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산 '투르키스탄바퀴' 부산 감만항에 정착…국내 첫 외래 바퀴 정착 보고
중동·중앙아시아 원산 외래종 투르키스탄바퀴가 부산 감만항 일대에서 번식하며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경상국립대 연구팀은 2025년 11월~2026년 6월 조사 결과를 국제학술지 JIPM에 발표하고 국내 첫 외래 바퀴 정착 사례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광역 모니터링과 통합적 해충관리를 제안했다.
중동·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외래 바퀴벌레 '투르키스탄바퀴(학명 Periplaneta lateralis)'가 부산 감만항 일대에 자리를 잡고 번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산대와 경상국립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현장 조사를 벌여 성충과 약충(애벌레), 알집을 모두 확인했으며, 이 내용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인티그레이티드 페스트 매니지먼트(JIPM)'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사례를 "국내에서 정착한 외래 바퀴벌레 종에 대한 첫 보고"라고 밝혔다. 한두 마리가 화물에 섞여 들어온 수준이 아니라, 여러 발육 단계가 한곳에서 함께 발견돼 현지에서 세대를 이어 가고 있다는 의미다.
먹바퀴 틈에서 처음 발견…항만 밖 주거지까지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2025년 11월 감만항에서 토착종 먹바퀴 약충들 사이에 섞여 있던 중간 크기 투르키스탄바퀴 약충 2마리를 처음 찾아냈다. 같은 해 12월에는 항만 주변 나무판과 골판지 아래에서 갓 부화한 어린 약충이 무더기로 나왔다.
올해 6월 세 차례에 걸쳐 조사 범위를 넓힌 결과 항만 바깥 주거지역 3곳에서도 서식이 확인됐다. 연구팀이 발생 지점 12곳에 식초와 맥주에 적신 오트밀을 미끼로 한 덫을 짝지어 놓고 24시간 뒤 회수한 결과, 유실·전복 등으로 제외한 9개를 뺀 15개 덫에서 모두 160마리가 잡혔다. 미끼별로는 식초 112마리, 오트밀 48마리였는데, 연구팀은 덫 구조와 유실 차이 때문에 미끼의 유인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몸길이 3㎝, 암수 색깔 뚜렷이 달라
투르키스탄바퀴는 몸길이가 3㎝ 안팎으로, 영어권에서는 '레드 러너(red runner)'로도 불린다. 논문에 따르면 수컷은 연노랑~주황빛에 날개가 길고, 암컷은 짙은 적갈색~검은색에 날개가 짧다. 암수 모두 앞날개 가장자리에 노란 띠가 있다.
약충은 발끝 흡착 구조가 발달하지 않아 매끄러운 플라스틱 벽을 오르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파충류 등의 먹이용 곤충으로 널리 길러지는데, 연구팀은 국내 온라인에서도 먹이용으로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 항목 | 내용 |
|---|---|
| 원산지 | 중동·중앙아시아 |
| 몸길이 | 약 3㎝ |
| 알집 1개당 약충 수 | 평균 13.9마리(약 40일 뒤 부화) |
| 암컷 1마리 평생 알집 수 | 약 2~25개 |
| 성충까지 걸리는 기간 | 약 220일(26.7도 실험실 기준, 약충 5령) |
| 해외 정착 지역 |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 일부 등 |
자료: 부산대·경상국립대 연구팀 논문(JIPM, 2026). 번식 수치는 논문이 인용한 미국 실험실 연구(Kim & Rust, 2013) 기준.
'암컷 1마리 350마리'의 근거는
여러 매체가 전한 '암컷 한 마리가 약충 약 350마리를 낳는다'는 수치는 실험실 최대치를 곱한 값에 가깝다. 논문이 인용한 연구에서 암컷은 평생 알집을 2~25개 만들고, 알집 하나에서 평균 13.9마리가 나온다. 최대치인 25개를 곱하면 약 348마리이고, 최소치인 2개라면 28마리 정도다.
그래도 번식력은 기존 바퀴보다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연구팀은 미국 남서부 야외에서 투르키스탄바퀴가 발육 기간이 짧고 번식량이 많아 기존의 동양바퀴를 밀어내고 있다는 관찰을 소개했다. 감만항에서도 처음 발견될 때부터 토착종 먹바퀴와 섞여 있었던 만큼, 두 종의 경쟁 가능성도 거론된다.
따뜻한 부산 겨울이 정착 도왔을 가능성
연구팀은 부산의 온화한 기후를 정착 배경으로 꼽았다. 논문이 인용한 기상청 1991~2020년 평년값에 따르면 부산의 겨울(12~2월) 월평균기온은 3.6~5.8도, 연평균기온은 15.0도로 전국 평균 12.8도보다 2.2도 높다.
유입 경로로는 항만을 통한 선박·컨테이너 화물 운송이 의심되지만, 원산지와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먹이용 곤충 거래를 또 다른 경로로 지목하며, 허가 없이 기르거나 거래하는 과정에서 내륙으로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살충제 무분별 살포 대신 통합 관리"
연구팀은 우선 반복적인 광역 조사로 분포 범위를 확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수구, 배수로, 수도계량기함, 쓰레기 배출 지점, 음식물 쓰레기통처럼 습한 은신처를 집중 점검 대상으로 꼽았다.
방제는 위생 관리와 은신처 제거, 먹이원 차단에 표적 독먹이(베이트)를 결합하는 통합적 해충관리(IPM) 방식을 권했다. 야외에서 살충제를 넓게 뿌리면 다른 생물과 사람 건강에 해를 줄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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