개월 뒤, "어디 갔냐", "왜 이사 갔냐"며 수연 씨를 찾는 손님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그 그리운 맛을 찾는 마음들이 수연 씨를 다시 뜨거운 철판 앞으로 불러세운 원동력이 됐다. 수연 씨는 "손님들이 보내는 응원이 힘이 된다"며, 시어머니의 성품과 끈기를 이어받아 이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욕심 없이 부지런하면서 또 손님들 생각되는 대로 열심히 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에는 시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손님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매일 양배추 15통 손질, 16개 동시 조리하는 극한의 노동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연 씨의 철칙은 '아끼지 않는 것'이다. "아드님 거 먹다가 모자라면 기분이 좀 그렇잖아요. 어머니 때도 똑같이 모자라는 것보다 남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재료를 준비한다. 매일 아침 신선한 맛과 색감을 유지하기 위해 양배추 15통 이상을 직접 손질하며, 재료 준비에만 두 시간을 쏟는다. "전날 미리 준비하면 맛과 색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연 씨는 저울을 사용하지 않고 눈대중으로 재료를 배합하며,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넉넉한 인심을 재료의 양으로 증명한다.

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되면 작업은 치열해진다. 대형 철판은 위치마다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연 씨는 재료가 타지 않도록 적절한 온도를 찾아 철판 위를 계속 이동해야 한다. "온도가 달라서 판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특히 속 재료가 두툼해 속까지 고르게 익히는 것이 관건이다. 수연 씨는 철판에 마가린을 녹인 뒤 그 위로 재료를 옮겨 굽는 노하우를 사용한다. 재료가 익는 속도에 맞춰 마가린을 보충해 고소한 맛을 더하는 것도 그녀만의 요령이다. 주문이 몰리는 시간에는 한 번에 약 16개의 토스트를 동시에 구워내야 하며, 하루 평균 300장의 토스트를 만들어낸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9시간 동안 뜨거운 열기와 유증기 앞에서 버티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쏟아내는 땀과 유증기 때문에 마스크 없이는 버티기 힘들 정도이며, 겨울에는 유증기와 찬 공기가 만나 피부에 달라붙는 고충을 겪기도 한다.

"배고픈 건 못 지나쳐요" 시장 사람들의 사랑방이 된 가게

고된 노동 속에서도 수연 씨가 미소 지을 수 있는 건 주변의 따뜻한 정 덕분이다. 버스 기사로 일하는 남편 종민식 씨는 틈틈이 가게를 찾아 재료 정리를 돕는 등 아내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또한 바쁜 시간에는 시장 이웃들이 자처해서 매장을 정리하거나 일손을 거들어준다. "자식 같다"며 도와주는 이웃들 덕분에 가게는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시장 사람들의 작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연 씨의 마음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 고구마 소를 넣은 쌀 한 주먹으로 가족 다섯 명을 먹여 살렸던 기억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배고픈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돈이 없어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넉넉히 나누어 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배고픔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그녀의 진심은 3,000원짜리 토스트를 넘어 시장의 온기로 전해지고 있다. 토스트를 굽는 것뿐만 아니라 고향 베트남에서 공수한 원두로 커피를 제조하는 일까지 병행하며, 수연 씨의 하루는 오늘도 뜨겁게 흘러간다.

#정수현 #대왕 토스트 #베트남 #종민식 #토스트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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