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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에 안주 8가지, 40년 외고집 주인장이 '시끄러우면 퇴장'을 외치는 이유

식당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하는 세 남자의 모습

임도현
입력 2026.09.21 11:10
천 원에 안주 8가지, 40년 외고집 주인장이 '시끄러우면 퇴장'을 외치는 이유
▲ 식당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하는 세 남자의 모습

술 한 잔에 인생의 쓴맛을 달래고, 넉넉한 인심으로 허기를 채우던 '대폿집'의 풍경이 사라져가는 시대다. 커다란 바가지에 술을 담아 나눠 마시던 서민적인 음주 방식에서 유래한 대폿집은, 이제 단순한 음식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낭만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KBS 다큐(VJ 특공대) 영상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는 저마다의 철학과 맛으로 단골들의 발길을 붙잡는 대폿집들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시끄러우면 퇴장" 주인장의 단호한 철학이 만든 공간

어떤 대폿집은 독특한 규칙 하나로 손님들을 긴장시킨다. 바로 "떠들면 퇴장"이라는 엄격한 규칙이다. 영상 속 한 대폿집의 주인장은 손님들이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지면 단호하게 제지한다. "방야장집(방탕한 집)을 조금 죽여줘야겠다"며 조용히 할 것을 권하는 모습은 마치 밥집과 대폿집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시끄럽게 떠들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이 규칙은, 오히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차분하게 정을 나누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술잔 모음은 금지이며, 술을 마신 상태로 출입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주인장은 "술 한 병 더 먹다가 혼났다"며 엄격한 규칙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곳의 운영 방식 또한 범상치 않다. 주인장은 손님들이 직접 셀프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며, 바쁜 와중에도 손님들의 편의를 챙긴다. 특히 내장탕이 끓기 시작하면 주인장이 직접 가위를 들고 나타나 일일이 손질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손님이 직접 손대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내 눈을 보고 해줘야 손님들에게도 좋고, 손님도 좋다"는 주인장의 배려 섞인 고집 때문이다. 이러한 세심한 손길은 10년, 20년 넘게 이곳을 찾는 단골들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된다. 또한, 밥을 비빌 때도 주인장의 손길을 거쳐 누름기로 꾹꾹 눌러 마무리하는 정성이 더해진다.

천 원의 행복, 5일장의 넉넉한 인심이 깃든 안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천 원의 행복'도 대폿집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5일장이 서는 어느 대폿집은 단돈 천 원이면 8가지나 되는 안주가 따라오는 파격적인 인심을 자랑한다. 전날 도축장에서 가져온 싱싱한 곱창과 정성껏 준비한 안주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진다. 시장 상인들과 서민들이 모여드는 이곳은 "천 원만 내면 다 공짜로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푸짐한 정이 넘쳐난다. 주인장은 "주머니 속사정 생각 않고 배 불리 먹고 맛있게 놀 수 있는 곳"이라며 서민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메뉴 또한 계절과 정성을 담고 있다. 겨울철 별미인 '도로묵'은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아 며느리까지 전수되는 전통을 지닌다. 돼지 기름을 사용해 노릇하게 구워낸 도로묵은 입안에서 알이 톡톡 터지는 식감을 선사한다. 특히 50년 전부터 사용해 온 묵직한 녹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이는 시원함을 유지해 막걸리 맛을 깊게 한다. 또한, 맹물만을 사용하여 닭 내장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주인장의 철학이 담긴 '당내장탕'은 깊고 진한 국물 맛으로 겨울 추위를 잊게 만든다. "고기 국물이 아니라 내장 맛에 초점을 둔다"는 주인장의 음식 철학은 화려한 양념보다 좋은 원재료를 우선시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여기에 대파를 산처럼 썰어 넣어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은 것이 특징이다.

예술가들의 아지트, 벽면을 채운 낭만과 풍류

부산의 한 대폿집은 단순한 술집을 넘어 예술가들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37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곳의 벽면은 마치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오랜 시간 이곳을 드나든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장은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가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들이 돈이 없어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벽면의 작품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대폿집의 역사와 낭만을 대변한다.

이곳의 손님들은 서로를 '대장님'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고, 술자리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며 풍류를 즐긴다. 메뉴판은 존재하지만, 그날그날 가장 선도가 좋은 해산물을 주인장이 마음대로 내놓는 '온드레 메뉴' 방식은 이곳만의 독특한 문화다. "장사집 같지 않고 이웃집에 놀러 온 것 같다"는 한 단골의 말처럼, 대폿집은 인생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마지막 낭만의 보루로 남아 있다. 한 잔의 술에 정이 넘쳐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풍류가 살아있는 이곳은 인생의 쉼표와도 같다.

#KBS #VJ 특공대 #대폿집 #도로묵 #당내장탕 #부산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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