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꽝인데 물에선 물개" 40kg 불독이 낚싯배까지 따라가는 이유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커다란 개 한 마리.
충남 보령의 푸른 바다와 서해의 낙조를 배경으로, 조금은 특별하고 유쾌한 가족의 일상이 펼쳐진다. 해양 구조 경력 10년 차인 김용일 씨와 그의 곁을 6년째 지키고 있는 반려견 '바다'가 그 주인공이다. 잉글리쉬 불독인 바다는 육지에서는 '국민 저질 체력'이라 불릴 만큼 힘겨워하지만,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모한다.
"산에서는 고난행군" 40kg 거구의 눈물겨운 등산기
고사리와 엄나무 순이 지천으로 깔린 집 뒷산. 김용일 씨에게는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곳간이지만, 40kg에 육박하는 육중한 몸매를 가진 바다에게는 매 순간이 장애물 경기에 가깝다. 짧은 다리로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바다의 거친 숨소리가 산을 채운다. 영상 속에서 바다는 작은 돌무더기나 나무뿌리만 만나도 멈춰 서서 주인의 도움을 기다린다. 김용일 씨는 "아기 때는 달랑 들면 됐는데, 지금은 거의 40kg 가까이 나가니까 힘들다"며 짐을 들듯 바다를 챙기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고된 산행 끝에 찾아오는 휴식 시간은 달콤하다. 김용일 씨는 지친 바다를 위해 비장의 무기인 건빵을 꺼내 들기도 한다. 산행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그는, 바다 덕분에 웃음이 늘고 건강도 되찾았다고 말한다. 바다의 뒤를 이어 3년 전 입양한 '진주'와 작년 입양한 까만 강아지 '까망이'까지 합세하며 이들의 일상은 더욱 북적거린다.
물속에선 '물개'로 변신, 돌과 사랑에 빠진 반려견
육지에서의 고생은 바다를 만나는 순간 씻겨 내려간다. 물속에서만큼은 '물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수영 실력을 뽐내기 때문이다. 바다의 놀이터는 물과 돌이 어우러진 해변이다. 흥미로운 점은 바다가 물놀이만큼이나 '돌'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영상에서 바다는 주변의 딱딱한 돌을 굴리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주인인 김용일 씨는 "바다는 그냥 돌을 좋아한다. 돌을 굴리며 노느라 진주는 본체만체할 정도"라며 바다의 엉뚱한 취향을 전한다.
산행 후 가족들이 모여 앉은 식탁에는 정성이 가득 담긴 보양식이 올라온다. 김용일 씨가 직접 캐고 말린 20여 가지의 약재를 넣은 한방 닭백숙이다.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가족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한 아내 김금옥 씨의 배려다. 닭다리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바다 삼총사(바다, 진주, 까망이)의 귀여운 눈치 싸움은 이 가족의 화목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낚싯배 위에서 피어나는 '바다 사나이'의 의리
바다의 이름이 붙은 김용일 씨의 낚싯배가 출항한다. 새끼 때부터 배에 오르기 시작한 바다는 이제 성체가 되어 아빠의 껌딱지 역할을 자처한다. 바다는 선장실에 있는 김용일 씨 곁을 떠나지 않고 머무르며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유대감을 보여준다. 비록 갑작스러운 봄비와 거친 물살 때문에 목표했던 우럭 대신 오징어 회를 미끼로 삼아야 했지만, 가족의 동행은 멈추지 않는다.
궂은 날씨로 인해 관람객이 거의 없는 전망대에서 가족은 보령 팔경 중 하나인 노을 풍경을 마주한다. 김용일 씨는 "자식들이 다 커보니 자식 같기도 하고 손주 같기도 하다"며 반려견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다.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 푸는 것이 가족이라는 믿음 아래, 바다 삼총사와 김용일 씨 부부의 일상은 보령의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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