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이 당연해진 시대" 정지아 작가가 말하는 관계의 무게와 시골의 정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겪을 때 '손절(관계를 끊음)'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축의금 액수의 차이나 사소한 불편함을 이유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지식인사이드 영상에 출연한 정지아 작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성찰적인 시각을 제시하며, 관계를 대하는 태도와 공동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축의금 차이로 손절?" 손절이 만연해진 시대의 단면
영상에서 출연자는 최근 사람들이 조금만 불편함을 느껴도 바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손절 문화'에 대해 언급했다. 예를 들어, "나는 결혼식에 백만 원을 했는데 상대는 삼십만 원을 했다"며 이를 '손절각'이라고 판단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정지아 작가는 "누군가는 한 번 숙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무례함을 피하기 위해 관계의 깊이를 포기하는 현상에 대해 언급했다.
작가는 40대 초반까지 10년은 사귀어야 친구라고 생각할 만큼 관계에 신중했으나, 오히려 옆에 달라붙는 사람들을 싫어하며 밀어냈던 경험을 고백했다. 하지만 결국 관계를 유지해준 것은 그렇게 다가와 준 사람들이었다. 작가는 가스라이팅이나 이용당하는 관계처럼 명백히 끊어야 할 상황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단순한 손익계산에 의한 손절은 인간관계의 야멸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작가는 시골에서의 경험을 통해 관계의 축적에 대해 설명했다. 15년째 살고 있는 시골에서는 연락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이웃들이 있어 처음에는 청소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서로의 기준을 낮추고, 빈손으로 오기 미안해 호박을 가져오거나 맛있는 반찬을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손절할 수 없는 관계'가 되는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작가는 "어떤 언니의 고추장 멸치볶음이 맛있으면 다시 들러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주고받음이 서로의 존재 의미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도시와 시골, 왜 도시는 더 각박하게 느껴지는가
정지아 작가는 시골에서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와 시골의 결정적인 차이를 설명했다. 시골은 '봉건주의적 요소'와 '농사'라는 공동 작업의 특성이 결합된 곳이다.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시골 사람들은 이웃과 갈등이 생기더라도 함께 농사를 지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싫어도 참고 견뎌야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반면, 자본주의 중심의 도시는 삶의 조건이 유동적이다. 일터와 주거지가 수시로 바뀌며 한곳에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이웃이 서로의 생존을 돕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도시는 구조적으로 각박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작가의 분석이다. 최근 도시에서 발생하는 '민폐 논란'이나 '관크(관객 매너 위반)' 같은 현상 역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조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작가는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로소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모든 사람의 자유를 만족시키는 사회는 불가능하기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지향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때로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포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한 사람의 응원"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당당함'을 강조했다. 소설 『찌니주의보』의 인물들을 빌려, 사회적 편견이나 시선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소설 속 인물 '수원'은 베트남 이주 여성이자 레즈비언이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낯설고 이상한 존재로 비춰지지만 그 시선에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작가는 이처럼 불완전한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할 때 너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만인이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BTS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조차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언급했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의 범위를 스스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작가는 40대 초반까지 친구가 세 명뿐이었기에 오히려 남의 말에 크게 휘둘리지 않았으며, 덕분에 인간관계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는 장점도 언급했다.
특히 "세상 모두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단 한 사람만 나를 믿어준다면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메시지는 타인의 시선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작가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세상은 못생겼다고 할지라도 어머니는 최고라고 믿어주었기에 인생을 잘 살아올 수 있었다며, 누군가의 응원이 삶의 강력한 동력이 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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