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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년 역사의 항구에서 만난 마스터 셰프의 요리, 프로방스의 숨결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이 건물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도현
입력 2026.09.21 11:09
2,600년 역사의 항구에서 만난 마스터 셰프의 요리, 프로방스의 숨결
▲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이 건물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와 지중해는 눈부신 햇살과 독자적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전 세계 미식가들을 매료시키는 이곳의 여정은 지중해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 마르세유에서 시작된다. 인천에서 출발해 11시간의 비행과 다시 국내선 1시간 반을 더 날아 도착한 마르세유는 프로방스의 매력을 품은 여정의 출발점이다.

2,600년 역사를 품은 마르세유, 지중해의 맛을 담다

기원전 600년에 처음 세워져 무려 2,6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도시 마르세유는 언덕 위 우뚝 솟은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바실리크 성당이 상징적인 랜드마크다. 계단을 따라 성당에 오르면 쪽빛으로 빛나는 지중해와 마르세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성당 내부에는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채색된 돔과 황금관을 쓴 성모상이 있으며, 선원들의 무사 귀환과 안녕을 바라는 가족들의 염원을 담아낸 배 그림과 배 모형들이 가득하다.

마르세유의 활기는 매일 아침 열리는 길거리 어시장에서 드러난다. 당일 새벽 지중해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을 아침마다 시민들에게 판매하는 이곳에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구와 같은 생선이 특히 인기가 높다. 마르세유의 명물인 전통 생선 요리 '부이아베스(Bouillabaisse)'는 전 세계 명품 요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부이아베스에는 계절마다 서로 다른 여섯 가지의 제철 생선과 각종 채소, 그리고 이민자들에 의해 흘러들어온 향신료 샤프란이 주재료로 들어간다. 과거 가난한 어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서민 음식은 이제 세계적인 진미가 되었다.

영상에서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150명밖에 없다는 마스터 셰프 중 한 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트로송 드 루(Trois Font)'를 비춘다. 이곳의 셰프는 그날그날 지중해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과 지역에서 나는 몇 가지 제철 채소만을 사용하는 신선한 식재료에 대한 고집을 보여준다.

4대를 이어온 전통과 소설 속 배경이 된 이프 섬

마르세유의 문화는 가정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영상에서는 조부모에서 시작해 이제는 어린 딸까지 무려 4대가 같은 일을 하는 가족의 모습을 비춘다. 이들은 '쌍통(Santons)'이라 불리는 체색 점토 인형을 만든다. '작은 성자'라는 뜻의 쌍통은 예부터 프로방스 사람들이 성탄이 가까워지면 성경 속 인물들을 본떠 만든 인형으로 집안을 꾸미던 전통에서 시작되었으며, 점차 프로방스의 보통 사람들을 묘사한 인형으로 제작되어 왔다.

마르세유항 저 너머에는 이프 섬이 자리한다. 마르세유에서 120분 거리에 있는 이 섬의 '이프 성'은 16세기 초에 세워져 100여 년간 많은 정치범과 악명 높은 중죄수를 수감했던 감옥으로 쓰였다. 당시 죄수들이 벽에 새겨 넣은 낙서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프 성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탄 것은 알렉산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14년 동안 갇혀 있던 곳이 바로 이곳 이프 성이다.

분수의 도시 액상 프로방스와 중세의 시간을 걷다

마르세유를 떠나 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액상 프로방스는 이름처럼 물이 풍부한 '분수의 도시'다. 프랑스에서 지역 이름에 '액(Aix)'이 붙으면 물이 풍부하거나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심 구석구석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분수가 백 개도 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카니발이 열리기도 한다. 과거 종교적인 행사에서 출발한 이 축제는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색종이를 뿌리며 대지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일 년에 하루, 액상 프로방스의 미라보 거리는 시민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한다.

프로방스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만느(Mannes)로 향하면 온통 초록의 자연이 반겨주는 신비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동화 속 마을 같은 이곳에서 한 시간여를 더 가면 무스티에 생트마리 마을에 닿는다. 700여 명의 주민들이 중세 시대에 지은 집에서 여전히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의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중세로의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마르세유 #프로방스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바실리크 #부이아베스 #트로송 드 루 #쌍통 #이프 성 #몽테크리스토 백작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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