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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곳" 30년 직장 생활 끝에 무인도에 집 지은 남자의 선택

30년 직장 생활을 마친 박인규 씨가 전남 순천의 무인도에 직접 세컨 하우스를 짓고, 전통주를 빚으며 즐기는 느린 삶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곳" 30년 직장 생활 끝에 무인도에 집 지은 남자의 선택
▲ 나무로 지은 작은 오두막과 그 너머로 펼쳐진 바다 풍경

쉼 없이 달려온 30년의 직장 생활. 목적지가 분명해야 했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야 했던 한 남자가 이제는 '무작정'의 삶을 선택했다. 전남 순천으로 고향에 돌아온 박인규 씨의 이야기다. 그는 정년퇴직 후, 친구들과 힘을 합쳐 벌교 앞 무인도에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6개월의 공사, 무인도에 세운 '남자들의 아지트'

EBS 다큐 '한국기행' 영상에 따르면, 박인규 씨와 친구들은 2020년 1월 14일부터 6월 18일까지 약 6개월에 걸쳐 무인도에 세컨 하우스를 지었다.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숲속의 작은 집은 단순한 숙소를 넘어, 은퇴 후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과도 같다. 6톤에 달하는 자재를 배로 실어 나르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을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무인도니까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거, 그게 제일 좋아요"라는 그의 말처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생활은 도시의 문법과는 전혀 다르다. 화장실은 바다를 바라보며 근심을 내려놓는 '해(海)우선'으로 꾸몄다. 원래는 풀(草)을 사용하는 해우소(解憂所)가 일반적이지만, 그는 일부러 바다 해(海) 자를 써서 바다를 바라보며 근심을 덜어내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우수통을 통해 모아 보관하며, 자연이 주는 자원을 아등바등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요리 또한 하나의 놀이다. 스마트폰의 레시피에 의존하는 대신, 현장에서 느낀 상상력을 바탕으로 김치찌개와 꽁치찌개를 번갈아 만들어내며 요리 자체를 즐긴다. 영상 속 그는 "요리도 놀이처럼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한다"고 전했다.

사라져가는 고향의 맛, 전통주를 빚는 낭만

박인규 씨의 일상은 단순히 쉬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고향의 전통주가 사라져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퇴직 후 5년 동안 전통주를 공부했다. 최근에는 친구와 함께 직접 술을 빚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술을 만드는 과정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누룩'을 만드는 일이다. 영상에서는 술을 만드는 것보다 누룩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언급하며, 그가 직접 딴 연잎으로 누룩을 정성스럽게 감싸는 모습이 담겼다. 습기가 달아나지 않도록 연잎을 사용하는 그의 손길에는 전통을 이어가려는 고집과 낭만이 묻어난다.

과정은 정성스럽다. 익반죽한 쌀가루에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뒤, 밀쌀과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다시 숙성 과정을 거친다. 삼사일 정도 춘년에 매달아 두면 안에서 하얀 곰팡이가 피어오르는데, 이 과정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가양주는 그에게 단순한 술이 아닌, 자연과 시간이 선물한 결실이다.

제철의 맛을 아는 즐거움, 맛조개와 함께하는 풍류

무인도와 인근 갯벌은 그에게 최고의 놀이터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보성 갯벌에서 그는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맛조개'를 잡는다. 도시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제철 음식'의 소중함을 그는 몸소 체험한다. 갯바위에 붙어 사는 고둥을 따고, 뻘배를 타고 나가 남해안 갯벌에서만 잡히는 맛조개를 채취하는 과정은 노동이라기보다 아이 같은 놀이에 가깝다. 그는 "먹을 만큼만, 욕심 없이 채취하는 것이 이곳에 온 이유"라고 말한다.

직접 잡은 맛조개를 데쳐 무쳐내고, 정성껏 빚은 전통주를 곁들이며 친구들과 나누는 시간은 풍류 그 자체다.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낙안읍성에서 친구들과 맛조개탕을 곁들여 술잔을 기울이는 그의 모습은 여유롭다. "인생 결과 있나, 만나게 살고 멋지게 노는 거지"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타인의 시선이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그의 무인도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자신만의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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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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