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00m 산골 촌집, 60년 된 벽만 남기고 비운 이유
나무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여성의 모습.
남들이 짐가방을 챙겨 유명 피서지로 떠날 때, 강원도 평창 해발 700m 산골에 사는 조성빈 씨의 여름휴가는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에서 시작된다. 성옥산 아래 자리 잡은 그의 보금자리는 60년 된 촌집이다. 그는 옛 집의 흔적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휴식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꼭 필요한 벽만 남기고 창을 크게 낸 것이다. 창문 너머로 푸른 숲이 집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 된다.
"벽이 없으니 속이 시원해" 숲을 집안으로 들인 60년 된 촌집
성빈 씨의 집은 여름이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벽을 최소화하고 창을 많이 낸 구조 덕분에 열대야를 느낄 겨를이 없다. 영상 속 성빈 씨는 "창문이 굉장히 많아서 벽이 없다. 밖이 다 보이고 너무 속이 시원하다"며 집의 구조를 설명한다. 얕은 천장 아래서 쉬고 있으면 산골의 시원한 공기가 집안을 채운다. 60년의 세월을 간직한 낡은 벽체와 창밖의 녹음이 어우러져,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계절이 집 안으로 찾아오는 경험을 선사한다.
여름의 맛은 집 앞마당에서도 이어진다. 성빈 씨가 직접 심은 보리수나무에는 붉은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있다. 7월의 햇살을 머금은 보리수는 귤을 닮은 빛깔로 빛난다. 성빈 씨와 이웃 동생 복순 씨는 함께 보리수를 따며 수확의 즐거움을 나눈다. "한국 사람은 원래 빨리빨리 해야 된다"며 속도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이내 20분 만에 힘에 부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렇게 수확한 보리수는 효소로 담가 여름철 시원한 음료로 즐긴다. 성빈 씨는 산골 생활 10년 만에 "몸살을 앓은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건강해졌다"며 현재의 삶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재 새끼를 돌보는 마음, 자연과 함께하는 '동심'
산골의 여름은 집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집 앞 계곡은 성빈 씨에게 어린 시절의 동심을 되찾아주는 놀이터다. 일급수에만 산다는 도롱뇽과 가재를 찾는 과정은 마치 어린아이들의 놀이 같다. 특히 이번 여정에서는 어미 가재와 함께 세 마리의 새끼 가재를 발견하는 행운을 누린다. 성빈 씨는 잡은 가재를 바로 먹기보다, 어미와 새끼를 다시 계곡으로 돌려보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자연과 맞닿은 삶은 예상치 못한 선물도 가져다준다. 마당 한쪽에서는 매일 알을 낳는 오리가 성빈 씨를 기다린다. "매일 알을 낳아주는 게 보물을 꺼내는 기분"이라며 신기해하는 모습에서 산골 생활의 소소한 재미가 묻어난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름은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니라, 모든 것이 푸르게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 넘치는 계절이다.
주모로 변신한 10년 차 산골 달인, 빗소리와 함께 즐기는 여름 보양식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 성빈 씨는 옛 주막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으로 손님을 초대한다. 한복을 입고 '주모'로 변신한 그녀는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0년의 산골 생활로 다져진 불 피우는 실력은 전문가 못지않다. "나무로 쬐는 불은 더운데 시원하다"는 성빈 씨의 말처럼, 빗소리를 배경 삼아 장작불을 바라보는 '불멍'은 산골 외딴집을 낙원으로 만든다.
이날의 메뉴는 산골의 여름 보양식이다. 일급수에서 잡은 버들치를 넣은 매운탕과 머위 달걀말이, 그리고 수제비가 가마솥에서 끓어오른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식재료로 차려낸 밥상은 투박하지만 깊은 맛을 낸다. "숙제하듯 살던 삶을 내려놓은 후엔 매일이 여름 방학 같다"는 성빈 씨의 말은, 복잡한 도시의 속도를 뒤로하고 자신만의 계절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이의 여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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