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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해류가 지나는 교차로…갈라파고스 바다가 희귀 동물의 낙원 된 이유

EBS 다큐프라임 '진화와 공존의 섬 갈라파고스 2부 혼돈의 바다'는 네 개의 해류가 지나는 갈라파고스 바다에서 영양분이 풍부한 심해수가 솟아올라 열대 바다 생물과 극지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 개의 해류가 지나는 교차로…갈라파고스 바다가 희귀 동물의 낙원 된 이유
▲ 푸른 바다 속에서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물고기 떼의 모습.

태평양 한가운데 고립된 섬 갈라파고스는 '살아있는 진화 실험장'으로 불리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열세 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백여 개의 암초와 돌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는 적도에 있으면서도 열대와 한대의 동물이 공존한다. 2018년 8월 7일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 진화와 공존의 섬 갈라파고스 2부 혼돈의 바다'는 그 근원을 바다에서 찾는다. 갈라파고스의 바다는 네 개의 해류가 지나는 교차로로, 한류와 난류의 만남이 이곳을 희귀 동물의 낙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각각의 조상은 상반된 기후에서 살았지만 수백만 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한 지붕 아래 갈라파고스로 모였다.

심해수가 끌어올린 '물반 고기반'의 풍요

무엇이 갈라파고스 바다를 이렇게 풍요롭게 만들었을까. 해답은 교차하는 해류에 있다. 7월이면 따뜻한 파나마 해류의 흐름이 약해지고 남극 주변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훔볼트 해류가 합류하는데, 이때 심해의 물이 섬에 부딪히며 위로 솟아오른다. 영양분이 풍부한 심해수는 적도의 태양을 만나 식물성 플랑크톤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심해수 덕분에 이곳은 열대 바다 생물은 물론 극지 생물도 살 수 있는 바다가 된다.

차가운 해류 덕분에 바위에는 무수한 조류가 자라고, 적도의 강한 햇빛은 해조류를 빠르게 성장시킨다. 바다의 대표적인 초식 동물인 바다거북은 유유히 헤엄치며 좋은 자리를 고르고, 널린 게 먹을거리라 서두를 필요 없이 천천히 식사를 즐긴다. 해변을 차지한 바다사자는 일광욕을 즐기다가도 배가 고프면 바로 사냥에 나서는데, 오징어와 정어리 같은 다양한 바다생물을 먹어치우는 대표적인 잡식성 포식자다. 영양분 높은 바닷물 덕에 물고기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종류도 아주 다양해, 방송은 물반 고기반이란 이런 것이라고 표현했다. 먹이를 잡으려는 건지 물고기와 놀려는 건지 의도가 불분명해 보이는 바다사자의 수영도 풍요가 주는 여유라는 설명이다.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잔잔한 수면은 보기에는 평화롭지만 전쟁터 같은 곳이다. 해안을 맴도는 바닷새들 때문이다. 바닷새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동료를 부르고 사냥을 위한 대형으로 퍼진다. 가장 독특한 사냥법은 푸른발부비의 집단 잠수법으로, 총알처럼 재빠르게 잠수해 먹이를 낚아채는 고급 기술이다. 푸른발부비라는 이름은 이 새를 처음 본 뱃사람들이 쉽게 잡을 수 있어 멍청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지만, 민첩하게 사냥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파란 장화를 신은 것 같은 귀여운 외모는 사냥할 때와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이다.

적응과 진화로 열대에 사는 유일한 펭귄

8월 말 차가운 해류가 강해지면 섬들은 매일 짙은 안개에 묻힌다. 그 옛날 심해의 차가운 해류를 타고 멀리 남극에서부터 이곳까지 온 손님이 있다. 키가 겨우 50cm에 불과한 갈라파고스 펭귄이다. 더운 갈라파고스에 적응하기 위해 몸집을 줄이며 진화한 이 펭귄은 더운 낮에는 주로 찬 바다에 있다가 서늘한 밤이 되면 육지로 올라온다. 적응과 진화를 통해 열대지방에 사는 유일한 펭귄이 된 것이다.

언제나 잔잔하고 조용한 연안에는 호수에 떨어진 낙엽처럼 금빛을 띠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아침이면 연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가 되면 각자 흩어져 먹이를 사냥한다. 암반 사이에 자리 잡은 녹색 성게는 돌멩이와 나뭇잎, 조개 잔해 등 다양한 것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지면 바로 물고기들의 가차 없는 공격이 이어진다. 성게의 모자는 약점을 가리기 위한 위장술이었던 셈이다.

파도 막는 방패 맹그로브 숲과 세계 최대 상어 보호 구역

잔잔한 연안과 달리 조금만 나가도 파도는 거칠고 위력적이다. 용암 해안을 부술 듯이 몰아치는 파도로부터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는 것은 맹그로브 숲이다. 맹그로브 역시 해류에 의해 갈라파고스로 온 이주자로, 사방으로 뻗는 강한 뿌리가 파도와 조류, 태풍을 버티는 힘이 된다. 다른 나무와 달리 염분에 강해 바닷물에서도 잘 살 수 있고, 막대한 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힘이 약한 생물 대부분이 이곳에서 먹고 자라며 대를 이어가고, 어린 물고기들이 떼 지어 살기에도 안전한 은신처가 된다. 바다거북이 잠시 쉬어가기에도 최고의 장소다.

여기서 조금만 바다로 나가면 대형 고래와 상어들의 놀이터다. 2016년 갈라파고스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어 보호 구역이 설정됐고, 보호 대상 1호가 고래상어다. 갈라파고스에서 이런 생물을 잡다 걸리면 영원히 어업 활동을 할 수 없는 중징계를 받는다. 갈라파고스에는 십여 종의 상어가 서식하는데, 깊은 바다 암반 주변에 사는 백기흉상어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잠을 자고 밤이 되면 사냥꾼으로 변신한다. 어둠 속에서 잘 보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도 사냥감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겁먹은 물고기들의 심장박동을 감지하는 육감이 있어 어디에 숨든 찾아낼 수 있다.

머리 모양 때문에 망치상어라고 불리는 홍살귀상어도 이 바다에 나타난다. 상어 지느러미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홍살귀상어가 유독 이 시기에 많이 출몰하는 것은 콜롬비아의 말펠로와 갈라파고스를 주기적으로 도는 회유어종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대형 상어들의 출현으로 갈라파고스 바다가 종종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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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오유진
하비이슈 · 건강·과학 담당

하비이슈에서 건강·과학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테크·미래, 사회·이슈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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