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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해상 강국에서 바그너의 영감처까지, 아말피와 포시타노가 품은 시간

중세 해상 강국이었던 아말피의 역사적 유적부터 바그너의 영감이 깃든 라벨로, 그리고 소설가 스타인백이 극찬한 포시타노의 풍경까지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았다.

중세 해상 강국에서 바그너의 영감처까지, 아말피와 포시타노가 품은 시간
▲ 밀짚모자를 쓴 남성이 야외에서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곳, 이탈리아 남부의 아말피 해안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천년의 시간이 층층이 쌓인 역사적 공간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1920년대부터 영국 상류층과 귀족들의 사랑을 받았던 유서 깊은 휴양지이기도 하다.

중세 지중해를 호령하던 해상 공화국의 흔적

아말피의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해상권'이다. 9세기부터 12세기까지 비잔틴 제국 및 이집트와 무역을 하며 지중해 상권을 독점했던 아말피 공화국은 중세 해상법의 표준을 세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었다. K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당시 아말피는 10세기에서 13세기 사이 대규모 함대를 운용하며 십자군 전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옛 조선소 터에는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시된 해상 무역 지도는 기름, 와인, 소금, 오렌지, 돼지고기 등이 활발히 거래되었던 당시의 풍요로움을 증명한다. 특히 아말피는 당시 지중해를 석권했던 네 개의 주요 해상 도시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이 지역의 자부심은 먹거리와 공예에서도 드러난다. 지역 농수산물을 바탕으로 한 특선 음식들은 아말피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유럽에서 처음으로 종이를 생산했던 역사적 사실은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영상 속 가게 주인은 아말피가 유럽 종이 제조의 시초였음을 언급하며, 바티칸 교황청에서도 이 지역의 종이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바그너의 영감이 머문 곳, 음악과 예술의 마을 라벨로

아말피 인근의 라벨로는 조금 특별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은 매년 7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음악 축제로 유명한데, 거장 리하르트 바그너가 그의 마지막 오페라인 '파르지팔'의 무대 디자인을 구상하기 위해 4년간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바그너는 이곳에서 작곡뿐만 아니라 종교와 예술에 관한 수필을 쓰며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라벨로의 빌라 루포로는 과거 스코틀랜드 귀족이 거주했을 만큼 화려한 생활상을 간직하고 있다. 365개의 방이 있는 안뜰을 갖춘 이 저택은 과거 귀족들의 풍요로움을 짐작게 한다. 영상에서는 담쟁이넝쿨이 드리워진 건물 사이로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과거의 화려했던 축제 영상이 지나가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아말피 중심가에 위치한 성 안드레아 성당은 이 지역의 신앙과 재력을 상징한다.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이자 베드로의 동생인 성 안드레아의 유해가 안치된 이곳 지하 구역은 금빛 문양과 화려한 조각으로 꾸며져 있다. 13세기의 조각품과 벽화들은 이곳이 단순한 성당을 넘어 아말피의 심장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파스텔톤의 꿈, 소설가 스타인백이 극찬한 포시타노

아말피를 떠나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코발트빛 바다와 파스텔톤 집들이 어우러진 포시타노에 닿는다. 20세기 미국 문학의 거장 존 스타인백은 이곳을 "비현실적인 꿈의 휴양지"라고 표현했다. 199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위'라는 타이틀은 포시타노의 매력을 대변한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수준 높은 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들이 나타난다. 영상에 등장하는 한 갤러리 주인은 밀라노에 본점을 둔 전문적인 예술 공간임을 밝히며, 이탈리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을 찾는다. 역사, 음식, 문화, 그리고 독특한 건축미가 결합된 포시타노의 풍경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중해의 푸른 빛과 절벽 위 파스텔톤의 집들이 만드는 대비는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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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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