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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속은 어머니에 직원이 아들 예금 잘못 해지…금감원 분조위 "금융사가 5164만원 돌려줘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7일 보이스피싱 피해 과정에서 지역농협 직원의 착오로 잘못 해지된 아들 명의 예탁금 5000만원과 약정이자 164만9425원을 금융회사가 아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8일 이를 공개하며 계좌 개설·해지 때 실명·본인 확인 절차 준수를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에 속은 어머니의 요청을 받은 금융회사 직원이 엉뚱하게 아들 명의 예금을 해지해 줬다면, 그 돈은 금융회사가 아들에게 다시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지난 7일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분조위는 금융회사가 아들 B씨에게 예탁원금 5000만원과 약정이자 164만9425원을 더한 5164만9425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돈을 받아 사기범에게 넘긴 어머니 A씨에게는 반환 의무가 없다고 봤다.

"본인 예금 해지해 달라"는 요청에 아들 예금이 깨졌다

금감원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사건은 2024년 지역농협(단위농협) 창구에서 시작됐다. A씨는 본인과 자녀 명의로 복리식 정기예탁금 계좌를 열었는데, 이 과정에서 자녀 계좌가 가족관계 확인 서류 없이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1월 A씨는 검사를 사칭한 사기범의 지시를 받고 지점을 찾아 본인 예탁금 5000만원의 해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직원은 착오로 아들 B씨 명의 예탁금 5000만원을 해지해 A씨 계좌로 옮겼다. A씨는 이 돈을 포함한 9500만원을 수표로 찾아 사기범에게 건넸다.

A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알고 직원 과실로 피해가 커졌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금융회사 측은 가족이 해지금을 받아 갔다는 이유로 반환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조위 "권한 없는 사람에게 준 돈은 변제 아니다"

분조위 판단의 핵심은 예탁금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냐였다. 분조위는 B씨 명의 예탁금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했고, 해지할 권한이 없는 A씨에게 돈을 내준 것은 적법한 변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 당사자인 B씨에게 돈이 돌아간 적이 없으니 B씨의 예금 반환청구권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A씨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었다. 분조위는 A씨가 그 돈을 직접 쓰거나 운용하지 않았고 실제로 돈을 지배한 쪽은 사기범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을 "금융회사가 가족 명의 예탁금 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할 경우 민사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정안은 당사자들이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수락해야 성립하며,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가족 명의 '대리 거래' 관행이 화근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는 상호금융권 창구에서 가족 명의 예금을 대신 개설·해지해 주는 관행이 지목된다. 경향신문은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권이 예탁금 대리계약을 관행적으로 용인해 온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예탁금 계좌 개설 시 금융실명 확인과 중도해지 시 해지 의사 및 본인·대리인 확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고령 고객이 사기범의 지시를 받은 채 창구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창구 확인 절차가 피해를 막는 마지막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줄었지만 여전히 월 수백억원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최근 줄어드는 흐름이다. 경찰청이 지난달 29일 범정부 통합대응단 출범 1주년을 맞아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85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765건)보다 49% 줄었다. 같은 기간 피해액도 3871억원으로 전년 동기(8856억원) 대비 56% 감소했다.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피해액 비교 (자료: 경찰청, 2026년 9월 29일 발표)
구분2025년2026년증감률
1~8월 발생 건수1만6765건8584건-49%
1~8월 피해액8856억원3871억원-56%
8월 한 달 피해액1090억원257억원-76.4%

8월 한 달 피해액은 257억원으로 1년 전(1090억원)보다 76.4% 줄어 2023년 이후 월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다만 경찰청이 별도로 집계한 신종 스캠 피해액은 8월 한 달에만 584억원(1127건)에 달해 다른 형태의 금융사기 경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스피싱 피해액 비교(억원) — 자료: 경찰청, 2026년 9월 29일 발표
보이스피싱 피해액 비교(억원) — 자료: 경찰청, 2026년 9월 29일 발표

가족 명의 예금, 이렇게 관리해야

이번 사례는 가족 명의 계좌를 한 사람이 통장 하나로 몰아 관리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보여 준다. 금감원이 강조한 것처럼 명의자 본인 확인과 해지 의사 확인은 금융회사의 의무지만, 이용자도 가족 명의 계좌는 명의자가 직접 개설·관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을 사칭하며 예금 해지나 현금·수표 인출을 요구하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요구를 받으면 거래를 멈추고 경찰(112)이나 금융감독원(1332)에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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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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