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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이유"… 우리를 발목 잡는 '내연적 자기애'의 정체

세 명의 남성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유진
입력 2026.09.21 11:10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이유"… 우리를 발목 잡는 '내연적 자기애'의 정체
▲ 세 명의 남성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누구나 주변에서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를 들어도, 문득문득 불안해지거나 타인의 성공 앞에 마음이 뒤틀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특히 친구가 잘되었을 때 순수한 축하 대신 묘한 질투심이나 배아픔을 느낀다면, 이는 단순한 성격 결함이 아닌 심리적 기제인 '내연적 자기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나대지 마라"는 사회적 압박이 만든 '내연적 자기애'

최근 닥터프렌즈 영상에 출연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지용 씨는 저서 '기대의 감각'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내연적 자기애'에 대해 설명했다. 흔히 나르시시즘(자기애성 인격 장애)이라고 하면 타인을 착취하거나 자신을 과시하는 외향적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김 씨가 주목한 것은 내면으로 숨어든 자기애다.

김 씨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집단과 예의를 중시하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거나 "나대지 마라"는 식의 억압적 문화가 강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인은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기보다 수치심과 열등감을 숨기는 방식을 택하게 된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며 "나는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내면에는 '나는 사실 대단한 사람인데 드러낼 수 없다'는 우월감 컴플렉스가 자리 잡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연적 자기애'의 핵심이다.

이러한 심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성적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거나, 심지어 "나는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천재다"라며 자신의 무기력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는 실패했을 때 입을 상처를 미리 방어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 김 씨는 한국 사회의 특성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이는 단순히 부러워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성공에 대해 배아픔을 느끼는 전제 의식이 깔린 독특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러브 유어셀프'의 함정과 사회적 연결의 중요성

김 씨는 최근 몇 년간 유행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메시지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확산되었던 이 메시지는 타인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김 씨는 미국에서의 사례를 들어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에서는 지나친 자기애 중심의 메시지가 확산된 이후, 오히려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우울증과 자살률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최근 미국에서는 '이기적 이타심'을 통해 타인과 연결될 때 더 건강해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타인과 연결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김 씨는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느슨한 연대(예: 특정 목적을 위해 모였다가 헤어지는 모임)'와 같은 문화가 내연적 자기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너무 깊은 관계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만, 적절한 소속감을 느끼는 연결은 심리적 건강에 필수적이다. 영상에서는 이러한 자생적인 흐름의 예로, 모여서 게임을 하고 헤어지며 감자튀김을 먹는 식의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들 수 있다.

"나는 별인 줄 알았다"… 잘못된 기대가 만드는 좌절감

영상에서는 최근 대중문화에서 나타나는 자조적인 정서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나는 내가 반짝이는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벌레였다"는 식의 가사나 메시지가 유행하는 현상은, 자신이 기대했던 높은 수준(별)과 실제 모습(벌레)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좌절감을 반영한다. 김 씨는 이러한 좌절감이 커질수록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김 씨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책이 출간된 후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 중 정신 건강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으며, 마음속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사회는 왜 이 좋은 책을 알아봐 주지 않느냐'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부분임을 강조하며, 만약 타인의 성공(예: 친구의 베스트셀러 등)에 대해 너무 과하게 힘들어하거나 시기질투하는 마음이 자라난다면 내 안의 내연적 자기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대치를 점검하고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다. 단순히 결과에 매몰되어 타인을 시기하거나 자신을 비하하기보다는, 내면의 잘못된 기대감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영상에서 언급된 심리적 현상은 개인의 성향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정 심리 상태가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전문가와 상담하여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김지용 #기대의 감각 #내연적 자기애 #닥터프렌즈 #나르시시즘 #심리학
오유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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