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는 제우스의 일곱 번째 부인…'만천하에 알려라' 등 세 가지 조건 내걸어
'역사를 보다' 영상에 따르면 헤라는 여섯 번의 결혼을 거친 제우스의 일곱 번째 부인으로, 둘의 관계가 이어진 뒤 부부 관계를 만천하에 알리라는 것 등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흔히 바람둥이로 그려진다. '역사를 보다' 채널의 영상에서는 제우스의 결혼을 다른 시각으로 풀었다. 제우스가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확립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결혼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신화를 덜어 내고 상징과 은유로 생각해 보면 결혼을 통해 자기 세력을 넓혀 가던 당시의 고대적 방식이 읽힌다는 것이다. 제우스를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보면, 그의 결혼은 최고 권력자가 갖춰야 할 조건을 보여 준다는 해석이다.
헤라는 일곱 번째 부인…관계가 이어진 뒤 내건 세 가지 조건
영상에 따르면 헤라는 제우스의 마지막 결혼 상대이자 일곱 번째 부인이다. 그 전에 부인이 여섯 명이나 있었다는 뜻이다. 가정의 신이자 결혼의 신인 헤라로서는 여섯 번이나 결혼한 제우스와 결혼할 리가 없었다. 자신의 정체성은 결혼과 가정인데, 제우스 같은 행태를 인정하면 가정이 무너지고 결혼이 장난처럼 진행되는 것이어서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라는 도망 다녔지만 결국 둘의 관계가 이어졌고, 그 뒤 헤라가 내세운 조건은 세 가지쯤으로 정리된다고 한다.
첫째는 둘이 부부 관계가 된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라는 것이었다. 그 이전의 결혼은 혼인 신고를 한 정도로, 떠들썩하게 결혼을 알리는 절차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이 결혼 이후 어떤 여성과도 관계를 맺지 말라는 것, 셋째는 앞서 있던 아내들과 더 이상 교류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켜진 것은 결혼식뿐이었다고 한다. 제우스가 바람둥이로 나오는 이유도 사실 여섯 번의 결혼보다 그 뒤의 이야기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메티스는 지혜, 아테나는 국방력
첫 번째 부인은 메티스라는 여신이었다.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와 싸울 때 전략을 짜 준 여신이다. 크로노스는 자식들이 태어날 때마다 자신을 밀어낼까 봐 모두 잡아먹었는데, 메티스가 전략을 짜 줘 약을 먹여 형제자매를 모두 토해 내게 했고 이들이 함께 싸워 이겼다고 한다. 제우스는 권력을 형제자매와 나눈 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확립하기 위해 자신을 도와준 일등공신인 메티스와 결혼했다. 메티스는 지혜, 지략이라는 뜻이다. 영상은 이를 최고 권력자는 지혜로워야 한다는 서술의 신화적 구조로 풀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아테나다. 아테나는 전쟁의 신이면서 전략의 신이고, 니케를 늘 데리고 다니는 승리의 신이다. 이를 풀면 최고 권력자가 지혜를 갖추면 어떤 세력의 침략도 막아 낼 수 있는 힘, 곧 국방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 된다는 설명이다.
테미스는 법…법치와 정의, 평화로 이어지는 자식들
지혜만으로는 부족했기에 두 번째 결혼이 이어진다. 두 번째 부인 테미스는 제도, 법이라는 뜻이다. 최고 지도자가 지혜롭더라도 자기 뜻을 펼칠 때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칙과 법, 제도를 통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에우노미아는 법치를 뜻한다. 무법천지 상태를 가리키는 아노미라는 말이 그리스어 아노미아에서 나왔는데, 체계화되고 정리된 법을 뜻하는 노미아 앞에 유토피아의 '유'와 같은 에우가 붙으면 법이 잘 지켜지는 것, 곧 법치라는 뜻이 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딸은 정의를 뜻하는 디케, 세 번째는 평화를 뜻하는 에이레네다. 최고 권력자가 법을 잘 세우면 법치가 이루어지고 정의가 바로 서며 평화가 이루어진다는 구조다. 영상에서는 어떤 신화든 잘 따져 보면 공동체가 가져야 할 조건이 담겨 있는데, 그리스인들이 이를 가장 재미있게 만든 것 같다며 제우스의 결혼 이야기를 사회·정치·경제·문화 교과서에 빗댔다. 이렇게 이어진 결혼 끝에 일곱 번째인 헤라가 완성형이 되는 느낌으로 신화가 내려온다는 설명이다.
다른 신화와의 비교도 나왔다. 이집트 신들은 우주적 질서인 마트라는 틀 안에 존재해 되게 정적이며, 결혼은 하지만 두 번 결혼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물의 신이자 지혜의 신인 엔키가 삼대에 걸친 여성과 결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우스가 결혼을 많이 한 것처럼 정리된 데 대해서는, 지금 알려진 신화가 정치적으로 승리한 세력의 이야기가 주류로 자리 잡은 일종의 최종 버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소개됐다. 이집트의 하토르 여신도 대체로 호루스와 부부로 그려지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소베크와 결혼하는 등 지역마다 설명이 달랐다는 것이다.
존경스러운 신으로 꼽힌 프로메테우스
그리스 신화에서 정말 신으로 모셔 보고 싶은 근사한 신을 찾기는 어렵다는 이야기 끝에 꼽힌 것은 프로메테우스였다. 인간에게 불을 선물하고, 인간을 위해 고통을 당하며 제우스와 싸워 인류가 멸망하는 것까지 막아 줬다는 점에서다. 영상에 따르면 권력을 잡은 제우스는 인간이 땅을 더럽히고 죄악으로 뒤덮는다며 없애 버리겠다고 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잘 가르치고 잘 도와주면 잘 살 수 있다고 맞섰다. 제우스가 불을 빼앗자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줬고, 결국 카우카소스산에 매달렸다.
예지력이 있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언젠가 권력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고, 제우스가 캐물으며 독수리를 보냈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영상은 이 장면을, 모든 것을 가졌지만 권력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제우스와 모든 것을 빼앗기고 묶여 있으면서도 영혼은 자유롭다고 외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의 대결로 풀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측면을 공략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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