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큼 부자 있어?" 척박한 산중 암자, 새들의 '보호자'가 된 스님
숲길을 걷고 있는 스님의 모습
모두가 앞을 향해 달리는 세상에서 가끔은 '멈춤'이 필요하다. KBS 다큐 영상에 따르면, 왕모산 중턱 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척박한 땅에 운산 스님의 거처가 있다. '구름의 매화산'이라는 뜻을 지닌 운산(雲梅山)의 이름처럼, 강물에도 구름이 흐르고 달이 뜨는 자연의 경계 없는 삶을 꿈꾸며 스님은 이곳에 머물고 있다.
"죽어도 여기 살아야 돼" 척박한 땅에 일군 삶의 터전
스님이 머무는 곳은 과거 물조차 구하기 힘들어 계곡에서 600m나 물을 끌어와야 했던 오지다. 전기를 끌어온 것도 불과 7년 전이며, 집 역시 터만 남은 초가삼간이었다. 스님은 "한 달 반 동안 하루 열 시간씩 직접 집을 지었다"고 말한다. 10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스님은 "여기서 죽자"며 산중 생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스님의 식탁은 자연에서 얻은 것으로 채워진다. 머위, 오이꽃, 고추, 호박, 참외, 수박, 잔대, 들깨, 판일구지 등 직접 일군 작물들이 주를 이룬다. 머위밭은 올해도 잡초가 말썽이라 잘 되지 않았지만, 스님은 자연이 지닌 농사에 숟가락을 얹기도 한다며 껍질을 벗겨 볶아 먹거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다. 14~15년 된 야생콩 된장은 수분이 계속 증발해 염도가 무지 높게 형성되는데, 스님은 "수분이 계속 증발해서 소금 결정만 나오면서 염도가 무지 높은" 된장을 자신만의 노하우로 부드럽게 만든다. 서른둘, 법정 스님의 글을 읽고 출가를 결심한 스님은 "물 속에 있어도 목이 마르고 꽃을 피우고도 열매를 낳지 못한 나날이 수태했다"며 수행의 어려움을 전한다.
구렁이로부터 새를 지키는 '산새 지킴이'의 사연
스님의 일상에는 특별한 임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3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새장'이다. 어느덧 50여 개에 달하는 이 새장들은 스님이 직접 만든 것이다. 스님이 새장의 편이 된 데에는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다. 나무를 타고 올라온 구렁이가 새장의 알을 모두 먹어치웠던 날, 어미 새가 며칠 동안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스님은 "가슴이 저려옵니다"라고 회상한다. 구렁이와 산새 모두 소중한 생명이지만, 스님은 새들의 생존을 위해 '산새의 편'이 되기로 했다.
스님은 구렁이가 새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새장을 공중에 매달아 두고, 새끼들이 무사히 둥지를 떠날 수 있도록 수시로 살핀다. 최근에는 부화한 지 보름 된 박새 새끼 일곱 마리가 스님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털이 송송 난 새끼들이 무사히 독립할 수 있도록 스님은 새장에 방어막을 설치하며 마음을 졸인다. "이거 안 해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아요"라는 스님의 말에서 생명을 향한 마음이 느껴진다. 작년에는 곤줄박이가, 올해는 딱새가 나갔을 만큼 스님은 산새들의 소국사정까지 살피는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매일 아침 새소리가 오케스트라" 산중의 소소한 부자
스님의 암자에는 딱새, 박새, 곤줄박이 등 다양한 새들이 손님처럼 찾아온다. 스님은 이들을 '객식구'라 부르며,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매일 아침 나를 즐겁게 해주는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한다.
세상 사람들은 산속 생활을 고립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스님은 스스로를 부자라고 말한다. "나만큼 부자 있어?"라는 스님의 말은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자연이 주는 소리와 풍경, 그리고 생명들과 나누는 교감에서 오는 만족감을 의미한다. 스님은 "몸은 고두에도 마음만은 부자"라고 말하며, 탐내는 이 없는 이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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