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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cm 잔가시고기의 '내 집 마련' 사투, 수초에 둥지 짓는 유일한 물고기

물속 바위 사이를 헤엄쳐 지나가는 물고기의 모습.

오유진
입력 2026.09.22 09:17
5cm 잔가시고기의 '내 집 마련' 사투, 수초에 둥지 짓는 유일한 물고기
▲ 물속 바위 사이를 헤엄쳐 지나가는 물고기의 모습.

물속 세상에서도 새처럼 정교하게 둥지를 짓는 '건축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몸길이 5cm 남짓한 작은 물고기, 잔가시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평소에는 떼를 지어 다니며 천적의 눈을 피하는 이들은 번식기가 되면 오직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지느러미마다 가시를 품고 있는 잔가시고기는 수초 지대의 물속에 살며, 집단 생활을 통해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줄이고 먹이를 찾는 데 유리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집 없으면 외면받는다" 잔가시고기의 정교한 건축술

E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잔가시고기 수컷에게 '집'은 단순한 거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번식기가 되면 수컷의 몸 색깔은 짙어지며 암컷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아무리 암컷을 쫓아다녀도 집이 없는 무일푼 신세인 수컷은 암컷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컷은 반드시 완벽한 둥지를 완성해야 한다.

잔가시고기는 물고기 중 유일하게 수초 줄기에 집을 짓는 독특한 습성을 지녔다. 수컷은 튼튼해 보이는 수초 줄기에 우선 자리를 잡고, 주변에 있는 식물의 뿌리나 줄기 같은 재료를 입으로 뜯어온다. 마치 새가 둥지를 짓는 과정과 흡사한데, 재료를 물어와 수초 사이에 바느질하듯 촘촘하게 엮어 나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느 정도 재료가 모여 틀이 완성되면 수컷은 온몸을 이용해 둥글게 형태를 다듬는다. 이때 수컷은 몸에서 나오는 끈끈한 체액을 접착제처럼 활용해 재료가 잘 엮이도록 둥지를 돌며 체액을 묻힌다.

둥지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핵심은 '입구의 크기'다. 둥지 안에서 산란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의 몸에 딱 맞으면서도 천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입구 크기를 조절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너무 작아도 안 되고 너무 크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정교한 설계가 끝나고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은 수컷의 정성에 마음을 얻은 듯 먼저 다가와 튼튼하게 지어진 둥지에서 사랑을 나누고 생명을 잉태한다.

칠성장어의 모래 신방부터 꽃이동자의 은밀한 산란까지

강의 생태계는 잔가시고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의 독특한 번식 전략으로 가득 차 있다. 칠성장어는 일반적인 장어와 달리 강으로 돌아와 번식을 준비한다. 영상에서는 칠성장어 한 쌍이 빨판 모양을 한 입으로 무거운 돌을 물어 나르고, 꼬리를 이용해 모래를 파내며 신방을 만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다 완성되면 칠성장어는 서로의 몸을 꼬아 짝짓기를 진행하는데, 이때 수컷이 암컷의 배를 자극한다. 일곱 쌍의 아가미 구멍이 있어 이름 붙여진 칠성장어는 산란 후 다른 생명체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알을 황급히 모래로 덮어 보호한다.

꽃이동자의 산란 방식은 더욱 이색적이다. 수컷이 암컷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이른바 '산란 춤'을 추는데, 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찰되거나 보고된 적이 없는 독특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춤이 점점 격렬해지고 수컷이 암컷의 몸을 온전히 감싸쥔 순간 알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태어난 알은 수온만 적당하면 2~3일 안에 부화한다. 꼬치동자자의 경우, 수컷은 알이 깨어날 때까지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킨다.

꺽지의 치열한 알 지키기, 감돌고기의 '탁란' 전쟁

강의 생존 경쟁은 산란 이후에도 계속된다. 꺽지는 돌 밑에 산란터를 청소한 뒤 알을 낳고 수컷이 이를 지키는데, 이 과정에서 '감돌고기'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감돌고기는 꺽지의 산란장에 몰래 알을 낳아놓고 가는 '탁란' 전략을 사용한다. 꺽지는 자신의 알을 지키기 위해 침입한 감돌고기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며, 포악한 성격을 드러내며 산란터를 사수한다. 감돌고기가 끈질기게 침입을 시도하며 꺽지를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꺽지는 결코 알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편, 꺽지와 생김새가 비슷한 꺽적이는 잔가시고기처럼 수초 줄기에 알을 붙여 키우는 특성을 보인다. 수컷 꺽적이는 지느러미를 흔들어 알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며, 알이 깨어날 때까지 곁을 떠나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투명하던 알에서 눈이 생겨나고 형체가 드러나면, 꺽적이는 알이 깨어날 시기가 될 때까지 가까이에서 경계를 강화한다. 마침내 알 껍질을 벗고 치어가 된 새 생명은 가장 위험한 시기를 지나 수초 지대를 떠나며 새로운 세상과 조우한다.

강의 긴 여정이 끝나는 곳에서 은어도 오랜 여행을 마무리한다. 깊은 계곡까지 올라갔던 은어들은 강 하류로 내려와 산란을 준비하며, 암컷이 산란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면 수컷들이 그 뒤를 따른다. 은어들은 물살이 센 곳에 알을 낳는데, 이는 알에 신선한 산소를 많이 공급하기 위함이다. 암컷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곳을 이동하며 여러 번 산란을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물속 세상은 다시 한번 격렬한 생명의 움직임으로 가득 찬다.

#잔가시고기 #칠성장어 #꽃이동자 #꼬치동자 #꺽지 #감돌고기 #꺽적이 #은어
오유진
하비이슈 · 건강 & 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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