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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까지 삼킨 수나라의 야망, 고구려의 '빈 성' 함정에 빠지다

수나라 양제가 이끈 113만 대군이 고구려를 정벌하려 했으나, 평양성에서 벌어진 고구려의 유인 작정과 식량 부족 문제로 인해 위기를 맞이했다.

임도현
입력
동남아까지 삼킨 수나라의 야망, 고구려의 '빈 성' 함정에 빠지다
▲ 갑옷을 입은 무사가 상대방을 응시하며 대치하고 있다.

597년, 고구려 영양왕의 앞에 수나라의 국서 한 통이 도착했다. 내용은 명확했다. 신하의 나라로 복속하라는 협박이었다. 수나라는 "진심으로 뉘우치면 기회를 주겠다"며 압박했지만, 고구려의 선택은 달랐다. 고구려군은 수나라를 향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한반도와 대륙의 거대한 정면대결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대륙의 대동맥을 뚫은 수양제의 야망과 동아시아의 패자

당시 수나라는 명실상부한 대제국이었다. 수나라 제2대 황제 양제는 즉위 이듬해부터 6년간 수천만 명을 동원해 경항대운하를 완성했다. 항주에서 북경까지 1,800km를 흐르는 이 거대한 물길은 중국의 대동맥이 되었다. 양제는 이 운하를 통해 남쪽의 풍부한 물자를 북쪽으로 끌어올렸고,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의 임읍국, 오키나와의 유구국, 말레이반도의 마자카국까지 정벌하며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했다.

북방의 신흥 강국이었던 돌궐마저 굴복시킨 수양제에게 남은 과제는 단 하나였다. 당시 돌궐 왕의 장례식 기록이 남은 비석에는 '뵈클리'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는 고대 투르크어로 '고구려'를 뜻한다. 수양제는 돌궐의 막사를 방문했다가 고구려 사신과 마주친다. 당시 고구려는 수나라에 무릎 꿇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다. 수양제는 고구려를 방치할 경우 북방 민족들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천하의 주인으로서의 권위를 완성하고자 고구려 공략을 결정했다.

요동의 철벽, 고구려의 방어 체계와 113만 대군의 진격

고구려는 복속 대신 전쟁을 택했다. 그 중심에는 요동 전체를 관할하던 거점, 요동성이 있었다. 현재 중국 연녕성 정요시에 남아있는 흔적을 보면, 고구려는 내성과 외성을 갖춘 이중 구조의 성벽을 쌓고 태자강의 물을 이용한 해자 시설로 성을 보호했다. 특히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을 여러 방향에서 공격하고 가두는 고구려 특유의 '치(雉)' 구조는 매우 강력한 방어 체계였다.

612년 1월, 수양제는 113만 3,800명의 대군을 이끌고 요동성으로 진격했다. 수양제는 전쟁을 위해 산동성 예주에 배 300척을 건조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당시 이 거대한 선단을 만드는 노역이 너무나 고달파, 사람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손발을 자르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수양제는 육군뿐만 아니라 30만 명의 별동대를 조직해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을 직접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평양성에서 벌어진 함정, 별동대를 무너뜨린 유인 작전

수나라의 전략은 육군보다 수군을 먼저 평양성에 투입해 성을 점령하는 것이었다. 수군은 육군보다 먼저 평양성에 도착해 비어 있는 성안으로 진격했다. 하지만 이는 고구려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고구려군은 성을 비워두어 수나라 군대를 유인한 뒤, 기습 공격을 가했다. 단독으로 성을 공격하던 수군 별동대는 고구려의 유인 작전에 휘말려 패배하고 말았다.

수군이 퇴각하자, 압록강을 건너 평양까지 진격했던 수나라 육군은 치명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식량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10만 대군을 거느린 장수들이 "이 약한 적을 멸하지 못한다면 황제를 어떻게 뵙겠느냐"며 절망할 정도로 상황은 최악이었다. 고구려군은 수나라 군대가 패배하는 척하며 다시 유인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거대한 대군을 상대로 처절한 승부를 이어갔다.

#수나라 #고구려 #양제 #영양왕 #요동성 #평양성 #경항대운하 #전쟁
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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