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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없는 콘크리트 요새인 줄 알았는데, 문 열자 5성급 리조트가 펼쳐진다

안경을 쓴 남성이 실내에서 손짓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임도현
입력 2026.09.22 12:25
창문 없는 콘크리트 요새인 줄 알았는데, 문 열자 5성급 리조트가 펼쳐진다
▲ 안경을 쓴 남성이 실내에서 손짓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거대한 콘크리트 가벽이 성벽처럼 둘러싸인 집이 있다.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 무미건조하고 시크한 외관은 마치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진 요새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굳게 닫힌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5성급 리조트를 방불케 하는 화려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이 숨어 있는 것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도록" 설계된 철저한 프라이버시

EBS 다큐 '건축탐구 집'에 소개된 이 집은 청주의 한 조용한 주택단지에 위치해 있다. 평생 쉼 없이 달려온 건축주 부부가 오직 '우리 가족만의 완벽한 휴식'을 위해 지은 프라이빗 전원주택이다. 정남향의 산자락, 구룡산 밑자락에 걸쳐진 이 집은 외부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높은 옹벽과 콘크리트 구조물로 둘러싸인 덕분에, 거주자들은 이웃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집 안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건축주는 "밖에서 다 보이면 먹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불편하다"며, "이렇게 가려진 공간이 있다 보니 식구들과 편안하게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집 입구에는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는 LED 간접 조명을 설치해 모던한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내부 공간은 외부의 차가운 인상과는 대조적인 안락함을 선사한다.

집의 기반은 그 어느 곳보다 견고하다. 높은 옹벽 위에 집을 짓기 위해, 건축주는 30년 경력의 토목 전문가답게 지반을 튼튼히 다지는 데 집중했다. 지내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인 아파트 공사에나 쓰이는 대형 파일(Pile)을 무려 30개 이상 박아 넣어 지진에도 끄떡없는 철통같은 기반을 구축했다. 아내조차 총 건축비가 얼마인지 모를 정도로 남편의 아낌없는 투자가 들어간 '가족의 성'이다. 남편은 "내 돈이 네 돈이고 네 돈이 내 돈"이라며 아내와 서로 믿고 사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물소리와 나무 향이 흐르는 내부의 '히든 스페이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에는 가족의 힐링을 위한 특별한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넓고 밝은 현관에는 캔틸레브(Cantilever) 구조의 벤치가 놓여 있으며, 아내의 요청으로 신발장과 수납 공간을 별도로 분리해 입구를 더욱 환하게 만들었다. 높은 층고의 거실 한편에는 물소리를 들으며 '물멍'을 즐길 수 있는 실내 분수가 자리 잡고 있다. 거실의 TV를 정면이 아닌 분수 쪽으로 배치한 이유는 오로지 물소리와 앞의 뷰를 보기 위해서다. 출연자는 "물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공간의 매력을 전했다. 또한, 거실은 가족이 같은 공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여름에는 시원한 공기를 아래로,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위로 순환시키는 구조를 갖췄다.

주방은 아내를 위해 남편이 설계한 배려의 공간이다. 카페를 운영하며 바빠진 아내를 위해 창의 높이와 동선을 고민해 만들었다. 설계 과정에서 창의 위치나 아침 없이 물건을 꺼내야 하는 상부장 구성 등으로 인해 아내의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남편은 아내의 사용 패턴을 고려해 보조 주방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남편은 식사를 하며 밖을 볼 수 있도록 창의 높이를 설계했다.

안방은 자연과의 연결을 중시했다. 바닥재를 천장까지 올려 설치한 독특한 설계는 "땅의 기운을 머리 끝까지 받기 위해서"라는 건축주의 유머러스한 설명이 곁들여졌다. 실제로 부부는 아파트 생활을 할 때보다 이곳에서 훨씬 더 건강해진 기분을 느낀다고 말한다. 안방 옆으로는 샤워실과 변기를 분리하고 세면대를 배치해 호텔처럼 쾌적한 동선을 구현했다.

핀란드식 사우나와 프라이빗 수영장, 완벽한 휴식의 완성

이 집의 백미는 단연 욕실과 그 너머에 숨겨진 힐링 공간들이다. 넓직한 세면 공간을 지나면, 자작나무로 만든 핀란드식 홈 사우나가 나타난다. 남편이 가장 공을 들인 이 공간은 은은한 나무 향이 가득하며, 높은 천장고 덕분에 답답함 없이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부부는 "사우나는 투자 대비 몸을 가장 쾌적하게 해주는 최고의 공간"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파트를 살 때는 활용도가 낮았던 욕조 대신, 가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또한, 높은 담장으로 외부 시선을 완벽히 차단한 야외에는 가족들만의 비밀스러운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 수영장은 오직 가족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과 같다. 여름철에는 물에 발을 담그며 자연의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완벽한 휴식처가 된다.

삼남매가 모두 성장해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난 지금, 이 견고한 성은 부부에게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캐나다에 있는 큰아들, 서울에 있는 둘째 딸, 그리고 최전방에서 군 생활 중인 막내까지. 아이들이 곁에 있어 더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끝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직 가족의 안녕과 휴식만을 위해 지어진 이 집은 부부에게 진정한 '속 편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EBS #건축탐구 집 #청주 #구룡산 #전원주택 #프라이빗 수영장 #핀란드식 사우나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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