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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형사재판소(ICC) 기관 전체 제재…달러·금융 거래 차단, 180일 한시 허가

미국이 9일(현지시간)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재무부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려 기관 전체를 제재했다. 미국 내 자산 동결과 거래 제한이 적용되며, 운영 유지 등을 위한 180일 한시 허가가 함께 나왔다. ICC와 8개국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기관째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재판관·검사 등 개인에게 걸던 제재를 재판소 자체로 넓힌 것으로, ICC는 미국 금융망과 달러 거래, 미국 기술 기업 서비스에서 차단될 처지에 놓였다.

물가 산책로 너머로 보이는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 청사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청사. 자료사진. 사진: Ymblanter / 위키미디어 공용(CC BY-SA 4.0)

재무부 제재 명단에 '재판소' 올려…180일 한시 허가

신화통신이 인용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 공지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ICC를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에 올렸다. 미국 관할권 안의 ICC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미국 기업이 재판소와 거래하는 것이 제한된다. AP통신은 미국 기업과 개인에게 ICC와의 거래를 정리할 시간으로 6개월이 주어졌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제재와 함께 일반 허가 4건도 냈다. 재판소 운영 유지에 필요한 활동을 180일 동안 허용하는 허가와 정보기술(IT) 서비스, 직원 연금, 수감자 관련 활동에 대한 예외다. 미 국무부는 180일이 로마규정 당사국들이 미국의 우려에 대해 외교·법적 해법을 내놓을 시간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부터 180일을 세면 내년 4월 7일 무렵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이 불량 재판소와의 거래를 금지해 자원을 끊고 활동 능력을 무력화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ICC가 위협을 끝내든지, 우리가 ICC를 끝내든지 둘 중 하나"라며 동맹국들이 재판소를 견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개인 제재에서 기관 제재로…1년 8개월 만의 확대

미국의 ICC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2월 6일 서명한 행정명령 14203호에서 출발한다. 미 재무부 OFAC 누리집에는 이 명령에 따른 지정이 올해 5월과 8월 18일에도 이뤄진 것으로 나와 있다. 신화통신은 이 명령으로 일본 출신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개인이 제재를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 주요 경과
시점내용
2002년로마규정 발효로 ICC 출범
트럼프 1기ICC 관계자 개인 제재(바이든 정부 때 해제)
2025년 2월 6일행정명령 14203호 'ICC 제재' 서명
2026년 5월·8월 18일행정명령에 따른 추가 지정
2026년 10월 9일ICC 기관 전체를 제재 명단에 지정, 180일 한시 허가

미국이 문제 삼는 것은 ICC가 2024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게 발부한 체포영장, 그리고 지금은 종결된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행위 수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로마규정 당사국이 아니어서 재판소 관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ICC는 당사국 영토에서 벌어진 범죄라면 피의자 국적과 관계없이 관할권이 있다고 본다.

노벨평화상 발표 몇 시간 뒤…동맹국 8개국 공동 반대 성명

이번 발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법률가 나비 필레이 전 ICC 상소심 재판관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된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레이는 2003~2008년 ICC 상소심 재판부에서 일했고, 노벨위원회는 "국제법 재판관과 기관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시기"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ICC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를 "법치와 국제 법질서의 근간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임무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캐나다·덴마크·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영국 등 8개국은 공동성명을 내 강한 반대 뜻을 밝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리프 볼로피옹 사무총장은 "어느 누구도, 아무리 강력해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각국 정부의 규탄을 촉구했다.

MS 프로그램 바꾸고 은행 새로 잡아…EU '차단법' 거론

재판소는 기관 제재에 대비해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ICC가 사무용 컴퓨터를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에서 오픈소스 대체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은행·건강보험 거래처를 새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오스발도 사발라 힐레르 ICC 사무국장은 유럽연합(EU)에 제재의 역외 효력을 막는 '차단 규정'을 쓸 준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재판소를 유치한 네덜란드의 톰 베렌드선 외무장관은 EU 차단 규정을 유럽 직원과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핵 옵션'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CC 회원국은 125개국으로, 유럽연합 전 회원국과 미국·튀르키예를 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AP통신은 올해 베네수엘라와 차드 등이 탈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도 ICC 당사국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2년 11월 13일 로마규정에 가입해 2003년 2월 1일부터 적용받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제재 동참을 요구한 만큼, 180일 유예 기간 동안 당사국들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가 재판소 운영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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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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