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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도 여러 번" 13세에 만주로 간 소녀, 37번 찔리고도 살아남은 이유

13세에 만주로 끌려가 일본군에 의해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전쟁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와 그 속에서도 살아남은 강인한 생존 의지를 기록한다.

"죽으려고도 여러 번" 13세에 만주로 간 소녀, 37번 찔리고도 살아남은 이유
▲ 안경을 쓴 할머니가 정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BS 다큐 유튜브 영상 캡처)

전쟁의 참혹함은 단순히 통계나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개인의 삶을 파괴한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만주로 떠나 일본군에 의해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한 여성의 삶은, 피해를 입은 '나약한 존재'로서의 기록을 넘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죽으려고도 여러 번"... 거짓말에 속아 떠난 13세의 만주행

KBS 다큐 채널의 'KBS 스페셜 - 전쟁과 여성 1부 그녀의 목소리' 영상에 따르면, 피해 당사자인 김원옥(가명) 할머니는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만주로 향했다. 당시 할머니의 집에는 22세의 언니가 있었으나, 집안에서는 어린 동생을 시집보내기 위해 만주행을 결정했다. 당시 어머니는 "세상 천지에 그런 곳이 어디 있느냐"며 공장으로 가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나, 이는 결국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할머니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공장이 아니라 일본 군인들만 있는 곳이었다"고 증언했다. 술을 파는 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데려다 놓고 군인들을 상대하게 하는 구조였다.

할머니는 "돈을 준다고 하니까 여기서 이제 돈 좀 벌어서 옷 좀 해 입고 돈 좀 해가지고 그래도 가야지 하고 했던 것"이라며 당시의 막막했던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할머니는 "그 몸을 가지고 어떻게 시집을 가겠느냐"며, 당시 겪었던 치욕과 고통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해야 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영상 속 출연자는 할머니가 "죽으려고도 여러 번 했다"고 말할 만큼 극한의 상황에 처했음을 전한다. 할머니는 "열다섯 살을 갔는데(중략) 죽는 것도 팔자라"며 당시의 절망감을 담담하면서도 아프게 읊조렸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생존을 향한 처절한 의지

일본군에 의해 37번이나 칼에 찔리는 등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생존을 향한 본능적인 의지였다. 할머니는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아주 쓰러져서는 안 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말했다. 무서운 일을 당하는 와중에도 "어떻든지 거기를 피해 나올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는 증언은 극한의 공포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을 도모하는지를 보여준다.

영상에서는 할머니가 겪은 고통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내 여자에게 치욕스러운 말이다", "상상하기 싫다"며 과거의 기억을 밀어내려는 모습은, 전쟁 범죄가 피해자의 현재 삶에 남기는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시사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노래로 승화시키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힘든 일도 노래로다가 소화시키지, 울고 뭐 그러는 건 별반 없어요"라고 말하며, 슬픔을 억누르기보다 노래라는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냈음을 보여준다.

노래로 소화하는 삶, 멈추지 않는 사죄의 요구

할머니는 구수한 노래를 부르며 주변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기도 한다. 영상 속에서 할머니는 "남중나라네 고희양 온도비 배양서"와 같은 노래를 부르며 주변과 소통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잊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짓밟혔던 인생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생존 방식에 가깝다. 할머니는 "무서운 것보다 시키면 안 하면 안 하는 나도 괴롭고 시킨 사람도 괴로우니 그렇지 않자고 잘한지니라"며, 자신을 억압했던 상황과 그 속에서 살아온 세월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러나 삶의 평온함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할머니는 "일본 정부에게 꼭 사죄를 받아야 한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전 기념일이나 승전 기념일이 축하의 대상이 될 때, 전쟁에 죄 없이 끌려가 아직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여성들이 십수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국가적, 역사적 책임의 문제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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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경
한도경
하비이슈 · 사회·이슈 담당

하비이슈에서 사회·이슈 분야를 주로 취재합니다. 문화·라이프, 뉴스 기사도 함께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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