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굶어도 생존, 철갑 두른 달팽이까지... 미지의 심해 생물 TOP 5
안경을 쓴 남성이 스튜디오에서 손을 움직이며 말하고 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고막을 짓누르는 엄청난 수압. 인류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심해는 생명체가 살기에 최악의 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 환경 속에서도 상식을 깨는 생존 방식을 가진 생물들이 존재한다. YTN 사이언스의 프로그램 《이프?랭크!》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동성 박사와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드림이 출연해 심해 생물들의 경이로운 생존 전략을 공개했다.
5년을 굶어도 버티는 '거대등각류'의 비밀
심해 생물의 놀라운 생존력은 최근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출연자는 '거대등각류(자이언트 아이소포드)'라 불리는, 큰 공벌레와 유사한 생물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2019년에 첫 먹이를 섭취한 후, 2024년까지 무려 5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생존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초월적인 생존이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신체 구조의 변화다. 이들의 위는 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커서, 한 번 먹이를 발견하면 엄청난 양을 섭취해 저장해 두었다가 천천히 소모할 수 있다. 둘째는 유전적 요인이다. 세균으로부터 가져온 'ND1'이라는 유전자가 차가운 심해 환경에서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데, 이 활동을 인위적으로 낮춤으로써 대사량을 줄여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며 장기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태양 없이 살아가는 '화학합성 생태계'와 열수 분출공
심해 생물들이 독특한 외형을 갖게 된 것은 환경 적응의 결과다. 빛이 거의 없는 무광층(수심 1,000m 이하)에서는 아주 작은 빛이라도 감지하기 위해 눈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반대로 눈이 퇴화하기도 한다. 또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근육과 골격 대신 젤리 같은 몸을 갖추기도 한다. 수심 200m에서 1,000m 사이의 박광층에서는 희미한 빛을 받기 위해 눈이 큰 개체가 유리하며, 상대방의 발광 신호를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열수 분출공' 주변의 생태계다. 과거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태양 에너지에 의존해 살아간다고 믿었으나, 1977년 갈라파고스 리프에서 열수 분출공이 처음 발견되면서 이 상식이 깨졌다. 열수 분출공은 지구 내부에서 황화수소, 수소, 이산화탄소 같은 화학 물질을 뿜어내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황산화 세균이 황화수소를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고, 이를 통해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화학합성'이라 하며, 심해 생물들은 태양 빛 대신 이 화학 에너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생태계에 의존해 살아간다. 하늘의 태양열 생태계와 바다 밑 화학합성 생태계라는 두 개의 거대한 생태계가 공존하는 셈이다.
미지의 심해 생물 TOP 5: 도난 경보 해파리부터 철갑 달팽이까지
출연진이 선정한 심해 생물 리스트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5위는 '아톨라(Atolla) 해파리'다. 아톨라 속의 한 종인 이 해파리는 위협을 느끼면 몸의 우산 형태 부분에서 푸른 빛을 원형으로 회전시키며 발광한다. 이는 마치 도난 경보를 울리는 것과 같아, 영어로는 '버블러 알람 젤리피쉬(Bubbler alarm jellyfish)'라고 불린다. 빛을 통해 포식자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더 큰 포식자를 불러들여 자신을 보호하는 SOS 신호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4위는 '비늘발고둥'이다. 이 달팽이는 몸에 자석이 붙을 정도로 강력한 '황화철' 성분의 철갑을 두르고 있다. 몸속 세균이 황화수소를 만들어내고, 이를 주변의 철 성분과 반응시켜 단단한 껍데기를 형성한다. 특이하게도 소화 기관이 엄청나게 퇴화한 이들은 몸속 세균이 합성해내는 유기물을 직접 흡수하며 살아간다. 이 종은 2001년 인도양 카이레이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동성 박사가 참여한 공동 연구를 통해 수심 6,500m 탐사 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3위는 거대한 지느러미를 가진 '마그나피나우 오징어'다. 2022년 수심 6,212m에서 발견된 이 생물은 몸통에 비해 지느러미가 매우 크고, 여덟 개의 팔과 두 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다. 촉수 끝에는 약 1,000m에서 4,000m까지 늘어지는 긴 실 같은 필라멘트가 달려 있다. 아직 성체를 채집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심해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종이다. 심해 탐사는 유인 또는 무인 잠수정(HOV, ROV)을 이용하지만, 해저면을 관찰한 비율은 0.001%도 되지 않을 만큼 어렵다. 특히 움직이는 생물을 채집할 때는 로봇 팔에 장착된 석션 샘플러(흡입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확률이 매우 낮다.
2위로는 입과 항문, 소화관이 없는 '거대 관벌레'가 언급되었다. 1977년 처음 발견된 이 생물은 과거 채집 당시 심해 생물에 대한 예상이 부족해 표본을 보드카에 담아 보관했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체내에 공생하는 세균이 유황을 태워 만드는 영양분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초기 단계에는 입과 항문이 있을 수 있으나, 세균이 몸에 정착하면 소화관을 퇴화시키는 습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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