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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협곡 속 9,740개 거울의 반전, 기네스북에 오른 '마라야 콘서트홀'의 정체

사막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카메라를 향해 설명하고 있다.

임도현
입력 2026.09.22 12:26
사막 협곡 속 9,740개 거울의 반전, 기네스북에 오른 '마라야 콘서트홀'의 정체
▲ 사막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카메라를 향해 설명하고 있다.

사막의 붉은 대지와 거대한 암벽 사이,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건물이 있다. 주변의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전체를 거울로 감싼 이곳은 무려 9,740개의 거울 패널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마라야 콘서트홀'이다. 사막 협곡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 창의적인 건축물은 주변 경관을 그대로 투영하며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상 속 관광객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이곳을 찾으며, 거대한 규모와 아름다움에 행복과 설렘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홍해의 보석 제다, 히자지 양식의 시간을 걷다

여정의 시작은 홍해 연안의 항구 도시 제다다. 이곳은 이슬람 최대 성지인 메카로 향하는 관문이자 무역의 중심지로, 매년 수백만 명의 무슬림이 성지 순례를 위해 거쳐 가는 곳이다. 홍해의 물빛은 투명한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이는 바닷속 붉은 산호초가 수명을 다하며 바다를 붉게 보이게 하는 데서 유래했다. 제다의 해안 도로는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 찾으며, 해안가에는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스크가 눈길을 끈다. 이슬람에서는 하루 총 다섯 번 기도를 올리는데, 모스크의 길게 솟은 탑은 멀리 있는 사람도 들을 수 있도록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제다의 구시가지인 '알발라드 역사 지구'로 들어서면 수백 년의 시간을 간직한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을 지키던 성벽의 일부인 '메카 게이트'를 지나면, 목재 발코니가 특징인 히자지 양식의 전통 가옥들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집의 색이 짙고 고동색을 띨수록 집채가 높고 부유한 이들의 거처였다고 한다. 특히 이곳의 가옥들은 2층 높이의 시원한 천장과 바람이 잘 통하는 창문을 갖추고 있는데,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사생활을 보호하는 지혜를 담고 있다. 한 가옥의 내부에는 70년대에 이곳에 살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바나나를 처음 들여온 인물의 할아버지 사진이 걸려 있어 제다의 역사를 증명한다.

마을의 상징이자 삶의 중심인 '알마마르 모스크'는 제다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로, 예배를 알리는 소리가 울리면 마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오늘도 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나라와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감사함을 전한다.

2천 년 전 나바테아인의 숨결, 헤그라의 암벽 무덤

제다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을 날아가 도착한 곳은 알울라다. 이곳에는 2천 년 전 아라비아 부족인 나바테아인이 거주했던 고대 도시 '헤그라'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아이들의 문화 탐방 명소로도 제격이다. 헤그라는 나바테아인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유적지에 남은 흔적들은 모두 이들이 암석에 새겨 넣은 무덤들이다.

유적지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정된 지프차만을 이용해야 한다. 거대한 바위 속에 새겨진 무덤은 총 111개에 달한다. '자발 알 아마르' 지역에 도착하면 곳곳에 보이는 구멍들이 바로 무덤으로 통하는 입구임을 알 수 있다. 무덤 내부에는 당시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입구에는 무덤 주인의 이름이 적혀 있다. 특히 커다란 암석 하나에만 무려 18개의 무덤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모두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가장 웅장한 무덤인 '카사르 알파리드'는 10층 건물 높이에 달하며, 맨 위의 계단은 천국으로 가는 길을 상징한다. 다만, 이 거대한 암석 무덤은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어 고대 문명의 신비와 아쉬움을 동시에 전한다.

알울라의 경이로운 풍경 중 하나인 '코끼리 바위'는 금빛 모래 사막 위로 50m나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다. 과거에는 약 8~9피트 정도 물속에 잠겨 있었던 이 바위는 마치 물에서 빚어낸 조각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해가 저물면 코끼리 바위 앞은 모래 옹덩이로 만들어진 거대한 카페로 변신하여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사막의 오아시스와 향기로운 환대

알울라의 또 다른 매력은 메마른 사막 속에서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오아시스 마을 '다이모다'다. 이곳은 지하에 저장된 물을 사용하는 관로 시스템(irrigation system)을 통해 대추야자 나무를 키워내며, 과거와 달리 물 저장 시스템을 개발해 사막에서도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알울라 구시가지를 방문하면 현지인들이 환영의 의미로 건네는 '사우디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생강차와 비슷한 맛이 나는 이 커피는 달콤하고 고소한 대추야자 열매와 함께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대추야자 열매 안에는 아몬드가 들어 있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더한다.

또한, 이곳의 상점에서는 중동의 향기를 담은 고급 향수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나무 향을 담은 '우드(Oud)' 향수는 깊고 진한 숲의 향기를 풍기며, 일부 제품은 12ml에 3,622달러(한화 약 480만 원 상당)에 달할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사막의 끝, 800km에 이르는 투아이크 사막의 끝자락에 위치한 '에지 오브 더 월드'는 지진으로 인해 형성된 경이로운 절벽을 보여준다. 300m 아래로 이어지는 철벽 같은 절벽은 중동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며 여정의 깊이를 더한다.

#마라야 콘서트홀 #제다 #알발라드 역사 지구 #메카 게이트 #알마마르 모스크 #알울라 #헤그라 #나바테아인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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