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말 잘 들어야 자다가도 똥이 생겨"… 90평 정원과 4층 집을 일군 부부의 '동상이몽'
검은색 셔츠를 입은 남성이 실내에서 손을 움직이며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특례시, 광교산과 낙생저수지를 품은 주택 단지 꼭대기에는 사시사철 장미 넝쿨이 반겨주는 집이 있다. 웅장한 4층 규모의 외관과 풍성한 90평 정원을 갖춘 이 집의 이름은 '멋대로 하우스'. 약 3년 전, 남편 화수 씨의 퇴직을 계기로 25년 전 구매했던 땅에 부부가 평생에 단 한 번 지을 집을 올렸다. 하지만 집이 완성되기까지 부부의 의견 차이는 상당했다. 아담한 단층집을 원했던 남편과 풍경을 만끽할 다층집을 원했던 아내의 '녹심각신 줄다리기'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시멘트 깔자"던 남편 꺾고 홀로 일궈낸 90평 수목원
집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90평 정원은 아내 명심 씨의 집념이 만들어낸 공간이다. E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이 땅은 원래 진흙과 돌이 섞인 척박한 상태였다. 남편은 주변이 온통 자연이니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 관리하기 편하게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아내는 진흙투성이였던 땅을 혼자서 세 번이나 갈아엎고 마사토를 깔며 사계절 내내 꽃과 나무가 시들지 않는 정원을 일궈냈다. 조경에 관심이 없던 아내가 이토록 공을 들인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다.
해외 생활이 길었던 부부는 한국에 돌아오면 손님을 맞이할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했다. 호텔 주재원이었던 남편을 따라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며 전 세계 사람들을 만났던 아내는 한국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아내는 정원과 1층을 동네 사랑방으로 설계했다. 넓은 다이닝 공간과 손님이 묵어갈 수 있는 평상을 갖춘 1층은 365일 이웃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개방적인 공간이 됐다. 아내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곳을 누리시면 좋겠다"며 동네 사람들에게 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1층 거실에 놓인 커다란 평상은 손님이 방문했을 때 독립된 잠자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 아내의 '큰 그림'이 담긴 디테일이다. 영상 속 아내는 손님들이 1층을 장악하고 웃음소리가 넘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은 몰래 싹 피해서 위로 올라오곤 한다며 유쾌한 일상을 전했다.
이웃을 위해 방향을 틀어 얻은 '럭키 비키' 주방
집의 외관은 건물이 둘로 나뉜 듯한 V자형 구조를 띠고 있다. 이 독특한 설계에는 이웃을 향한 배려가 숨어 있다. 집을 짓기 전, 앞집 이웃이 조망과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자 아내는 과감하게 건물의 방향을 틀었다. 설계 변경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덕분에 예상치 못한 이득도 얻었다. 방향을 틀면서 동남향의 햇살을 집 안 깊숙이 끌어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2층 주방은 아내가 가장 만족해하는 공간이다. 동남향 햇살이 쏟아지는 주방은 "자연 살균 소독이 되는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층은 가족만의 오붓한 공간으로 꾸며졌으며, 뒷산과 이어진 테라스가 특징이다. 2층에는 아늑한 거실과 주방이 배치되어 있으며, 주방 뒤편으로는 고추, 호박, 시금치 등을 재배하는 작은 마당 겸 텃밭이 있어 부부가 함께 가꾸는 재미를 더한다. 1층이 만인에게 열린 공적 영역이라면, 2층부터는 가족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사적 영역으로 구분된다.
4층 다락방과 엘리베이터 자리, 노후를 설계하다
4층 규모의 집인 만큼, 부부는 미래의 노후까지 꼼꼼하게 설계에 반영했다. 3층은 온전한 쉼을 위한 공간이며, 4층은 숲과 맞닿은 다락방이다. 이 다락방은 남편 화수 씨의 개인적인 힐링 아지트로 사용된다. 답답하거나 고민이 생길 때면 남편은 이곳으로 올라와 시간을 보낸다. 4층 창문으로는 숲속의 고란과 눈을 맞추는 여유를 즐길 수 있으며, 남편은 이곳을 영화관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노후 대비 설계는 3층과 4층 사이 공간에 있다. 현재는 창고로 사용 중인 이 공간은 훗날 거동이 불편해질 때를 대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자리를 미리 확보해 둔 곳이다. 4개 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집의 구조적 한계를 미리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둔 셈이다. 처음에는 아내의 고집에 "내 디자인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던 남편도, 막상 살아보니 집이 주는 행복감이 훨씬 크다며 변화된 마음을 전했다. 특히 1층 평상에 누워 구름과 산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의 고집이 가져다준 행복을 몸소 느끼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