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환자 4쌍 중 1쌍은 비용 때문에 치료 중단, 남성 환자는 7년 새 67% 급증
맑은 하늘 아래 위치한 보건복지부 건물의 외관 모습.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 부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 경제적 파산과 심리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가혹한 싸움이다. KBS 다큐의 취재 내용에 따르면, 난임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편견은 난임 가정의 삶을 무너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시술비, '사채'까지 고민하는 난임 가정
난임 부부들이 겪는 가장 직접적인 고통은 경제적 부담이다. 체외수정 등 주요 난임 치료 시술은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여, 한 번의 시술(사이클)에 적게는 200만 원대에서 많게는 5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한다. 영상에 따르면, 여러 차례 시술을 반복할 경우 총비용이 4,000만 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은 카드빚을 넘어 사채를 써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정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1회당 190만 원까지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은 소득과 연령에 따라 제한적이며 지원 횟수 또한 최대 6회로 묶여 있다. 지원 횟수가 차감될수록 환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커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실제 난임 치료 중인 부부 네 쌍 중 한 쌍은 이러한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의료 격차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의 유혹
의료 인프라의 불균형도 문제다. 주요 난임 치료 병원이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방 거주 환자들은 이른바 '원정 진료'를 감수해야 한다. 제주도 등 지방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상경한 환자들은 숙박비와 교통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며, 대도시 병원을 오가는 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정도의 육체적 피로를 호소한다. 정부는 지역별 거점 병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경제적·물리적 한계에 부딪힌 환자들은 때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한다. 난임 환자들은 정서적 결속력이 강한 특성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나 경험자의 입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신뢰할 수 없는 민간요법이나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상업적 댓글에 노출되기 쉽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호르몬 성분을 포함한 검증되지 않은 약초나 음식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임신에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남성 난임 67% 급증, "배에 든 게 없냐"는 사회적 폭언
통계적 변화도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난임 환자는 2007년 17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20만 8천 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남성 환자의 증가세다. 같은 기간 여성 환자가 약 7% 증가한 것에 비해, 남성 환자는 2만 8천여 명에서 4만 7천여 명으로 67%나 급증했다. 이는 흡연, 음주, 비만, 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의 변화와 더불어 난임의 원인을 여성에게만 국한하지 않는 인식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배에 든 게 없냐", "너 편하려고 애를 안 낳는 거지"와 같은 주변의 무심한 막말은 난임 부부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긴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환자들을 고립시키고 우울증이나 부부간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정부는 난임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나, 지원 조건 확대 등 실질적인 세부 대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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