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노벨평화상에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국제법 증진·전쟁범죄 처벌 기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남아공 출신 법률가 나비 필레이(85)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평화와 국제법 증진, 전쟁범죄·집단학살 처벌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레이(85)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평화와 국제법 증진에 기여하고 전쟁범죄·반인도범죄·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 재판에 회부되도록 힘써 온 공로를 선정 이유로 들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요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발표에서 "보편적 법 원칙에 대한 필레이의 헌신과 확고한 도덕적 나침반은 긴 경력 내내 변함없었다"고 말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위원회는 발표문에서 "국제법은 더 이상 평화와 안보의 보조물이 아니라 절대적 필요"라고 강조했다.

아파르트헤이트 법정에서 국제재판소까지
남아공 역사 자료 사이트 '사우스 아프리칸 히스토리 온라인'에 따르면 필레이는 1941년 9월 23일 더반에서 인도 타밀계 가정에 태어났다. 나탈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1967년 나탈 지역에서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인종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아래에서 넬슨 만델라 등 반정부 인사들의 변론을 맡았고,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석사(1982년)와 박사(1988년) 학위를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만델라를 변호하던 초기 활동부터 이후 국제재판까지 "하나의 공통된 맥락이 이어진다"고 평가했다.
| 연도 | 경력 |
|---|---|
| 1967년 | 나탈 지역 흑인 여성 첫 개인 법률사무소 개업 |
| 1995년 | 남아공 고등법원 대행 판사,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 재판관 |
| 1999~2003년 | ICTR 소장 |
| 2003~2008년 |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재판관(상소심부) |
| 2008~2014년 | 유엔 인권최고대표(2012년 연임) |
"강간도 집단학살이 될 수 있다"
노벨위원회가 특히 주목한 것은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 시절의 판결이다. 필레이가 참여한 장폴 아카예수 사건 재판부는 강간과 성폭력이 집단학살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세운 획기적 판결을 내렸다. 필레이는 "태곳적부터 강간은 전쟁의 전리품으로 여겨져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임기를 마친 뒤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설치한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 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국제법 '압박' 속 수상…반응 엇갈려
이번 수상은 국제사법 체계가 흔들리는 시점에 나왔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국제법 체계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재판관들이 "질서와 혼돈 사이의 가는 붉은 선을 지킨다"고 말했다. 알자지라와 MBC 등에 따르면 같은 시기 미국 백악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추가 제재를 가했다.
필레이는 2차 세계대전 뒤 나치 전범을 심판한 독일 뉘른베르크 법정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상을 국제범죄의 모든 생존자에게 바친다"며 "국제법과 인권이 상당한 정치적 공격을 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수상이 "국제법을 지키고 수호하기 위해 일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헌사"라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축하의 뜻을 전했다. 반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결정을 두고 반이스라엘 정서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287건 중 선정…12월 10일 오슬로 시상
노벨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208명과 단체 79곳 등 모두 287건이었다. 노벨재단은 올해부터 분야별 상금을 1200만 스웨덴 크로나로 100만 크로나 올렸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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