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성과 뒤에 가려진 돌봄 공백과 매뉴얼 부재"…코로나19 사회대응의 명과 암
포럼 현장에서 한 남성이 마이크를 앞에 두고 서류를 보며 발언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사회적 과제를 되짚고, 향후 발생할 감염병 위기에 대비한 과학적·사회적 대응 체계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질병관리청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1일 '2026년 제1차 감염병 위기 사회대응 포럼'을 공동 주최하고, 코로나19 당시 시행된 사회적 대응 조치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방역 성과와 기본권 보호 사이의 간극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대응이 단순한 보건의료의 영역을 넘어 경제, 교육, 돌봄, 사회보장 등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기념사를 통해 감염 확산을 억제하며 생명을 지킨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정책의 효과성과 함께 사회경제적 영향, 국민의 수용성, 그리고 취약계층에 미친 영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음을 시사했다.
임 청장은 "사회대응은 방역 효과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경제적·사회적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취약한 분들을 사회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까지 다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응은 과학적 근거뿐만 아니라 법,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합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부재했던 매뉴얼과 '한국형 재난지원 모형'의 필요성
한국의 대응이 방역과 경제, 분배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와 함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한계도 지적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원장은 기념사에서 한국의 대응이 서구 국가들과 비교해도 지표상 뒤처지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하면서도, 대응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짚었다.
신 원장은 "어린이집과 학교 등 공공 영역을 우선 닫으면서 돌봄의 책임이 가정으로 넘어갔고, 지원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처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기 상황 당시 사회적 대응을 위한 명확한 매뉴얼이 부재했기에, 매 순간 원칙을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했고 이로 인해 의사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 측의 기존 연구 내용을 인용하며, 한국 사회의 맥락에 부합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가 협력할 수 있는 '한국형 긴급 재난지원 모형'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사회대응 학술·정책 포럼을 정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대응 매뉴얼에 반영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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