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3년 일해도 못 모은 돈, 호주선 3개월 만에"… 청년들이 편도 항공권을 끊는 이유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이 서류가 쌓인 배경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실히 일한다고 해서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사회 구조 속에서, 많은 청년이 기약 없는 여정을 위해 편도 항공권을 끊는다. 2016년 방영된 KBS 다큐 'KBS 스페셜 - 청년탈출, 꿈을 찾아서'는 취업 경쟁과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한국을 떠나 호주로 향한 청년들의 현실을 담았다.
"이력서 쓰고 떨어지고..." 무력감에 빠진 청년들의 '탈출'
스물네 살 승우 씨는 호주 퍼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돌아올 날짜를 정하지 않은 채 끊은 항공권은 누군가에게는 '꿈을 향한 도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로부터의 '탈출'이다. 승우 씨는 한국에서의 삶을 회상하며 "집에 앉아서 맨날 이력서 쓰고 떨어지고, 진짜 너무 무력했다"고 고백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는 말은 당시 청년들이 느꼈던 심리적 압박을 여실히 보여준다.
승우 씨는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호주 정착을 결심했다. 그는 호주에서 자동차 전공을 공부해 영주권을 취득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호주 역시 비수기라는 이유로 일자리가 귀했고, 승우 씨는 하루에 열 군데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렸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다. 그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먹고 살기는 힘든 곳"이라며, 높은 경쟁 속에서 일자리를 구해도 그것이 평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탈출의 이유로 꼽았다.
3개월 만에 모은 3,500달러, 숫자가 보여주는 격차
호주 최대 금광 도시인 칼굴리에 거주하는 이자룡 씨의 사례는 한국과 호주의 경제적 구조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에서 국립대학교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이 씨는 현재 호텔 하우스키핑과 레스토랑 키친핸드 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 때, 최저임금이 4,580원(2012년 기준) 수준이었던 시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당시에는 일을 해도 생활비 충당과 저축이 모두 어려웠다.
반면, 호주에서의 삶은 숫자로 증명되는 차이가 있었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당시 시급 15,000원 수준으로, 한국의 약 2.5배에 달했다. 이 씨는 호주에 온 지 3개월 만에 약 3,500달러(한화 약 350만 원 상당)를 모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3년을 일해도 통장에 300만 원 이상 모아본 적이 없었다"며, 호주에서의 저축이 가능했던 이유를 높은 임금 수준에서 찾았다.
꿈과 생계 사이, 끝나지 않은 고군분투
하지만 높은 임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이 씨 역시 호주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기 위해 전문대학(파이프) 진학을 목표로 돈을 모으고 있으며, 졸업 후에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 제3국으로의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매일 지출 내역을 가계부에 기록하며 생존을 도모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치열한 생존 투쟁에 가깝다.
영상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더 나은 삶'을 갈망한다. 한국에서의 경쟁 압박과 저임금 구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이 이들을 낯선 땅으로 떠밀었다. 승우 씨와 이 씨가 호주의 차가운 겨울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학비를 마련하는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을 넘어 한국 사회가 청년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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