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에 미쳤다" 45년 염부 아버지와 4년 전 돌아온 아들의 짭조름한 동행
45년간 태안반도에서 소금꽃을 피워온 아버지 정갑훈 씨와, 아버지의 고된 노동을 돕기 위해 4년 전 귀향한 아들 정지훈 씨의 짭조름한 인생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반도 서쪽 끝자락, 태안반도의 가로림만 인근에는 5만㎡(약 1만 5,000평) 규모의 광활한 소금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4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쉼 없이 소금꽃을 피워온 염부 정갑훈 씨가 있습니다. 그의 아침은 염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45년 된 염도계를 손에 쥔 그는 "염도를 안 맞춰주면 소금을 생산할 수 없다"며 22%의 염도를 맞추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 염도계는 45년 동안 그와 함께하며 생명을 유지해온 도구이기도 합니다.
"소금에 미쳤다" 45년 세월이 담긴 손가락의 흉터
정갑훈 씨에게 소금은 단순한 생산물을 넘어선 존재입니다. 그는 "이 소금에 좀 미치다 보니 그랬다"며 소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냅니다. 45년 동안 새벽부터 자정까지 소금밭을 지켜온 그의 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특히 순도 높은 천일염을 만들기 위해 간수를 빼는 과정은 고된 노동의 연속입니다. 그는 "손가락이 막 이렇게 됐다"며, 소금을 담고 누르는 과정에서 마디가 아플 정도로 고생했던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80세에 가까운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직접 삽을 들고 수레를 밀며 소금밭을 일굽니다.
소금 생산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단계는 소금을 판에 소재하는 일입니다. 정 씨는 "이게 소금 생산하고 나면 이 판에 소재하는 데가 제일 어렵다"며 반복되는 작업의 고단함을 전합니다. 또한, 탈수기에 소금을 넣어 남은 간수를 빼는 작업도 만만치 않습니다. 탈수기를 돌릴 때 자리를 잘 잡지 않으면 소금이 팍 터져 나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미세먼지 등을 배출시키며 간수를 쫙 빼낸 소금은 정 씨의 자부심이 담긴 태안반도 천일염으로 탄생합니다.
도시 생활 접고 돌아온 아들, 염전에 찾아온 변화
4년 전, 정갑훈 씨의 소금밭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도시에서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했던 아들 정지훈 씨가 아버지의 고된 노동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연세도 있고 해서 봐드리러 왔다"며 고향행을 결정한 이유를 밝힙니다. 아들이 돌아온 후, 정 씨의 염전에는 자동 채염기 같은 현대적인 설비가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용 모양을 닮은 '용갈이' 기계가 지하의 소금을 퍼 담는 등 일손이 부족해지는 현실에 맞춰 조금씩 자동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땀과 노력은 대신할 수 없다"며 직접 소금을 수레에 담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아들은 "아무리 기계가 좋다고 해도 아버지는 직접 소금을 수레에 담는다"며, 아버지가 혹여나 일을 그만둘까 봐 투자한 것이라며 웃어 보입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삶이 자신의 인생에 거름이자 등불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시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그때까지는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는 아들의 말에는 아버지의 곁을 지키겠다는 든든함이 묻어납니다.
첫맛은 짜지만 뒷맛은 달다, 부자의 별미 '삼겹살 소금구이'
가로림만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뻘에서 생산된 이 집의 천일염은 맛이 깔끔하기로 유명합니다. 방문객들은 "다른 소금과 달리 씁쓸한 맛 없이 깔끔하다"며 입을 모읍니다. 2022년의 기록을 보면, 비가 많이 온 뒤 20일 만에 찾아온 손님들이 "소금이 많이 짜지 않고 깔끔하니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기도 했습니다. 정 씨는 직접 찾아준 손님들의 마음이 고마워 소금 포대를 넉넉히 챙겨주는 인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고된 노동 끝에 부자가 함께 즐기는 특별한 별미도 있습니다. 바로 직접 수확한 천일염을 불판에 두껍게 깔고 구워내는 '삼겹살 소금구이'입니다. 불판 위에 천일염을 두껍게 까고 삼겹살을 올리면 완성되는 이 요리는 소금밭 부자의 각별한 별미입니다. 아들이 준비한 이 음식에 대해 아버지는 "첫맛은 짜지만 뒷맛은 달달하다"며 만족감을 표합니다. 한편, 아들이 내려온 것에 대해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던 어머니는 "아드님이 이렇게 내려와 같이 사시니 좋다"며 부자의 동행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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