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는 혼자서도 잘 살았지만"… 산골 부부가 서로를 더 절실히 찾는 이유
실내에서 남녀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인적 하나 보이지 않는 깊은 골짜기, 눈이 펄펄 내리는 충북 진천군의 파랑골. 이곳에는 10년 전 산자락에 작은 집을 짓고 들어온 한경호·김소영 부부와 두 아이가 살고 있다. 귀촌 9년 차에 접어든 이 가족에게 겨울은 단순히 추운 계절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고 자연이 주는 결실을 맛보는 시간이다.
"다른 난방은 없어요"… 땔감이 곧 생존인 산골의 겨울
이 가족의 집에는 도시의 아파트처럼 버튼 하나로 온도를 조절하는 보일러가 없다. 영상에 따르면, 이 집의 유일한 난방 수단은 난로다. "다른 난방은 하나도 없어요. 맨바닥이에요"라는 말처럼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추위가 몰아치면 남편 한경호 씨는 부지런히 땔감을 모은다. 골짜기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미리 모아둔 땔감은 이들에게 생존과 직결된 자산이다.
과거 도시에서 조각 일을 했던 그는 이제 장작을 패는 일이 스트레스 해소이자 재미있는 운동이 되었다고 말한다. 장작이 '착착' 깨지며 나가는 소리는 부부 싸움 뒤의 화해를 돕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부부 싸움 했을 때 한 번씩 이렇게 장작 패기 하면 아주 톡 튄다"며 웃어 보이는 모습에서 산골 생활의 여유가 느껴진다.
난로 주변으로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추우니까 저희는 다른 난방이 안 되니까 불을 펴야 돼요"라며 난로로 모여드는 가족의 모습은 마치 다람쥐 가족을 연상시킨다. 난로 위에서 익어가는 고구마와 가족의 체온은 집안을 채운다. 돈은 부족할지 몰라도 자연이 주는 기쁨과 서로의 온기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배추가 주는 선물
겨울 산골의 식탁은 자연의 리듬을 그대로 따른다. 텃밭의 채소들은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버텨낸다. 영상 속 출연자는 "설 맞고 눈 맞고 녹았다가 얼었다가 한 배추가 싸 먹으면 더 맛있다"며, 추위를 견뎌낸 것들이 오히려 영양가가 높고 고맙다고 전한다. 완전히 다 얼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땅의 배려에 감사를 표한다.
땅속에 남아있는 냉이를 캐고,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 배추로 된장국을 끓여낸다. 여기에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를 곁들인 소박한 식사는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배추된장국은 솔직히 여름에 먹으면 맛없어요. 봄에도 겨울이 제일 맛있어요"라며 제철 음식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계절이지만, 그렇기에 땅이 내어주는 작은 먹거리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는 법을 배운다.
"도시와는 달라요"… 자연 속에서 깊어진 관계
도시에서의 삶과 산골에서의 삶은 관계의 밀도부터 다르다. 도시에서는 각자의 삶이 있어 누군가 없어도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없지만, 자연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매 순간 깨닫게 된다는 것이 부부의 설명이다. 이러한 상호 의존성은 부부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다.
성격이 급한 아내와 느긋한 남편은 가끔 부딪히기도 한다. 추위 때문에 창문을 비닐로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남편은 "이걸 치면 바깥 풍경이 안 보여 답답하다"며 풍경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속도를 늦추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 덮이 눈밭을 뛰어다니고 얼음을 깨는 아이들의 놀이는 특별한 장난감이 없어도 즐거운 시간이 된다. 얼음이 내려앉은 연못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솔방울을 줍는 소소한 일상은 가족의 행복으로 쌓인다.
한경호 씨는 새끼 강아지들도 정성껏 보살핀다. 추운 겨울, 어미의 품을 파고드는 새끼 강아지들을 보며 자연의 생명력을 느낀다. 또한 말린 연꽃을 활용해 차를 끓여 마시는 등 삶의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남들이 뛰는 속도에 맞춰 뛸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한경호 씨. 자연의 품 안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이 겨울의 풍경이 아이들의 가슴에 지문처럼 깊게 남기를 바라며, 가족의 겨울은 오늘도 따뜻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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