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 전문의 잇단 사직서…압수수색 후 센터 반납 논의
경기남부경찰청이 9월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뒤 이 병원과 다른 소아응급센터 전문의 3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병원은 센터 지정 반납까지 논의하고 있어, 전국 14곳뿐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9월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이후, 소아응급 현장 전문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내고 있다. YTN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18일 기준 아주대병원 센터 전문의 1명과 다른 소아응급센터 전문의 2명 등 3명이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이번 압수수색을 결정적 계기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7월 이 센터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던 영아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보호자의 고소에 따라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센터에서는 다른 중증 소아 환자에 대한 응급처치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과잉 수사'라고 반발했다.

"진료 중 수사" vs "필요 최소한"…엇갈린 설명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12일 성명에서 압수수색 당시 중환구역 의료진이 1시간 넘게 경련하던 영아에게 초응급 처치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학회는 전자의무기록(EMR)에 작성·수정·열람 기록이 초 단위로 남는 만큼 기록 제출 요청만으로도 검증이 가능했다며, 경찰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수사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경찰은 다른 입장이다. 코메디닷컴에 따르면 경찰청장 직무대행인 김종철 차장은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거 변경·조작 우려 때문에 영장을 집행했으며 진료에 지장이 없도록 신속히 마쳤다고 답했다. EBN은 경찰이 환자가 없는 진료실부터 확인했고 실제 현장 확인은 모두 17분가량이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14곳뿐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반납 논의까지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추가 지정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전국 14곳으로 늘렸다. 센터에는 국비로 연간 최대 10억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 하지만 학회와 데일리메디 보도에 따르면 압수수색 이후 일부 병원에서 센터 지정 반납이 논의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반납이 연쇄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센터가 문을 닫으면 인근 센터로 환자가 몰리고, 그 부담이 다시 사직과 반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소아 환자는 성인보다 진찰·검사에 인력과 시간이 더 들지만 건강보험 수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표로 본 소아응급 공백
소아응급 인력난은 이번 일 이전부터 수치로 드러나 있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권역·지역 응급의료기관이 띄운 응급실 진료제약 메시지 2만4256건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2985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 외과(1766건)의 약 1.7배다.
| 항목 | 수치 | 기준 시점·자료 |
|---|---|---|
|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 14곳 | 2026년 5월, 보건복지부 |
| 응급실 진료제약 메시지 중 소아청소년과 | 2985건(전체 2만4256건) | 2026년 1~6월, 국립중앙의료원 |
| 24시간 소아응급진료 가능 응급의료기관 | 13.5%(전국 431곳 중) | 2026년 10월 공개, 전진숙 의원실 |
| 소청과 전문의 없는 응급의료기관 | 332곳 | 2026년 10월 공개, 전진숙 의원실 |
|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 113명 | 2026년 9월 말 |
| 내년도 1년차 전공의 0명 수련병원 | 52곳(61곳 중, 85.2%) | 내년도 모집 |
데일리메디가 전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서는 전국 431개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24시간 소아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이 13.5%에 그쳤고, 소청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곳이 332곳이었다. 9월 말 기준 전국 소청과 전공의는 113명으로, 이 중 89명(78.8%)이 서울 수련병원에 몰려 있다. 내년도 1년차 모집에서는 61개 수련병원 중 52곳이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이대목동 사건 이후 반복되는 우려
의료계가 이번 일에 민감한 배경에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사건이 있다. 당시 의료진이 구속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는데, 같은 기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2.1%에서 2023년 2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메디게이트뉴스에 따르면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16일 국제학술지 JEEHP 사설에서 낮은 수가·저출생도 영향을 줬겠지만, 이런 사건이 젊은 의사들의 진로 선택 환경 자체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에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한 필수의료 분야 수사·압수수색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복지부와 경찰청은 6일 실무 회의를 열었다.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에서는 서류 제출이나 전자기록 확인을 우선하고, 현장 압수수색이 불가피할 때의 절차를 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지침이 수사권 자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현장 효과는 구체적인 내용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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