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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거리서 10만 원짜리 고기가 끝도 없이"… 거제 앞바다 대구잡이의 겨울

줄에 매달린 대구들 앞에서 한 여성이 커다란 대구를 들고 있다.

임도현
입력 2026.09.21 11:09
"15분 거리서 10만 원짜리 고기가 끝도 없이"… 거제 앞바다 대구잡이의 겨울
▲ 줄에 매달린 대구들 앞에서 한 여성이 커다란 대구를 들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부터 2월까지, 경남 거제 앞바다는 겨울 한 철을 책임지는 '대구'를 잡기 위해 분주해진다. 산란을 위해 거제로 몰려드는 씨알 굵은 대구를 잡기 위한 어부들의 사투가 시작되는 시기다. 전국에서 가장 큰 대구 어장이 형성된 거제 앞바다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인근 어장으로 대구잡이를 떠나는 어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잘못하면 다 빠져버려요"… 대구를 상처 없이 잡는 '호망' 조업

E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거제 이수도 어부들은 매일 아침 인근 어장으로 대구잡이를 떠난다. 조업을 위해 배를 타고 약 15~20분 정도 달려 도착하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주된 어구는 '호망'이다. 호망은 일 금물, 포이망, 자루 금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루 모양의 그물 안에 대구를 가둬 잡는 방식이다. 어장에 미리 설치해둔 포망을 며칠 뒤 거둬들이는 방식으로 조업이 진행된다.

호망을 사용하는 이유는 대구를 상처 없이 잡기 위해서다. 대구 한 마리의 무게가 7~10kg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수압과 무게를 견디며 그물을 끌어올리는 과정은 매우 조심스럽다. 영상 속 출연자는 "자칫 잘못하면 그물이 찢어져 대구가 다 빠져버릴 수 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특히 거제에서는 작은 고기는 피하고 큰 고기만 잡기 위해 그물 코 사이 간격을 넓게 설정한다. 이렇게 잡힌 대구 중에서도 '순놈'이라 불리는 암컷은 살이 꽉 차 있고 고소한 '이리(정소)'가 풍부해 인기가 높다. 때로는 몸길이가 1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대구가 올라오기도 한다.

한편, 거제에서는 약 70여 척의 어선이 호망 허가를 받아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자망을 사용하는 경우 물고기 목에 뼈 자국이 남을 수 있어, 힘은 더 들더라도 호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조업 중에는 대구 외에 물고기(물그치) 같은 다른 어종이 그물에 걸려들기도 하는데, 겨울철 거제 어부들에게 대구 외의 생선은 환영받기보다 불청객에 가깝다.

1981년부터 시작된 '수정란 방류 사업'이 불러온 어획량 증가

한때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획량이 저조했던 대구지만, 최근에는 매년 겨울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1981년부터 시작된 '대구 수정란 방류 사업'의 결과로 분석된다. 암컷의 난소와 수컷의 정소를 추출해 인공 수정란을 만들어 방류하는 이 사업을 통해, 방류된 수정란이 3~5년 후 성어로 자라 다시 거제 앞바다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수산 자원의 회복을 위한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조업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매년 1월 15일부터 한 달간 금어기를 정해 어획량을 제한하며 대구 자원을 보호하고 있다. 겨울 한 철 조업으로 한 해 바다 농사가 결정되는 만큼, 어부들에게 대구는 "평생 같이 가야 될 귀한 존재이자 인생의 동반자"와 같다.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밥도둑으로 변신하는 대구의 변신

조업만큼이나 치열한 곳은 항구의 손질 작업장이다. 하루에만 수백 마리의 대구를 처리해야 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대구는 워낙 뼈가 억세고 크기가 커서 망치를 동원해 손질해야 할 정도다. 작업장에서는 하루에 600~700마리 분량의 물량을 소화해야 할 때도 있으며, 한 상자에 10kg에 달하는 대구를 끊임없이 옮겨야 하는 고된 작업이 반복된다.

손질된 대구는 용도에 따라 다르게 가공된다.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한 뒤 약 열흘에서 보름간 말리면 '건대구'가 된다. 건대구는 거제에서 잔치상이나 제사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이다. 또한, 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을 비운 뒤 소금을 넣어 3개월간 말리는 '약대구'를 만들기도 한다. 약대구는 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을 제거해야 하기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대구의 부위별 활용도 무궁무진하다. 맑은 국물의 대구탕부터 매콤한 대구찜, 두툼한 살을 튀겨낸 대구 튀김까지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특히 고소한 단백질이 풍부한 '이리'와 큼직한 알은 양념에 버무려 '대구 알젓'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짭조름한 맛으로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한, 붉은색을 띠는 아가미 역시 소금에 절여 양념한 '아가미 젓갈'로 만들어진다. 대구는 내장에서 전복이 발견될 정도로 풍부한 먹이를 먹고 자라며, 부위별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귀한 식재료다.

#거제 #이수도 #대구 #호망 #대구 수정란 방류 사업 #건대구 #약대구
임도현
하비이슈 · 사회 & 이슈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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