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들어온 타인의 인대"… 낯선 세포 지우는 조직 은행의 깐깐한 공정
파란색 배경에 사람의 다리 뼈와 무릎 관절 구조가 3D 그래픽으로 나타나 있다.
운동 중 입은 부상으로 타인의 인대를 이식받은 한 출연자가 궁금증을 품었다. 사망한 사람의 몸에서 나온 조직이 어떻게 거부 반응 없이 이식되어 내 몸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코코보라 영상에 따르면, 이 질문의 답은 인체 조직이 보관되고 가공되는 '조직 은행'의 철저한 과학적 공정에 있었다.
영하 70도 초저온 보관부터 동결 건조까지, 조직의 생존 전략
조직 은행 내부에는 엄청난 기계 소음과 함께 다양한 냉동 시설이 줄지어 있다. 인체 조직의 특성에 따라 보관 방식은 세밀하게 나뉜다. 혈관이나 판막 같은 조직은 세포의 활동을 멈추게 하여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드라이 슈퍼'라 불리는 액체 질소 탱크에 넣어 보관하며, 이를 이송할 때도 전용 용기를 사용한다. 반면 뼈나 근막 등은 영하 70도 수준의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된다. 뼈 조직의 경우 온도가 체크되는 전용 포장 박스를 이용해 관리된다.
특히 뼈 조직의 경우 '동결 건조'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영상 속 설명에 따르면, 동결 건조를 통해 조직의 물기를 제거하면 부패를 막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가공된 뼈 조직은 삼중 포장된 상태로 의료기관에 전달된다. 이식된 뼈 조직은 환자의 몸속에서 빈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며, 그 사이로 환자 본인의 살아있는 뼈 세포가 자라 들어와 새로운 뼈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지지대 역할을 수행한다.
민간이 하기 힘든 '필수 이식재' 공급, 공공 조직 은행의 역할
조직 은행은 민간과 공공으로 나뉜다. 민간 기업은 수익성을 고려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다루는 반면, 공공 조직 은행은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이식재를 공급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암(종양)으로 인해 뼈를 절단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대퇴골 같은 큰 뼈를 공급함으로써 운동 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과거에는 큰 뼈를 공급받지 못하면 절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으나, 공공 조직 은행의 역할로 인해 환자들이 신체 기능을 유지하며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대퇴골과 같은 큰 뼈는 부피가 크고 보관 및 운송 비용이 많이 들지만, 우리나라 연간 사용량은 약 30여 개 정도로 많지 않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민간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다루기 어렵지만, 공공 조직 은행은 이를 책임지고 공급한다. 공공 조직 은행은 이처럼 사용량이 적더라도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구조용 뼈, 장기 이식이나 간 이식 시 필요한 혈관, 판막, 근막 등을 공개하고 공급한다.
낯선 세포를 지우는 멸균 공정, "단 하나의 균도 허용 안 돼"
기증된 조직이 환자의 몸에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핵심은 '가공' 단계에 있다. 장기 이식은 뇌사자로부터 즉시 이루어지지만, 조직 이식은 기증자의 몸에서 채취한 후 조직 은행으로 먼저 보내져 특별한 처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기증자의 세포 성분을 제거하여 환자의 몸이 이식물을 '낯선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영상에서는 기증자의 세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면역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낯선 세포들을 지워버리는 특별한 과정을 '조직 가공실'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가공실은 병원 수술실 수준의 엄격한 멸균 상태를 유지한다. 작업자는 멸균복을 덧입고 먼지 유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영상에서는 먼지 유입을 막기 위해 옷을 두 겹으로 덧입어야 하며, 옷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배바지 형태로 입어야 하는 등 철저한 준비 과정을 보여준다. 가공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기증 조직에서 불필요한 지방과 근육을 제거하고 항생제 처리를 한다. 이후 방사선을 이용해 세포와 세균을 완전히 사멸시키는 멸균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단계는 '적합성 검사'다. 멸균 기구의 경우 'B.D.I(Biological Indicator)'라는 검사 도구를 사용하는데, 이는 독한 미생물을 넣어 멸균 후에도 균이 자라지 않는지 확인하는 장치다. B.D.I를 기계에 넣고 깨뜨려 용액을 떨어뜨린 뒤, 일정 시간 동안 단 하나의 균도 검출되지 않아야 기구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멸균된 조직을 채취해 검사기관에 의뢰하여 적합성을 받아야 최종 품질팀에서 적합 판정을 내린다. 만약 검사 과정에서 균이 검출된다면 해당 조직은 즉시 폐기실로 보내져 폐기된다.
이식된 조직이 환자의 몸에 완전히 자리 잡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정양국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식된 조직은 초기에는 무효성 조직으로 존재하다가 시간이 흐르며 신체의 살아있는 조직과 접촉한다. 이후 혈관이 자라 들어가고 세포가 침투하며, 약 수개월에서 1~2년에 걸쳐 신체의 일부로 통합된다. 따라서 이식 후 일정 기간은 무리한 운동보다 재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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