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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명 잔치에 준비만 4개월" 몽골 유목민이 새 게르를 덮어주는 날의 풍경

금속 쟁반 위에 놓인 윗면이 검게 그을린 노란색 빵.

임도현
입력 2026.09.21 11:09
"600명 잔치에 준비만 4개월" 몽골 유목민이 새 게르를 덮어주는 날의 풍경
▲ 금속 쟁반 위에 놓인 윗면이 검게 그을린 노란색 빵.

때로는 지루함마저 그리움이 된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양 떼를 모는 소녀, 고요한 호수의 풍경을 마주하면 일상의 지침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들. 몽골의 가을은 그런 그리움을 자극하는 묘한 힘이 있다. 영상 속 출연자는 "이런 지루함이 나중에 일상생활에서 지칠 때 또 그리워진다"며 여행의 의미를 되새긴다.

바다를 닮은 거대한 호수, 홉스골의 경이로움

모래바람을 뚫고 한참을 달리면 몽골의 대표적인 휴양지, 홉스골(Khövsgöl)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상 속 출연자는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호수 같지가 않고 바다 같다"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 호수는 길이가 무려 75km에 달하며, 깊은 곳은 90m까지 내려가는 거대한 수역이다. 물고기와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는 이곳은 여름 내내 현지인들로 북적이지만, 가을이 되면 한적한 여유를 되찾는다.

호수의 랜드마크는 '헤추아트'라 불리는 하얗고 커다란 바위다. 몽골어로 '힘든 바위'라는 뜻을 가진 이 천연 암석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을 연상시킨다. 햇빛이 좋을 때면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호수와 하얀 바위의 조화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염호(소금 호수)'라는 사실이다. 몽골 사람들은 이 소금을 식용뿐만 아니라 나쁜 기운을 물리치거나 정화하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영상에서는 밤에 아기가 이유 없이 울 때, 달군 프라이팬에 소금을 뿌려 튀기는 소리를 이용해 아이를 달래는 전통적인 풍습도 소개된다. 소금을 아기 머리 위로 세 바퀴 정도 돌리면 아이가 잠잠해진다고 한다.

자연을 경공하며 두려워하는 몽골 사람들은 이 호수에 거대한 동물이 살고 있다고 믿어 오랫동안 접근을 꺼리기도 했다. 이러한 경외심 덕분에 홉스골은 더욱 신비롭고 경이로운 여행지로 남는다.

600명의 손님을 맞이하는 '게르 덮어주는 날'

붉은 골짜기를 뜻하는 '울란곰' 지역으로 향하면 몽골 유목민들의 특별한 공동체 문화가 펼쳐진다. 혼기가 찬 아들에게 새로운 집인 '게르'를 지어주는 날, 이는 몽골에서 결혼식에 버금가는 중대한 행사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을 넘어,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된다. 이날의 주인공은 혼기를 맞이한 아들이며, 마을의 마당발인 바트술씨 같은 주민들이 행사를 돕는다.

이날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영상에 따르면 약 600명의 손님이 방문할 예정이며, 이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데만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채소는 짐승이 먹고 사람은 고기를 먹는다"는 몽골의 격언처럼, 게르 곳곳에서는 뼈와 내장으로 국물을 내고 고기를 듬뿍 넣은 고기 파티가 열린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가족을 위해 옷감, 술, 말꼬리, 속꼬리 등 다양한 선물을 건네며 축복한다. 특히 목에 실크 천을 두른 어린 가축을 선물하는 것은 주인공이 이를 잘 키워 가문을 번창시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게르에 들어가는 손님들은 결혼식 축의금을 내듯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몽골의 전통 환영 인사로 '수태차'를 마신다. 또한 몽골에서는 악수 대신 코담배를 나누는 전통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모든 과정은 아들의 사주를 보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진행될 만큼 신성하고 정성스럽게 이루어진다.

고된 삶을 지탱하는 다정한 연대

거친 대자연 속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고된 여정 속에는 타인을 향한 다정함이 흐른다. 새로운 게르가 생긴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목민 가족이 탄생함을 의미한다. 거친 환경에서 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알기에, 마을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가축을 내어주고 음식을 나누며 정을 나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드디어 게르의 뼈대 위에 두꺼운 덮개를 덮는 순간이다. 수십 년을 사용해야 하기에 양털, 낙타털, 말털 등을 이용해 아주 단단하고 두껍게 제작된 덮개는 유목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도구다. 영상 속 출연자는 "나름 몽골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유목민의 새로운 출발에 이렇게 많은 도움이 있을 줄 몰랐다"며 현지인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동을 표한다.

철마다 터전을 옮겨야 하는 유목민에게 가을은 생사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이사철이다. 몽골의 가을은 이처럼 자연의 경이로움과 사람 사이의 뜨거운 연대가 교차하는 계절이다.

#몽골 #홉스골 #울란곰 #게르 #유목민 #전통 풍습
임도현
하비이슈 · 문화 & 라이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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