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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대신 춤추듯 수신호하는 경찰, '효율'보다 '부탄스러움'을 택한 나라

신호등 대신 교통경찰의 수신호로 차량이 움직이는 부탄의 수도 팀푸. EBS '세계테마기행'이 8년 만에 찾은 부탄에서 전통 음식과 가옥, 신앙이 곧 일상이 되는 삶을 따라간다.

신호등 대신 춤추듯 수신호하는 경찰, '효율'보다 '부탄스러움'을 택한 나라
▲ 부탄의 한 상점에서 상인과 손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BS '세계테마기행'이 8년 만에 부탄을 찾았다. 부탄은 국가 유일의 국제공항인 파로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가며, 가이드 없이는 자유여행을 할 수 없는 나라다. 여정은 수도 팀푸에서 시작된다. 팀푸는 대도시라기보다 계곡 안에 자리한 조용한 전통 도시의 느낌이지만, 번화가인 노르진 람은 조용한 팀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거리다. 생각했던 것보다 차도 사람도 훨씬 많은 분주한 모습이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 수신호로 움직이는 팀푸

이 거리에는 팀푸의 명물로 불리는 것이 있다. 바로 교통경찰이다. 팀푸의 메인 도로 가운데 가장 중심인 교차로에서는 신호등 대신 교통경찰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한다. 거리에 신호등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춤을 추듯 화려한 동작의 수신호에 맞춰 차량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신호가 끊기면 안 되기 때문에 교대 시간에도 동시에 신호를 보내며 교대가 이뤄진다.

여행자는 이 모습을 두고 효율과 편리함보다는 '부탄스러움'을 선택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신호등 대신 교통경찰관이 수신호를 하는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팀푸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발전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발전의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선택하려는 나라, 그것이 부탄에 대한 그의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살육을 하지 않는 불교국가의 밥상과 전통 가옥

가이드의 안내로 찾은 전통 식당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나온다. 부탄의 전통 가옥은 보통 3층으로 되어 있고 그중 2층과 3층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식당은 3층에 있다. 한국 음식의 반찬처럼 여러 가지 음식이 함께 나오는 한 상에는 고추 치즈찌개 에마다치, 감자 치즈 스튜 케와다치, 돼지고기 채소조림 팍시아파가 올랐다.

고기는 보통 반건조로 먹는다. 불교국가인 부탄은 살육을 하지 않아 인도를 통한 건조육류만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도축한 고기를 수입하다 보니 말려서 가져오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식감도 쫄깃하다. 일행은 '맛있다'는 뜻의 부탄어 '짐메(Zhimbay)'를 따라 외쳐 보며 부탄에서의 첫 끼니를 마쳤다.

이어 들른 전통 가옥은 20년 된 건물이지만 페인팅과 외관이 방금 지은 것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깨끗했다. 사다리 같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의외로 아늑한 공간이 나오고, 일반 가정에서는 2층이 주 생활 공간이다. 집안 벽에는 국왕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 현재 국왕인 부탄의 5대 왕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은 서민적인 행보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일부다처제였던 선대 국왕들과 달리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는 순애보로도 유명하다.

집안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은 기도하는 방이다. 부탄 말로 '최심'이라 불리며 보통 집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한다. 부탄은 헌법에서도 불교를 국가의 정신적 유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앙이 곧 일상이 되는 삶이다.

2002년에야 문을 연 하 계곡의 농가 민박

하 계곡(Haa Valley)은 한때 금지된 계곡으로 불렸던 곳이다. 티베트와의 국경지대라는 이유로 부탄에서 가장 늦은 2002년에야 외부에 개방됐고, 개방된 뒤에는 부탄 특유의 순수함을 찾는 여행객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다. 계곡을 따라 집이 늘어선 이곳 마을은 주로 농사와 목축을 하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산촌이며, 주민들은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온 토착민이다.

자매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도착하자 사장님이 환영의 의미로 카다(Khata)라는 흰 천을 목에 걸어 준다. 민박집 역시 부탄의 전통 가옥으로, 각 층마다 공간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세월이 지나도 결속력이 좋아 30년이 흘렀는데도 튼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계단이 좁고 가파른 것은 생활 공간을 좀 더 넓게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 지역에는 아직 토착 신앙 의례가 많이 남아 있어 집안 곳곳에 그 흔적이 보이고, 벽에는 화합과 협력을 뜻하는 불교 상징이 그려져 있다. 손님을 위한 첫 대접은 향이 좋은 부탄식 버터차 수자다.

해발 4,000m 라야 마을과 절벽 위 탁상사원

영상 설명에 따르면 여정은 히말라야 산맥에 걸쳐 있는 북부 가사(Gasa) 지역, 해발 4,000m 높이의 라야 마을(Laya)로 이어진다. 차도 들어올 수 없는 산골에 있는 라야 마을은 외부와 교류가 적어 아직도 고유의 풍습이 많이 남아 있으며, 한 가정에 남편이 여러 명인 일처다부제 문화가 존재한다고 소개된다. 라야 마을보다 더 높은 지대에서는 해발 최소 4,000m 이상에서 서식하는 야크(Yak)를 전통적으로 키워 온 부부를 만나 유목 생활을 엿보고 야크 치즈도 맛본다.

부탄에 오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한다는 탁상사원(Taktsang Monastery)은 가파른 산을 2시간쯤 올라야 닿을 수 있는 절벽 사원이다. 불교의 고승 파드마삼바바가 호랑이를 타고 날아와 수행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호랑이 둥지(Tiger's nest)'라고도 불리며, 내부는 철저히 촬영이 금지돼 베일에 싸여 있다. 푸나카 지역의 탈로 마을에서는 한 마을에서 4명의 왕비가 나왔다는 이야기, 곧 부탄 4대 국왕과 혼인한 4명의 자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마을회관처럼 쓰인다는 사원에는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눈다. 험준한 산악지형 도시 트롱사에서는 북소리를 따라 걷다 무속인이 의식을 행하는 신당을 마주치며, 불교와 무속 신앙이 결합한 이곳의 종교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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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현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라이프 담당

하비이슈에서 문화·라이프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사회·이슈, 건강·과학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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