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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전 자금성 뒷골목의 삶, 베이징 '후퉁'에 남은 서민들의 소울푸드

전통 건축물 앞에서 한 남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임도현
입력 2026.09.21 11:11
600년 전 자금성 뒷골목의 삶, 베이징 '후퉁'에 남은 서민들의 소울푸드
▲ 전통 건축물 앞에서 한 남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거대한 빌딩 숲과 화려한 경제 성장, 570만 대가 넘는 차량이 뿜어내는 스모그. 오늘날 베이징은 눈부신 발전과 대기 오염이라는 일상을 동시에 품고 있다. 등록된 차량만 570만 대가 넘는 베이징의 교통 정체와 대기 오염은 어느새 이 도시의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화려한 마천루 너머, 800년 전 원나라 시절부터 형성된 베이징의 속살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자금성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 서민들의 안식처였던 좁은 골목 '후퉁(胡同)'에는 여전히 시간이 멈춘 듯한 맛과 삶이 흐르고 있다.

자금성의 질서를 닮은 작은 성, 후퉁의 사변(四合院)

베이징의 전통적인 주거 형태인 '사변'은 단순한 집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K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사변의 구조는 황제를 우주의 중심으로 여기던 자금성의 원리를 닮아 있다. 남향을 향한 배치는 태양의 방향을 고려한 것이며, 이는 곧 황제의 위치를 상징하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 사원의 높은 담벽과 사방이 막힌 폐쇄적인 구조, 남녀의 지위와 구분에 따른 공간 배분은 마치 자금성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상 속 출연자는 이를 두고 "작은 성이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때 낙후된 환경 탓에 철거 대상이 되기도 했던 후퉁은 최근 옛 정취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역사학을 전공한 후신이 씨는 버려진 전통 가옥을 외국인 여행객과 어린이들을 위한 전통 문화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후퉁이야말로 베이징 서민들의 삶이 담긴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서민의 배를 채워준 '루즈호어 사우'와 짜장면

베이징의 맛은 지난 800년 동안 지배 권력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민족과 문화가 꽃을 피우며 끊임없이 변해왔다. 밀 생산이 주를 이루던 베이징 북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면 요리가 발달했다. 한국식 짜장면과는 달리 양파를 넣지 않고 짭짤한 맛을 강조한 '베이징 짜장면'은 오이, 완두콩 같은 채소와 함께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서민들의 구체적인 삶의 궤적은 음식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영상에서는 가난한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소울푸드로 '루즈호어 사우'를 소개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돼지 내장탕과 유사한 음식으로, 값비싼 닭고기 대신 돼지의 허파나 간 등 저렴한 부위를 사용해 맛을 냈다. 특히 베이징 요리의 특성에 따라 밥 대신 국수를 말아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 외에도 배추 절임과 돼지고기를 넣은 동북 지방 스타일의 요리 등 후퉁의 골목마다 다양한 지역의 맛이 공존한다.

130년 전통을 지킨 회족의 맛, 바오두펑

베이징의 식탁은 다양한 민족의 문화가 섞인 거대한 용광로와 같다. 몽골족의 투박한 고기 요리를 베이징 스타일로 발전시킨 '카오러우(베이징식 불고기)'는 청나라 때의 조리법을 계승해 3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단맛을 줄인 이 요리는 거대한 불판을 사용하는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한편, 아랍과 페르시아 상인의 후손인 회족(回족)들이 이어온 전통도 존재한다. 4대째 운영 중인 '바오두펑'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의 전통에 따라 소나 양의 처녀불을 이용해 '바오두'를 만든다. 130년 전 증조부가 만들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는 이들의 요리는, 격동의 혁명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베이징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베이징 #자금성 #후퉁 #사변 #루즈호어 사우 #베이징 짜장면 #카오러우 #바오두펑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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