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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반 전어 반" 서천부터 속초까지, 식도락가들이 가을 바다로 몰려가는 이유

분홍색 장갑을 낀 여성이 생선을 손질하며 미소 짓고 있다.

임도현
입력 2026.09.21 11:10
"물 반 전어 반" 서천부터 속초까지, 식도락가들이 가을 바다로 몰려가는 이유
▲ 분홍색 장갑을 낀 여성이 생선을 손질하며 미소 짓고 있다.

바람의 결이 바뀌면 사람들의 발길도 움직인다. 입맛이 살아나는 계절, 가을이 오면 전국의 식도락가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다로 향한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고, 그곳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제철 진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KBS 다큐의 '가을 진미 열전' 영상에 따르면, 충남 서천부터 홍성, 그리고 강원도 속초에 이르기까지 가을 바다를 수놓는 풍성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물 반 전어 반" 서천 홍원항의 맨손 잡이와 고소한 전어 파티

충청남도 서천 앞바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수조마다 주인공이 가득 찬다. 바로 가을의 전령사, 전어다. 서천 홍원항은 살이 잔뜩 올라 고소함이 절정에 달한 전어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영상 속 현장에서는 텅 빈 수조를 보며 의아해하던 이들도 금세 "물 반 전어 반"이라며 몰려드는 전어 물량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전어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이곳 식당들은 하루에 두 번씩 물량을 초당 받기도 한다. 특히 전어는 살아있어야 팔 수 있어, 그날 들어온 물량은 반드시 당일 모두 소비해야 한다. 한 식당 관계자는 "오늘 한 500kg 정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장의 활기를 전했다.

전어를 즐기는 방식도 다채롭다.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전어를 잡아보는 맨손 잡이 체험이 한판 승부를 방불케 한다. 얇고 미끄러운 고기 몸통 대신 뭉툭하고 무거운 머리를 잡는 것이 맨손 잡이의 요령이다. 잡으려는 자와 피하려는 전어 사이의 치열한 승부 끝에 얻은 수확은 온 가족의 즐거움이 된다. 이렇게 잡은 전어는 새콤달콤 매콤한 양념을 버무린 회무침으로 즐기거나, 소금을 살짝 뿌려 노릇하게 구워내 풍미를 극대화한다. 특히 산란 전 기름기가 잔뜩 오른 전어 구이는 "집 나간 입맛도 불러들인다"는 찬사를 받는다. 머리부터 크게 한 입 베어 물면 전어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굴맛"이라고 표현될 만큼 진한 풍미를 자랑한다.

"3분이면 충분하다" 홍성 남당항의 대하 튀김과 소금구이

서해의 또 다른 주인공은 홍성 남당항의 대하다. 여름보다 다섯 배는 더 많은 손님이 몰린다는 이곳은 이미 고소한 냄새로 가득하다. 매일 새로 들여온 싱싱한 대하를 껍질을 벗겨 밀가루를 입힌 뒤, 딱 3분간 튀겨내는 새우튀김은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살의 조화로 식도락가들의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든다. 이곳의 대하는 산지 직송으로 들어오는 국내산 양식 대하로, 껍질을 깨끗하게 벗겨 튀겨내어 그 맛을 더한다.

대하를 즐기는 정석은 역시 소금구이다. 뜨거운 소금 위에 대하를 올리고 10분간 기다리면, 빨갛게 익은 고운 자태의 새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껍질을 까서 초장에 살짝 찍어 먹는 대하의 쫄깃한 맛은 "새우에게 미안할 정도"라는 반응을 끌어낸다. 한편, 현장에서는 누가 더 빨리 껍질을 까는지 겨루는 '새우 껍질 까기 대회'가 열릴 만큼 대하의 인기는 뜨겁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하로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칼국수 면과 채소를 넣어 만든 '바지락 새우 칼국수'는 산지의 신선함을 그대로 담아낸 가을의 별미다.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살리기 위해 다른 양념 없이 소금 간만으로 맛을 내며, 시원하고 탱탱한 식감이 일품이다.

"동해 바다를 통째로" 속초 생선구이 골목의 숯불 향

동해 바다를 품은 강원도 속초로 눈을 돌리면 풍경은 또 달라진다. 속초항 인근의 생선구이 골목은 수온이 내려가며 살이 오른 다양한 어종들이 숯불 위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아침마다 입찰을 통해 들어온 신선한 생선들을 당일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름이 지나고 수온이 내려가면 바다의 어종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가장 다양한 생선을 맛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불판 위에는 청어, 볼락, 꽁치, 우럭, 가자미, 은대구, 열갱이, 고등어, 보리멸, 메로 등 동해 바다의 제철 생선들이 총집합한다. "동해 바다를 다 잡수러 오시는 것"이라는 말처럼, 깊은 수심에서 잡아올린 볼락부터 사르르 녹는 청어까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숯불에 은근하게 오래 구워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생선구이는 간장을 살짝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기름기가 올라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생선 살은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리는 식감을 선사한다.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생선구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속초의 바다 향기까지 함께 삼키는 경험을 제공한다.

#서천 #홍성 #속초 #홍원항 #남당항 #KBS 다큐 #가을 진미 열전 #전어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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